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인사이트] 충성하면 반드시 보상한다는 '윤석열 인사'
[이충재 기자]
▲ 해병대 채 상병 수사 외압 혐의를 받고 있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사진은 윤 대통령이 지난 2023년 6월 15일 경기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실시된 '2023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에서 당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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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채 상병 수사 외압 혐의를 받고 있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다시 도마에 올랐습니다. 자신에게 충성하는 사람들은 승진 등을 통해 반드시 보상하는 방식의 잘못된 인사에 대한 비판입니다. '고발사주' 의혹 혐의로 기소된 손준성 검사를 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정권보위 감사'를 해온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을 감사위원으로 임명한 것도 그런 예입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공정해야 할 인사권을 개인적 인연이나 충성 여부에 따라 행사하는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 전 장관 대사 임명은 주요사건 피의자에 대한 수사를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더구나 임명권자인 윤 대통령이 이 사건으로 고발된 당사자라는 점에서 피의자 해외도피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윤 대통령은 '사단장을 혐의에서 빼라'며 외압을 행사한 몸통으로 의심받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핵심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이 10일 끝내 출국해 윤 대통령 등 윗선수사는 사실상 힘들어졌습니다.
이 전 장관뿐 아니라 채 상병 수사 외압 관련자들은 거의 예외없이 영전하거나 국외로 나갔습니다. 윗선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은 중장으로 진급했고,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도 소장으로 승진했습니다. 게다가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과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단수공천됐습니다. 사건 관련자들 상당수를 승진과 공천 등으로 두둔하고 빼돌리는 모양새입니다.
고발사주' 기소 손준성, '정권 보위감사' 주역 유병호도 승진
군 장성 출신에 대한 '보은' 성격의 재외공관장 임명은 이 전 장관만이 아닙니다. 이번에 나이지리아 대사에 임명된 김판규 전 해군참모차장은 윤석열 대선캠프에서 활동했고, 지난해 사우디 대사로 임명된 최병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도 대선캠프에서 국방공약 수립에 관여했습니다. 아랍에미리트 대사인 류제승 전 국방부 정책실장은 윤 대통령 취임사 필진으로 참여했고, 콜롬비아 대사인 이왕근 전 공군참모총장도 대선캠프 출신입니다. 재외공관장에 직업외교관이 아닌 군 장성 출신을 대거 발탁한 것은 군사정부 시절을 떠올릴만큼 이례적입니다.
윤 대통령의 보은 인사는 대선캠프 출신에 국한되지 않고 피의자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심각합니다. '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을 검사장으로 승진시킨 게 대표적입니다. 기소된 검사를 검사장으로 승진시킨 것도 문제지만, 그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비판적인 인사를 고발하라고 야당에 사주했다는 의심을 받는 당사자입니다. 지난달 손 검사장 1심 재판 유죄 판결로 확인됐듯이 이 사건은 국가 사법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범죄입니다. 이를 모를리 없는 윤 대통령이 승진을 시킨 것은 충성을 하면 반드시 보상한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거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윤석열 정부 '정치감사' 논란의 핵심 인물로 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는 유병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신임 감사위원으로 임명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유 감사위원은 사무총장 재직 1년 9개월 내내 전 정권 표적감사 등 숱한 정치감사 시비를 불러온 당사자로,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표적감사 혐의의 피의자입니다. 온갖 논란에도 윤 대통령이 그를 다시 중용한 것은 감사원을 '정권보위 감사'에 계속 동원하겠다는 의도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윤 대통령은 그간 검찰 출신 등 자신과 친분이 있는 인사들을 정부 요직에 다수 배치해 논란을 불렀습니다. 이태원 참사의 책임자로 윤 대통령의 학교 후배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번 정부의 최장수 장관이라는 점은 상징적입니다. 여기에 더해 정권의 비리에 연루된 인사들을 승진시키거나 빼돌리는 수법까지 자행하고 있습니다. 이러면서 공정과 상식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 묻는 국민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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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잡습니다.
애초 기사에 언급된 "채 상병 사망 사고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임성근 당시 해병 1사단장은 지난해 말 돌연 해외 정책연수를 떠났습니다"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사자와 독자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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