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벌써 트럼프 당선 대비...트럼프 30년 지기와 로비 계약

김상진 2024. 3. 11. 05: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미국 대선을 앞두고 워싱턴에서 로비를 강화하는 등 대비를 서두르고 있다. ‘바이든 대 트럼프’로 대선 구도가 확정된 상황에서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클럽에서 열린 '수퍼 화요일' 경선 전야 유세에서 연설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의 측근이 대표인 로비스트 회사를 고용하는가 하면, 정부·여당 할 것 없이 트럼프 캠프와 인연이 있는 인사들을 적극 투입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도 다음 달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를 의식한 행보를 펼칠 예정이다. 한마디로 “트럼프를 상대하기 위한 전방위 태세”라는 게 일본 내 시각이다.


30년지기 로비스트 고용


가장 분주한 곳은 적진 한복판에 있는 주미 일본대사관이다. 닛케이아시아 등에 따르면 워싱턴의 일본대사관은 지난해 로비 회사 3곳과 신규 계약했다. 이들을 포함해 일본대사관이 계약한 로비 업체 수는 총 20곳으로 늘었다.

그만큼 비용도 커졌다. 미 정치권 자금을 추적하는 초당파 단체인 오픈시크릿츠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미국 내 정부 관련 로비 활동 지출액은 지난해 4945만 달러(약 656억원)로 전년 대비 13.4% 증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가까운 로비스트인 브라이언 발라드(왼쪽) 발라드 파트너스 대표. 사진 브라이언 발라드

신규 계약 업체 중 단연 눈에 띄는 곳은 트럼프와 30년 지기인 브라이언 발라드가 대표로 있는 발라드 파트너스다. 발라드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가장 강력한 로비스트”(폴리티코)라는 평가를 받던 인물이다. 또 트럼프가 자주 머무르는 플로리다에 근거지를 두고 있으며 대선 자금 모집에도 관여했을 정도로 트럼프 캠프와 가깝다.

일본대사관은 지난해 4월 발라드 파트너스와 계약을 맺었는데, 매달 2만5000달러(약 3300만원)의 수임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워싱턴 주재 한 외국 대사관 관계자는 “트럼프 복귀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일본대사관의 노력이 주목할만하다”고 닛케이아시아에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워싱턴 외교가에선 “일본의 이런 움직임이 한국과 비교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주미 한국대사관이 계약한 로비 업체는 일본은 물론 대만(6곳)보다 적은 5곳이다.

게다가 한국의 미국 내 정부 관련 로비 지출은 지난해 1208만 달러(약 160억원)로 오히려 전년보다 55.6% 급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한국이 트럼프와 접촉에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마크맨’ 자처한 아소


집권 여당인 자민당도 트럼프 외교에 팔을 걷어붙였다. 당내 2인자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재가 대표적이다. 아소 부총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2기 정권 때 줄곧 부총리를 지내며 미·일 정상회담 등을 통해 트럼프와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을 상대했었다.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는 지난 1월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접촉을 시도했다. 사진은 부총리 겸 재무상 시절이던 2019년 4월 12일 미국 워싱턴에서 촬영된 기자회견 모습. AFP=연합뉴스

당장 아소 부총재는 지난 1월 미국 뉴욕을 방문해 트럼프와 만남을 기획했다. ‘도널드-신조’ 밀월 관계로 불릴 만큼 끈끈했던 양국 정상 간 관계를 미리 복원하겠다는 의미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실상 아소 부총재가 트럼프의 ‘마크맨’을 자처한 셈이다.

결국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으나, 아소 부총재는 워싱턴에서 트럼프 캠프에 가까운 록펠러재단 간부와 만나는 등 동향 파악에 공을 들였다.

2019년 5월 2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 지바현 모바라시의 골프장에서 골프 라운딩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당시 아베 총리는 이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뒤 ″새로운 레이와 시대도 미일 동맹을 더 흔들리지 않는 것으로 만들고 싶다″고 는 글을 적었다. 연합뉴스

지난해 가을 외무성 인사에서도 일찌감치 이런 흐름이 읽혔다. 기시다 총리는 야마다 시게오(山田重夫) 외무성 외무심의관(정무 담당)을 주미대사에 발탁했다. 야마다 심의관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주미 공사, 국가안전보장국(NSS) 심의관 등을 지내며 미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가졌다.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할 적임자를 미리 보내 스킨십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이와 관련,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정부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트럼프가 정권에 복귀할 경우 바이든 행정부와 쌓아온 안보 분야에서의 협력 등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을 갖고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의식한 현장 시찰


트럼프가 대선 링 위에 오른 상황에서 다음 달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기시다 총리의 행보도 주목된다. 일본에선 다음 달 11일로 예정된 미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당파를 초월한 미·일 결속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러면서도 트럼프를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 일정도 잡혀 있다. 기시다 총리는 토요타가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 노스캐롤라이나를 시찰할 계획인데, 미국 투자 확대와 미국인 고용을 중시하는 트럼프에게 어필할 만한 요소라는 점에서다. 또 일각에선 “트럼프가 2016년 대선 당시 토요타의 멕시코 공장 건설 계획을 맹비난했던 사실을 떠올리면 이번 시찰 일정이 철저히 계획된 측면이 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 인근에 건설 중인 토요타의 전기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 배터리 공장 부지 전경. AP=연합뉴스

기시다 총리까지 나선 배경과 관련해 “이미 일본이 무역 관계 등에서 트럼프 리스크를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일례로 트럼프는 신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합병 계획에 대해 “(대통령이 되면) 즉시, 무조건 막을 것”이라 공언하며 일본 측을 압박했다. 일본 전문가들은 “기시다 총리가 최근 공석에서 ‘미·일 경제협력’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트럼프 변수에 대응한 측면이 있다”고 바라봤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