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다" 외치던 아르헨 대통령, 월급 48% '셀프 인상' 논란
"돈이 없다"며 정부 예산 긴축 정책을 펼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자신을 비롯한 행정부 고위 공무원 월급을 48% 올렸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됐다.
10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일간지 라나시온 등에 따르면 밀레이 대통령은 본인이 지난달 서명한 행정부 고위 공무원 월급 대통령령에 의해 2월 월급으로 602만 페소(923만원)를 받았다. 1월 월급 406만 페소(세금포함 624만원)에서 48%나 '셀프 인상'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밀레이 대통령은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2007-2015 대통령, 2019-2023 부통령 역임) 전 대통령 집권기인 2010년 서명한 대통령령에 따라 자동으로 인상된 것이라며, 자신은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는 당장 해당 대통령령을 폐지하겠다며 모든 잘못을 전 대통령의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밀레이 대통령이 1월과 2월에 서명한 대통령령이 야당 의원들에 의해 온라인에 공개됐고, 그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통령 서명 없이는 행정부 고위급 관료 월급은 인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관보에 게재된 대통령령에는 그의 서명과 니콜라스 포세 수석장관, 산드라 페토벨로 인전자원부 장관 서명이 있었다. 특히 이 관보는 갑자기 정부 온라인 시스템에서 열람할 수 없게 되면서 정부가 고의로 숨긴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크리스티나 전 대통령은 "밀레이 대통령은 본인이 서명하는 대통령령은 읽어보지 않느냐"라면서 "대통령이 서명했고 월급을 수령했고 그걸 사람들이 알아버렸다는 걸 인정하라"고 말했다고 암비토가 보도했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도 "지난 2020년 팬데믹 상황에서 내가 대통령령 837/2020으로 고위급 관료의 월급은 공무원 월급 자동 인상에서 제외했다"고 거들었다.
논란이 거세지자 대통령실은 주말임에도 "대통령 및 행정부 고위 관료 월급 인상분은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이 카스타(기득권, 기존 정치인)를 위해 서명한 대통령령을 폐지하면서 무효화 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현지 네티즌들은 "대통령이 본인이 서명한 대통령령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인가, 읽지 않고 서명한 것인가" "우리보고는 돈이 없다고 하면서 자신의 월급은 한 번에 48% 인상하냐"라는 반응을 보였다. 현 정부를 지지하며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미겔 앙헬 피체토 야당 하원의원까지도 "밀레이 대통령이 자신이 서명한 것이 뭔지 모르면 문제가 있다"고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난했다.
한편 밀레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아르헨티나는 정부 재정 균형화를 위한 강한 긴축 경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취임 후 3개월간 누적 물가상승률이 65% 수준까지 치솟았으며, 빈곤율은 57%로 급등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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