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암보다 예후 나쁜 중증 심부전, 증상 악화 막아 재입원 줄여야

권선미 2024. 3. 11.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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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펌프 기능 약화, 완치 어려워
환자 절반 퇴원 30일 이내 재입원
호흡곤란·부종 있다면 검사받아야

인터뷰 유병수 대한심부전학회 이사장

모든 심장 질환의 종착역인 심부전은 인구 고령화로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는 질환이다. 고혈압이나 심장판막 질환, 관상동맥 질환 등 다양한 심혈관 질환이 진행하면서 심장의 펌프 기능이 점진적으로 약해진다. 완치가 어려운 심부전은 암보다 5년 생존율이 낮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호흡곤란, 부종, 전신 쇠약 등 심부전 악화 증상으로 입·퇴원을 반복할수록 예후가 더 불량해진다. 대한심부전학회 유병수(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장내과) 이사장에게 사망과 재입원율을 낮추는 심부전 치료의 중요성과 심부전 치료 최신 트렌드에 대해 들었다.

유병수 대한심부전학회 이사장은 “심장의 수축력을 회복하는 약물치료로 심부전 증상 악화와 입원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인성욱 객원기

Q : -가슴 흉통만 없다면 심장엔 문제가 없지 않나.

A : “그렇지 않다. 물론 가슴 흉통이 심장 이상을 의심하는 징후인 것은 맞다. 그런데 심장 기능이 떨어지면 혈액과 함께 운반되는 산소 공급 부족으로 계단을 1~2개 층만 올라도 호흡곤란으로 숨을 가쁘게 몰아쉰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힘이 부치니 무의식적으로 예전보다 덜 움직이면서 호흡곤란 증상을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심부전 증상이 더 심해지면 가만히 앉아 있을 때도 숨이 가쁜 증상을 느낀다. 다리·발목·발 등이 퉁퉁 붓는 부종이 있을 때도 심장 이상을 의심해야 한다. 심장의 펌프 기능이 약해진데다 심장 내 압력 상승으로 혈액이 심장으로 되돌아오지 못하면서 부종이 잘 생긴다. 이외에 전신 혈액순환이 불량해지면서 콩팥의 여과 기능이 떨어지고 온몸에 노폐물이 쌓이면서 전신 피로감도 심해진다. 특별한 이상을 느끼지 않더라도 호흡곤란, 부종, 전신 피로감 같은 증상이 있다면 심장 기본검사와 더불어 심부전 바이오마커(NT-proBNP) 혈액검사 등 심장 상태를 살펴보는 검사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Q : -중증 심부전은 암보다 사망률이 높다던데.

A : “사실이다. 국내 건강보험을 이용한 심부전 팩트시트에 따르면 입원 치료가 필요한 심부전 환자의 1년 생존율은 84%, 5년 생존율은 66%에 불과하다. 이는 주요 암과 비교해도 낮다. 진행성 질환인 심부전은 발견이 늦을수록 심장 기능이 더 나빠지고 장기 예후도 불량하다. 대개 심장에 이상이 있어도 이를 인지하지 못해 뒤늦게 중증 심부전인 상태에서 진단받는다. 특히 우리나라는 평균수명이 늘면서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심부전을 앓는 사람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여서 우려스럽다.”

Q : -심부전으로 반복적으로 재입원하는 경우가 많나.

A : “심부전은 증상 악화로 입원할 때마다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질환이다. 중증 심부전은 다시 예전 상태로 회복하기 어려운 질환이다. 심부전이 진행하면서 심부전 악화로 심장에 가해지는 충격이 반복되면서 심장의 펌프 기능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다. 심부전 악화로 입원하면 응급 치료로 전신 상태가 좋아져 퇴원하지만, 불량한 심장 상태가 지속되면서 또 입원하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반복된 심부전 악화로 심장이 지속해서 타격을 받아 심장의 기능이 점점 더 약해진다. 실제 심부전은 입원할 때마다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심부전 환자 2명 중 1명은 퇴원 30일 이내 재입원한다. 안타깝게도 좌심실 박출률이 40% 이하인 심부전 환자 7명 중 1명(14.3%)은 1차 표준 치료에도 불구하고 약 18개월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심부전 악화나 심혈관계 사망 등을 경험한다.”

Q : -갑작스럽게 전신 상태가 나빠지는 심부전 악화를 막는 것이 중요해 보이는데.

A : “심부전 치료에서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다. 진료지침에 근거한 표준 치료로 심부전 악화를 유발하는 요인을 관리해야 한다. 최근엔 새로운 치료제로 심장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작용 기전으로 심장의 수축력을 회복하는 만성 심부전 치료제(베리시구앗)에 주목한다. 심장 근육이 필요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해 심장 기능을 향상시키고, 심부전 악화에 따른 입원 위험도 줄여준다. 심장의 펌프 기능을 담당하는 좌심실 수축력이 약해진 심부전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대한심부전학회에서도 진료지침을 통해 표준 치료에도 불구하고 심부전이 악화된 좌심실 박출률 45% 미만인 심부전 환자에게 베리시구앗 병용 치료를 권고한다. 1차 표준 치료에도 심부전 악화를 경험한 만성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베리시구앗 치료를 적용했더니 첫 입원 절대 위험을 연간 4.2% 줄이는 등 임상적 유효성을 확인했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의 84%는 6개월 내 입원 경험이 있는 심부전 악화 환자였다. 또 여러 종류의 약과 병용해도 혈압이나 신장 기능 저하 같은 부작용 발생 위험이 적어 안정적으로 쓸 수 있다.”

Q : -반복된 입원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 손실도 상당할 것 같은데.

A : “한국은 빠른 인구 고령화로 중증 심부전 발병 위험이 높다. 중증 심부전은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높아지고, 의료비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한심부전학회에서 발표한 2022년 심부전 팩트시트에 따르면 심부전 환자 1인당 입원 치료비는 2002년 315만원에서 2020년 853만원으로 늘었다. 입원 치료 위험을 높이는 심부전 악화에 더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심부전의 조기 발견과 안정적 증상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이를 통해 반복된 심부전 악화로 심장 기능의 회복이 어려운 중증 심부전으로 진행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대한심부전학회에서도 심부전 질환 인식을 높이고 심부전 최신 치료법의 국내 도입을 주도하면서 심부전 악화에 따른 입원 위험을 줄이는 데 노력하겠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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