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F-21 기술유출 수사 커질듯…"인니인 추가 가담 정황"

이근평 2024. 3. 1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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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기술진의 한국형 전투기 KF-21 기술 유출 사건과 관련, 경찰의 수사 대상이 확대되는 조짐이다. 관계 기관의 수사 의뢰 대상자 외에 다른 인도네시아 기술진이 유출 시도에 가담한 혐의점이 포착되면서다.

지난해 5월 9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격납고에서 한국형 전투기 KF-21이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10일 관련 사정에 밝은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은 인도네시아 국적 A씨가 외부로 빼돌리려 했던 이동식저장장치(USB) 내 자료 중 기밀 또는 기밀에 준하는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해당 내용을 작성하는 과정에 A씨 외에 또다른 인도네시아 기술진 B씨가 적극적으로 가담했을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앞서 KF-21 공동 개발을 위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파견된 인도네시아 기술진 17명의 리더격인 A씨는 지난 1월 비인가 USB 여러 개를 지닌 채 퇴근하려다 검색대에서 적발됐다. 방위사업청·국군방첩사령부·국가정보원으로 구성된 합동 조사단은 A씨에 대해 35일간 조사를 벌인 뒤 지난 21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정식 수사를 요청했다.

합조단은 A씨의 혐의점만 명시해 경찰에 사건을 넘겼으나, 수사에 착수한 경찰이 해당 자료의 작성 경위를 따져보는 과정에서 B씨도 주목하게 됐다고 한다. 또다른 소식통은 “USB에 담겨 있던 KF-21 설계도면을 무단으로 촬영한 인물이 누구인지를 수사당국이 우선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안다”며 “추가 인물에 대한 혐의점은 이 과정에서 불거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향후 포렌식 등 과학 수사를 통해 정확한 USB 기록 과정 등을 살펴볼 전망인데, 이 과정에서 B씨도 입건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또 USB에서 인도네시아어로 작성된 다수의 보고서가 발견된 만큼 향후 수사 대상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일각에선 인도네시아 기술진의 KF-21 기술 유출 사건이 조직적·계획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합조단 조사 차원에서는 A씨가 가지고 나가려던 USB에 적게는 4000건에서 많게는 6600건의 자료가 담긴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 수사 의뢰 전 KAI는 “USB 내 자료 중 유의미한 내용은 10건 미만”이라며 “이 중 일부는 KAI가 기술 공유를 허여(許與)한 자료이지만, 무단으로 촬영된 KF-21 설계도면도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합조단에 제출했다고 한다.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의 '마지막' 단좌(1인승) 시제기인 '5호기'가 지난해 5월 16일 최초 비행에 성공했다. 작년 7월19일 시제 1호기의 첫 비행 성공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방위사업청


이에 USB에 KF-21의 3차원 모델링 프로그램인 ‘카티아’가 담긴 것 아니냐는 의혹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는데, 이 역시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대상이다. 카티아는 설계도면을 입체화한 것으로, KF-21 기술의 핵심으로 꼽힌다.

그간 KAI는 인도네시아 기술진이 KF-21 기술을 자체 학습하는 과정에서 카티아나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볼 수는 있지만, KAI의 기술을 직접 유출하는 건 엄격한 통제 시스템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경찰 수사에서는 보다 폭넓은 자료 및 진술 확보가 가능한 만큼 실제 카티아가 USB에 담겨 있었는지, 또 KAI의 입장이 사실인지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USB 내 자료가 언제부터 축적돼왔는지도 규명해야 할 대상으로 꼽힌다. 관련 기술 정보를 놓고 장기간 본국과 파견 기술진들 사이에서 공유가 이뤄졌을 수 있기 때문이다. A씨가 “USB를 전임자에게 인계받았을 뿐 USB를 KAI에서 사용한 적은 없다”고 주장하고, KAI 개발센터 내에서 해당 USB의 사용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점은 이 같은 추정을 뒷받침한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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