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막 이식, 잃어버린 시력 되찾는 유일한 방법… 기증 활성화되기를"
‘각막이식 명의’ 서울성모병원 안과 김현승 교수
각막은 우리 눈에 검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투명한 조직이다. 주요 기능은 망막에 상이 잘 맺히도록 빛을 굴절·통과시키는 것이다. 눈 전체 굴절력이 60디옵터라면 그 중 각막이 가진 굴절력이 40디옵터 정도다. 각막이 혼탁해지고 형태가 일그러지는 등 이상이 생길 경우 빛이 차단되거나 제대로 굴절되지 않으면서 망막에 정상적으로 상이 맺히지 않는다. 결국에는 시력이 저하된다.
-어떤 질환들이 있나?
여러 가지 각막 질환이 있다. 각막 가운데가 볼록 튀어나오는 원추각막이 있고, 외상, 염증에 의해 각막 혼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유전 질환으로 인해 각막에 반점이 생기거나 각막이 변성되기도 한다. 비중을 따지자면 외상으로 인한 각막 혼탁, 원추 각막 환자가 많은 편이고, 유전적 이상으로 인해 각막 내피세포에 비정상적 물질이 침착되고 내피세포 수가 감소하는 푹스각막이상증 환자들도 적지 않다.
-각막이식이 필요한 경우는?
앞서 이야기한 질환들 모두 각막이 투명성을 잃거나 굴절력에 문제가 생겨 시력이 떨어지면 이식이 필요할 수 있다. 약물로 염증이 치료되지 않고 각막에 천공이 생길 정도로 악화된 경우, 외상으로 인해 각막이 파열돼 시력이 저하된 경우에도 이식을 고려한다. 시력에 문제가 없어도 각막 혼탁이 심하면 심미적인 이유로 각막이식을 희망하기도 한다.
-수술 건수는 얼마나 되나?
매년 증가하고 있다. 조사를 시작한 2000년에 총 209명이 각막이식 수술을 받았고, 2022년에는 1095명까지 늘었다. 다만 2019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483명까지 줄기도 했다. 소득 수준이나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이전에 비해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각막이식 수술을 받고 있으며, 외국인이 기증한 수입 각막 사용이 수월해진 점도 한몫했다. 수입 각막의 경우 비용 문제가 있긴 하지만, 환자가 원하면 이식할 수 있다.
-수입 각막이 늘고 있는데?
국내에서 기증 받은 각막은 2009년 김수환 추기경 선종 당시에 많이 늘었다가 서서히 감소하는 추세인 반면, 수입 각막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로 국내 각막 기증이 급격히 줄었다. 이식을 희망하는 사람은 많아지는데 국내 각막이 부족하다보니 수입 각막으로 대체·사용하고 있다.
-각막도 다른 장기처럼 이식 조건이 까다롭나?
그렇지 않다. 각막은 혈관이 없기 때문에 혈액형이나 조직 적합성 등이 맞지 않아도 다른 장기에 비해 거부 반응이 훨씬 적다. 소아의 경우 안구가 작아 소아 각막을 성인에게 이식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과거에는 눈 수술을 받은 각막은 사용하지 못했으나, 지금은 부분층 각막 이식이 늘면서 수술로 인해 각막 형태가 바뀌었어도 이식이 가능하다. 백내장 수술을 받은 각막 역시 백내장 수술 기기·기술이 발전하면서 내피세포 손상이 줄었기 때문에 기증 받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기증된 각막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는지?
공여자의 사인이 불분명하거나 원인 불명의 중추신경계 질환, 감염성 질환, 염증성 질환, 패혈증을 앓았을 경우 사용이 어렵다. C형 간염 보균자와 같이 감염성 요인이 있거나 눈에 암이 있는 경우에도 기증할 수 없다.
-이식 전 시행되는 검사는?
공여자의 경우 각막이 건강한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각막 내피세포의 상태가 중요하다. 대다수 수혜자가 내피층 이식 수술을 받기 때문에 공여자 각막의 내피세포를 가장 먼저 검사한다. 각막 두께 측정과 함께 감염성 질환을 비롯한 여러 질환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공여자 혈액 검사도 진행한다. 수혜자는 이식 후 시력이 잘 회복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는지 확인하는 검사가 필요하다. CT 검사 등을 통해 각막 어느 부분에 문제가 생겼는지, 각막 안쪽 유리체, 망막, 시신경 등에 이상이 없는지, 각막이 성공적으로 이식될 수 있는지 등을 전반적으로 봐야 한다.
-각막이식 수술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과거에는 대부분 전층 각막이식 수술이었다. 각막 직경이 보통 11~12mm인데, 이 중 7~8mm를 오려낸 뒤 전체를 이식하는 식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심부표층각막 이식술, 각막내피층판 이식술과 같은 부분층 각막이식 수술이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염증이 있거나 외상으로 인해 각막 표면이 혼탁해진 환자들의 경우 각막 내피세포층은 건강할 수 있기 때문에, 내피세포층을 남기고 그 위쪽 기질이나 상피만 오려내 이식하는 심부표층각막 이식술을 시행한다. 각막내피층판 이식술에는 각막 내피세포층과 기저막에 해당하는 ‘데스메막’만 살짝 벗겨내서 이식하는 방법과 데스메막에 기질층 일부를 포함시켜 조금 더 두껍게 오려낸 뒤 이식하는 방법이 있다. 꿰매지 않고 공기를 주입해 붙여주기 때문에 봉합이나 봉합사로 인한 난시, 합병증 우려가 적다. 시력 회복 효과가 좋고 회복 속도 또한 빠르다보니 최근에는 수술 난도가 높음에도 각막내피층판 이식술이 많이 선호되고 있다.
