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건국전쟁, 농지개혁, 좌우합작의 나라
‘민주당스러운’ 정책 채택 덕분
동아시아 경제기적의 토대는
‘좌파’의 농지개혁을
우파가 수용해 시행한 것
한국이 성공한 진짜 이유
좌-우 ‘이념전쟁’에 매몰되지
않았기 때문임을 잊지 말아야
1987년 민주화 이후 9번의 총선이 있었다. 이 중에서 ‘불리한 판세를 뒤집은’ 대표적인 사례로 2012년 총선을 앞둔 박근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사례를 꼽는다. 이에 대해서는 진보-보수, 민주당-국민의힘 전문가 모두 이견이 없을 정도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도대체 어떻게 ‘불리한 판세를 뒤집는’ 것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핵심 비결은 ‘약점 보완’이었다. 더 정확하게는 ‘민주당스러운 정책’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 김종인, 이상돈 교수, 이준석을 영입했다. 김종인은 ‘경제민주화’를 상징했고, 이상돈은 ‘4대강 반대’를 상징했고, 이준석은 ‘고령층’에 갇힌 지지층을 탈피하기 위해서였다. 이명박정부와 여당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다른 한 축으로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내걸었다. 재벌의 순환출자 규제,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초연금 20만원으로 상향 등 ‘민주당스러운’ 정책을 대거 채택했다. 일부 민주당 쪽 사람들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말로만’ 경제민주화를 내걸고 나중에는 공약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일부 공약 위반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집행된 공약 역시 매우 많았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민주당스러운’ 사람들을 영입하고, ‘민주당스러운’ 정책을 도입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 1991년 소련의 붕괴가 전 세계 좌파에게 충격이었다면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는 전 세계 우파에게 큰 충격이었다.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등에서도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비판적인 견해들이 부상하고, ‘포용적 성장론’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다큐멘터리 ‘건국전쟁’이 최근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건국전쟁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비난받는 내용을 해명하고, 업적을 재조명하고 있다. 내용 전반에 걸쳐 강한 ‘이념전쟁’의 성격을 갖고 있다. 즉, 우파의 업적은 찬양하되 좌파에 대해서는 매우 비판적이다.
건국전쟁에서 이승만 대통령의 업적으로 찬양하는 대표적인 것은 ‘농지개혁’이다. 농지개혁은 분명 이승만 대통령의 업적에 포함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연평균 5.5%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30년 이상 달성했던 나라는 매우 드물다. 대표적인 나라는 일본, 한국, 대만, 덩샤오핑 이후의 중국이다. 재밌게도 이들 네 나라의 공통점은 ‘농지개혁’을 했다는 것이다. 건국전쟁에서는 마치 한국만 농지개혁을 했던 것처럼 다룬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하필 이들 네 나라는 왜 농지개혁을 하게 됐을까. 결론부터 말해 농지개혁은 ‘좌파 정책을 우파가 수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동북아시아에는 공산주의운동의 양대 축이던 소련과 중국이 있었다. 공산주의 압력이 가장 강했던 지역이다. 북한과 중국은 ‘농지개혁’을 명분으로 농민을 정치적으로 조직했다.
일본의 농지개혁은 미군정이 주도하고, 일본 정부도 동의했다. 왜? ‘공산화를 막기 위해’ 농지개혁이 필요하다고 봤다. 한국도 ‘공산화를 막기 위해’ 농지개혁을 해야만 했다. 대만 장제스의 경우 국공내전에서 패배한 이후에야 대만에서 농지개혁을 실시한다. 더 일찍 농지개혁을 했다면 국공내전에서 패배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한국에서 실시된 1948년 제헌의회 총선에서 모든 정치세력은 농지개혁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한국의 농지개혁은 이승만의 단독 업적이 아니다. 미군정의 압력과 조봉암을 비롯한 진보적 정치세력, 이승만 대통령, 그리고 공산주의운동의 압력이라는 4개의 세력이 상호작용한 결과였다.
건국전쟁은 내용 전반에 걸쳐 우파는 옳고 좌파는 틀리다는 인식을 깔고 있다. 이를테면 지하철의 ‘예수천당, 불신지옥’처럼. ‘우파천당, 좌파지옥’의 세계관에 기초해 있다. 만일 당시 미군정과 이승만이 ‘우파천당, 좌파지옥’의 세계관에 사로잡혀 있었다면 ‘좌파적 정책’인 농지개혁을 채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은 정말로 북한 공산주의 세력에게 넘어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농지개혁의 진짜 교훈은 무엇인가. 일본, 한국, 대만에서 실시된 농지개혁은 ‘좌파 정책을 우파가 수용한’ 대표적 사례다. 2012년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민주당스러운’ 정책을 채택해 선거에서 승리한 원리와 같다. 한국이 성공한 진짜 이유는 ‘이념전쟁’에 갇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국민 과일’ 사과의 위기… 수입금지에 재배도 줄어
- 비례대표 지지율 15%…힘 받은 조국, 지역구 출마도 검토
- “직원들, 1시간 넘게 딴짓”… 주4일제는 ‘동상이몽’
- “속옷만 입은 여성이”… 日 자민당 ‘청년파티’에 발칵
- “이게 아닌데”… 간호법 재논의 ‘초강수’에 의협 반발
- “일본 가면 신라면 드시라”…한국인들 울리는 비교 영상
- AI 랠리 탑승 못한 삼성전자, 투자자 박탈감은 커진다
- “롯데리아 너마저” 발길 끊긴 이대앞·신촌 [핫플의 추락①]
- 노부모 연금으로 도박해 빚까지… “부모 유산만 기다려”
- ‘불금 롯데월드’ 통으로 빌렸다…1만 가족 초청한 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