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보]아름다운 석양 보니 시상이 절로…강화나들길 4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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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나들길 4코스는 가릉을 출발해 정제두묘, 하우약수터, 이건창묘, 건평나루와 천상병귀천공원을 거쳐 외포어시장과 망양돈대에 이르는 코스다.
'해가 지는 마을길'이라는 코스 이름처럼 가릉을 출발해 숲길을 지나는 평범한 길이지만 건평나루부터는 때를 맞추면 서쪽으로 뉘엿뉘엿 지는 해를 만끽하면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일몰 때면 돈대 너머로 저물어가는 해는 강화나들길 4코스의 백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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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나들길 4코스는 가릉을 출발해 정제두묘, 하우약수터, 이건창묘, 건평나루와 천상병귀천공원을 거쳐 외포어시장과 망양돈대에 이르는 코스다. '해가 지는 마을길'이라는 코스 이름처럼 가릉을 출발해 숲길을 지나는 평범한 길이지만 건평나루부터는 때를 맞추면 서쪽으로 뉘엿뉘엿 지는 해를 만끽하면 걸을 수 있는 길이다. 평소에도 부둣가의 풍경과 갈매기들의 향연, 밀물 때 물살의 소용돌이 등을 볼 수 있다. 총 11.5㎞ 길이로 소요시간은 3시간 30분이다.
시작점인 가릉은 고려 24대 원종의 왕비인 순경태후의 무덤이다. 순경태후는 고려 무신정권 100년 중 가장 오랫동안 집권했던 권력자 최우의 외손녀다. 최씨 일가가 자신들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원종이 태자이던 시절부터 태자비인 경목현비로 1235년 궁에 들였다. 이듬해에는 고려의 25대 충렬왕이 되는 왕심을 낳았는데 얼마 안 있어 16세의 어린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왕비가 되지도 못하고 죽었지만 원종 즉위 후 정순왕후로 추증됐고, 이어 1274년 왕심이 왕위에 오르면서 순경태후로 높여졌다. 남한에 있는 몇 안 되는 고려왕릉 중 하나다.
가릉을 지나 길을 걷다 보면 정제두묘에 다다른다. 정제두는 우리나라 최초로 양명학의 상상적 체계를 완성해 강화학파의 태두로 불린다. 과거 급제 후 우찬성, 원자보양관 등 요직을 역임했지만 사회 혼란을 통탄해 벼슬을 그만두고 학문 연구에 전념한 인물이다. 하우약수터를 지나 나오는 묘소는 조선 후기 문신 이건창의 묘다. 1894년 갑오개혁이 일어나자 모든 관직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 일본의 침략을 물리칠 것을 주장했지만 1898년 눈을 감았다.
건평항부터는 본격적인 바닷길이 시작된다. 바다 너머로는 석모도가 보인다. 건평항 인근에는 천상병귀천공원도 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다'라는 구절로 유명한 시 '귀천'을 지은 고 천상병 시인을 추모하며 만들었다. 천 시인의 고향은 경남 마산이었는데 고향 바다를 그리워하던 천 시인이 마산은 멀고 여비가 없어 찾지 못하고 그나마 가까운 강화도 바다를 찾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건평나루에서 막걸리를 마시던 천 시인이 시 귀천을 지었고, 당시 같이 있던 박재삼 시인이 이 메모를 받았다. 그런데 그 직후 간첩 조작사건인 동백림 사건에 휘말린 천 시인이 고문 후유증으로 정신병원에 수용되자 박 시인은 천 시인이 죽은 줄 알고 귀천을 그의 유작으로 내놓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외포 어시장을 지나 망양돈대에 다다르면 오늘의 코스는 끝이 난다. 돈대는 해안가·접경지의 소규모 관측·방어시설을 뜻한다. 1679년 조선 숙종이 강화도에 쌓게 한 48개의 돈대 중 하나다. 방형 구조로 둘레가 130m, 석벽의 높이는 300~340m, 폭 2.5m이다. 일몰 때면 돈대 너머로 저물어가는 해는 강화나들길 4코스의 백미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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