-국소 마취로 진행 가능한가?
대부분 가능하다. 다만 환자가 국소 마취에 대한 두려움이 있거나 수술 중 많은 양의 출혈이 예상되는 경우, 한쪽 눈만 수술하는 경우에는 전신마취를 해야 한다.
이식 과정에서 공여자 각막의 내피세포가 손상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내피세포가 손상되면 이식해도 효과가 없다. 전층 각막 이식술, 심부표층각막 이식술의 경우 각막을 일정한 힘으로 봉합하는 것도 중요하다. 몇 곳만 조금 세게 당겨도 각막이 일그러져 난시가 발생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성공률은 약 90%다. 내피층판 이식술의 경우 2~3일 후 주입한 공기가 빠지면 시력이 회복된다. 경과가 좋으면 일주일만 지나도 시력을 80~90% 회복한다.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정상 수준에 금방 도달한다. 전층 각막이식술은 각막을 봉합하는 과정에서 내피세포가 일부 손상되거나 각막 부기가 지속될 수 있다. 약 3개월 후부터 봉합사를 1~2개씩 제거해 난시를 조절하며, 전체 회복 기간은 1년 정도다.
-수술 후에도 약물 치료가 필요할까?
물론이다. 이식 수술은 면역 거부 반응이 관건이다. 면역을 억제시키기 위해 2~3개월 동안 면역억제제를 복용한다. 2~3개월 이후에는 먹는 약은 아니어도, 면역을 억제하기 위해 당분간 안약을 넣는다. 거부 반응은 보통 수술 후 3년 안에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적어도 그 기간 동안에는 약을 사용해야 한다.
-그 외에 수술 후 주의사항이 있다면?
거부 반응이 나타났을 때 바로 내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당장 내원하기 힘들다면 비상약으로 처방한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고, 최대한 빨리 병원에 와야 한다. 거부 반응 증상은 시력 저하, 통증, 충혈 세 가지다. 이외에도 녹내장, 망막박리, 안내염과 같은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수술 후 다시 각막·시력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나?
심부표층각막 이식술을 제외한 대부분 각막이식 수술은 내피세포층을 이식하는 수술이다. 이식한 내피세포는 분열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세포 수가 줄어든다. 이식한 내피세포 수만 놓고 봤을 때 유지되는 기간은 3년 정도며, 각막 주변부에 건강한 내피세포가 많을수록 그 기간이 연장된다. 주변부에 건강한 내피세포가 많고 거부반응과 같은 문제가 없다면 20~30년, 혹은 그 이상까지도 시력이 유지되지만, 염증 등으로 인해 내피세포층이 손상된 경우엔 오래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 실제 수술 후 다시 시력이 안 좋아져 이식수술을 또 받는 환자들도 있다.
-이식이 어려운 경우는?
헤르패스 각막염이 있거나 안면마비로 인해 눈 감각신경이 소실되면 이식한 각막이 제 기능을 못할 수 있다. 또한 눈이 잘 안 감기거나 안구건조증이 심해 수술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과거와 비교하면 수술 기술은 얼마나 발전했나?
요즘은 인공각막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으며,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도 활발하다. 분리·배양한 각막 내피세포층을 눈 안에 주입해 정착시키는 방법은 이미 일부 성공해 실용화 단계에 있다. 각막이식 수술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여지가 많다.
-국내에 각막이식이 필요한 환자들은 얼마나 되나?
대한안과학회가 매년 실시하는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련병원에 등록된 각막이식 수술 대상자는 1900명 정도다. 비용 등의 문제로 등록하지 못한 환자가 많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실제 각막이식이 필요한 환자 수는 10배, 최소 2만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기증 현황은 어떤가?
2009년에 662건으로 정점을 찍은 후 계속 줄어들다가 2022년에는 282건까지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수입 각막은 316건에서 824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이제는 국내 각막보다 수입 각막이 3배 가까이 많다.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정했지만 시신 보존 등의 이유로 눈만 기증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기증 각막이 부족해 수술이 지연되기도 하나?
그렇다. 수입 각막을 이용할 순 있지만 수술비용이 훨씬 많이 들다보니 국내 각막이 기증되기만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많다. 본인 순서가 왔어도 더 급한 환자가 생기면 계속 차례가 밀리기 때문에 몇 년씩 대기하기도 한다.
기증 각막이 필요한 환자들이 많음에도 기증되는 각막 수가 점점 줄고 있다는 점은 매우 안타깝다. 이 환자들은 각막 이식 외에는 방법이 없다. 기증 각막을 적출할 때 최대한 시신을 온전히 보존하기 때문에 우려를 조금은 덜었으면 한다. 각막 기증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장기 기증 희망 스티커처럼 각막 기증도 신분증 등에 희망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해 보인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 안은행장으로 재직 중이며, 보건복지부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 전문평가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여의도성모병원 안센터 소장, 서울성모병원 안과 과장, 안센터장과 함께 한국백내장굴절수술학회 회장, 한국각막질환연구회 회장, 한국콘택트렌즈학회 회장, 대한안과학회 고시이사 등도 역임했다. 특히 그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성모병원 안센터장을 맡으면서 안센터 각막이식수술 5500건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는 국내 단일기관 기준 최다 건수다. 김 교수는 계속해서 각막이식과, 백내장, 안구건조증 등 다양한 안질환 분야에서 연구·치료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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