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관중 앞 자존심 구긴 린가드…동료 치켜세우고 '자신의 탓'으로 [IS 상암]
김명석 2024. 3. 11. 06:03
제시 린가드(FC서울)의 K리그 데뷔골이 아쉽게 무산됐다. 페널티 박스 안, 상대 수비의 방해도 받지 않고 찬 오른발 슈팅이 그만 하늘로 솟구쳤다. 린가드는 그러나 누구를 탓하는 대신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오히려 완벽한 패스를 건넨 강성진을 향해서는 “완벽한 패스였다”고 치켜세웠다.
린가드는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2라운드 홈 개막전에 교체로 출전해 60여분을 소화했다. 지난 2일 광주FC전에서는 후반 31분에야 교체로 투입했지만, 이번엔 전반 30분 만에 그라운드를 밟았다.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혔지만, 번뜩이는 장면들을 몇 차례 보여주며 향후 기대감을 키웠다.
린가드는 투입 직후부터 존재감을 드러냈다. 전반 내내 단 1개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하던 상황. 다급하게 교체 투입된 린가드는 투입 4분 만에 팀의 결정적인 공격 기회를 만들었다. 상대 진영으로 파고들다 절묘한 패스를 문전으로 건네 강상우와 상대 골키퍼 간 일대일 기회를 만들었다. 린가드의 패스는 강상우의 슈팅으로 이어졌다. 비록 골키퍼 선방에 막혀 어시스트는 무산됐으나, 그의 번뜩이는 패스 능력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이후에도 린가드는 최전방과 2선, 측면을 자유롭게 오가며 공격 기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후반 38분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왔다. 후방에서 시작된 역습 기회. 린가드도 이른바 노룩패스로 상대 수비를 따돌린 뒤 문전으로 침투했다. 그리고 강성진의 땅볼 크로스가 페널티 박스 안으로 향했다. 아무런 수비의 방해도 받지 않은 린가드는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다.
그러나 슈팅이 빗맞았다. 하늘로 솟구쳐 크로스바를 크게 넘어갔다. 린가드는 잔디를 바라보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느린 화면에선 린가드에게 향하던 패스가 튀어 오르면서 제대로 슈팅이 이뤄지지 못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를 누볐던 스타급 선수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놓친 장면에 관중석에선 탄식이 흘러나왔다. 린가드도 자존심을 잔뜩 구길 만한 장면이었다.
결국 서울은 인천과 0-0으로 비겼다. 무려 5만 명이 넘는 관중이 들어찬 경기장, 경기 막판 팀 승리를 이끄는 극적인 결승골과 함께 K리그 데뷔골을 장식할 수 있었을 린가드에게는 천금 같은 기회가 날아갔다.
하지만 린가드는 경기 후 누구도 탓을 하지 않았다. 당시 상황에 대한 질문에 린가드가 가장 먼저 언급한 건 오히려 패스를 건넨 강성진이었다. 린가드는 “(강)성진의 패스는 완벽했다. 완벽한 패스였”며 “그 타이밍에 패스를 넣어줄 거라고 믿었고, 그렇게 슈팅을 준비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슈팅 직전에 공이 튀어 올랐다”며 정확하게 슈팅으로 연결하지 못한 원인으로 잔디를 꼽으면서도 “결국은 내가 적응해야 하는 부분이다. 중요한 건 실수도 경기의 일부분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완벽한 기회를 만들어 준 동료부터 치켜세우고, 잔디 상태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하기보다 아직 잔디에 적응하지 못한 자신의 실수로 상황을 정리한 것이다.
그러면서 린가드는 “실수는 나올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실수를 했다고 해서 그 실수가 자신감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실수를 하더라도 계속 시도해야 한다. 그래야 더 좋은 팀,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본인은 물론 팀과 선수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이날은 비록 골을 성공시키지 못했지만, 빠르게 100% 컨디션을 끌어올려 팬들에게 값진 선물을 선사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린가드는 “아직은 100%는 아니다. 하지만 곧 90분을 뛸 수 있는 체력이 조만간 만들어질 거다. 오늘은 후반 막판 지친 부분이 있던 게 사실이었다”면서 “오늘은 굉장했다. 많은 분들이 오셨는데, 선수들 입장에선 엄청나게 큰 에너지다. 가장 중요한 건 저희한테 달렸다. 팬들이 기대하는 부분을 퍼포먼스적으로 만족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린가드는 “저에게 사랑과 자신감을 주시는 것처럼 하루빨리 팬들도 자신감과 행복함을 느끼실 수 있도록 보답하고 싶다. 모든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는 없다. 대신 하루빨리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팬들이 서울 팬이라는 데 자신감을 갖고, 또 행복함을 느끼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날 경기장을 가득 메운 5만여 서울 팬들에게 전하는 약속이기도 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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