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수술 수가, MRI 찍는 것보다 낮아...이런걸 뜯어고쳐야"
정부의 의대 증원 근거 자료를 제시한 연구 책임자들은 지역·필수의료 기피를 막기 위해 현재의 의료 보상 제도를 손보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중앙일보 통화에서 "현행 행위별 수가제는 의료행위가 많으면 보상이 많게 돼 있다. 따라서 소아과·산부인과 등은 수요가 줄어서 당연히 수입이 줄어들고, 전공의가 지원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행위별 수가 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필수의료가 망가지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또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의무감으로, 법적으로 강권해 ‘해야 된다’ 이렇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행위별 수가제는 의료 행위를 늘릴수록 수입이 는다. 과잉진료를 유발하고, 의료 수요가 줄어드는 지역의료나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등은 제대로 보상하지 않는다.
홍 교수는 “생명을 살리는 응급수술의 수가가 MRI(자기공명영상) 한번 찍는 수가보다 낮다”라며 “생명의 가치를 기반으로 수가 체계를 전환하지 않으면 필수의료 체계를 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 진료(진찰 ·입원, 85.1%), 수술(81.5%), 처치(83.8%) 등의 건강보험 수가는 원가에 훨씬 못 미친다. 영상검사(116%) 나 검체 검사(142%)는 과잉 보상한다. 의료 행위의 가치나 사망률 등을 따져 수가를 차등 지급하자는 것이다.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도 “행위별 수가제는 빈도가 높지 않으면 수입이 줄 수밖에 없다”며 “바이털(필수의료) 진료과는 한밤중에도 (환자 보러 병원에) 간다. 또 상대적으로 빈도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보상이 제대로 안 되면 의사 등의 종사자가 떠날 수밖에 없다. 구조적으로 이런 문제를 정리해야 하는데 이번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서 세부적으로 정리하지 않았다. (필수 분야) 보상을 높이기로 방향을 잡았고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으니 지켜보면 어떨까 싶다”라고 했다.
홍윤철 교수는 지역 완결 의료체계를 강조했다. 그는 “지역의 의원부터 의료원·중소병원·상급종합병원 등을 엮어서 네트워크를 이뤄 환자 중심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의료 서비스 제공 체계를 만들면 지역의 수준이 달라진다”라며 “네트워크 의료의 성과 중심 수가체계, 가치 기반 의료체계로 갈 때 진정한 의료개혁이 이뤄져 지역 의료가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도 보상 체계의 공정성을 기하고 지역의료 강화가 우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권 박사는 “현재 수가 체계는 보상 수준의 높낮이가 안맞다”라며 “가령 MRI 검사의 보상은 높고 의사의 온전한 인력이 투입되는 진찰료 등은 낮다. 병원 원가 체계가 어떻게 되는지, 수가가 비정상적으로 낮은지, 어디가 낮은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정현 박사는 필수의료 지원을 위해 ‘중부담 중복지’로 건강보험 보장 체계를 전환하는 것을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주장했다. 권 박사는 “필수의료 패키지 등을 시행하려면 건강보험료 부담을 어느 정도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 박사는 환자가 바로 상급종합병원으로 가는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대 정원을 늘릴 때 지역 의대 위주로 배정하고, 지역 인재 전형을 독려하면서 일정기간 후에는 지역 근무를 의무화하는 지역의사제도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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