1년간 일본 도쿄제국대학 대학원 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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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조선어 말살정책은 집요했다.
1940년 무렵은 모든 학교에서 국어 과목이 폐지됐고 공부 시간에는 우리말을 쓰지 못하도록 강요했다.
학교뿐만 아니라 관공서의 각종 문서는 일본어로만 제작되었다.
김상용이 1938년 연수의 명목으로 1년간 일본 도쿄제국대학을 다녀오고, 다음 차례는 이희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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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웅 기자]
▲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 |
ⓒ 서울역사박물관 |
일제의 조선어 말살정책은 집요했다.
1940년 무렵은 모든 학교에서 국어 과목이 폐지됐고 공부 시간에는 우리말을 쓰지 못하도록 강요했다. 학교뿐만 아니라 관공서의 각종 문서는 일본어로만 제작되었다. 그리고 일본어를 '국어'라 불렀다.
이같은 조처에는 법령과 강제가 수반되었고, 분야에 따라서는 회유와 공작으로 이어졌다. 이희승의 이화여전도 예외가 아니었다. 김상용이 1938년 연수의 명목으로 1년간 일본 도쿄제국대학을 다녀오고, 다음 차례는 이희승이었다. 일본어 교습이라는 명목의 연수였다.
그는 1940년 4월 30일 도쿄제국대학 대학원에 입학하여 1년간 언어학을 연구하였다.
도쿄제국대학 대학원에는 경성제대 1년 선배인 김계숙 씨가 철학과에 있었고, 몇 해 후배인 김수경이 언어학과에, 장후영이 법과에 재학 중이었다. 학부에서는 김상협·유기천·황수영·신도성 등 당대의 수재들이 공부하고 있었다.
우리는 같은 학교에서 공부한다는 동문의식보다는 같은 민족이라는 혈연으로 더욱 친하게 지냈다. 물론 나는 40이 넘는 늙은 학생이었지만 스스럼없이 그들과 어울렸다. 휴일이면 등산과 여행을 함께 즐기곤 했는데, 이즈(伊豆)반도의 이따에, 코마무라, 쿠사간 등을 구경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이들과 어울린 덕분이었다. (주석 1)
연수는 1년 만인 이듬해 3월에 끝났다. 학교에 복직하면서 문과 과장이 되었다. 김상용이 학감으로 승진하면서 그 자리를 이은 것이다.
"그 무렵은 학무 당국의 간섭이 하도 극성스러워서 과장이란 직책은 거추장스럽고 귀찮은 자리였으나 마다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주석 2)
일제가 1941년 12월 8일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공격하면서 도발한 태평양전쟁으로 조선은 군수기지창이 되었다. 각급 학교는 군수공장으로 바뀌고 이화여전도 다르지 않았다. 학교는 온통 군복을 만들고 병사들의 속옷을 세탁하는 일까지 여학생들을 동원하였다.
문과 과장인 나는 트럭에 싣고 들어오는 일감들을 일일이 세고 확인하고 반납하는 일에 온 신경을 다 써야 했는데, 웬일인지 가끔 일감이 축이 나 일본 군부로부터 학교 당국이나 책임자인 나나 그 일에 종사했던 학생들이 가혹한 책임추궁을 당하기도 했다.
또 이화여전의 외국인 교수들을 비롯하여 국내의 외국인 선교사들은 본국으로 추방당해야 했다. 학교 창설자의 동상도 부숴서 무기 만드는데 쓴다고 가져갔고, 예수 믿는 정신을 뿌리 뽑는다고 본관 파이프 홀의 정문 꼭대기에 돌로 만들어놓은 십자도 석공을 시켜 깨뜨려냈다. (주석 3)
일제의 폭압통치는 침략전쟁이라는 광기가 끼면서 자행되었다. 1942년의 졸업식은 6개월 앞당겨 실시되고, 이화여전의 교명은 본명 뒤에 '여자청년연성소 지도자 양성과'라는 괴상한 이름으로 바뀌었다.
그가 이화여전에 근무한 10여 년은 그나마 신변의 안전을 누리면서 공부하고 가르치는 기간이었다. 이화여전이 군수공장으로 바뀌고, 갖은 수모가 계속됨으로써 정신적 고통이 극한으로 치달을 때, 행인지 불행인지 조선어학회사건이 벌어졌다.
주석
1> <회고록>, 127~128쪽.
2> 앞의 책, 128쪽.
3> 앞의 책, 129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딸깍발이 선비 이희승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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