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애터미 회장 박한길 (11) 산사태로 안방까지 토사 밀려와… 급류 속 겨우 피신

윤중식 2024. 3. 11.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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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여름에 홍수로 인해 우면산 산사태가 크게 나서 세간의 주요 뉴스가 된 적이 있었다.

창밖을 보니 마당이 급류의 강이었다.

허리까지 넘치는 급류 속을 아내의 손을 잡고 아들과 건너편 콘크리트로 지은 옆집으로 겨우 피신했다.

급류를 건너면서도 나는 우리 셋이 죽더라도 작은아들이 군대에 있으니까 경영에 극단적인 혼선을 면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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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폭우로 우면산 산사태 발생
수압에 못 이긴 거실 벽 무너져
다음 날엔 비행기 요동으로 진땀
모두 주님 사랑임을 깨닫고 회개
2011년 서울 우면산 산사태에서 피해를 입은 박한길 회장 자택 앞마당 모습. 박 회장은 당시 아내와 아들과 함께 옆집으로 대피해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2011년 여름에 홍수로 인해 우면산 산사태가 크게 나서 세간의 주요 뉴스가 된 적이 있었다. 일일 강수량 350㎜. 당시 관측 이래 최대 폭우였다. 그때 내가 살던 집은 우면산 남쪽 사면 골짜기에 있었다. 전날 밤 세미나를 마치고 늦게 집에 돌아와 곤한 잠을 자고 있었는데 아내가 다급히 깨웠다.

창밖을 보니 마당이 급류의 강이었다. 온통 흙탕물에 산에서 쓸려온 통나무들이 떠내려가고 있었다. 대문 기둥에는 산에서 쓸려 내려온 통나무들이 2층 높이보다 높게 쌓여 있었다. 뒤 창문으로 내다보니 없던 개울이 생겨 폭포수처럼 흐르고 있었다. 수압에 못 이겨 거실 벽이 갑자기 안쪽으로 무너지며 토사가 거실을 지나 안방까지 휩쓸고 들어왔다. 집 앞뒤로 흐르는 급류가 건물의 기초를 침식하면 미국식 통나무집이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것 같았다. 허리까지 넘치는 급류 속을 아내의 손을 잡고 아들과 건너편 콘크리트로 지은 옆집으로 겨우 피신했다. 옆집 상황은 더욱 위태로웠다. 옆집 아주머니와 할아버지가 급류에 떠내려갔다. 다행히 아주머니는 떠내려가다가 나뭇가지에 걸려서 살았지만, 안타깝게도 할아버지는 1km쯤 떨어진 곳에서 시신으로 발견되고 말았다.

우리 가족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급류를 건너면서도 나는 우리 셋이 죽더라도 작은아들이 군대에 있으니까 경영에 극단적인 혼선을 면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폭우가 그친 후 다음 날 토사에 엉망이 된 가재도구들을 급히 빈집을 얻어 옮기도록 부탁하고, 다음 날 나는 캐나다와 미국 세미나 일정이 잡혀 있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긴박한 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토론토에 거의 다 왔는데 비행기가 갑자기 요동쳤다. 커피잔이 다 쏟아졌다. 그리고 토론토 공항에 착륙하겠다고 내려가더니 착륙하지 못하고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 결국 한 시간 거리의 몬트리올공항으로 피신한다고 했다. 수없이 비행기를 탔지만 그런 일은 처음이었다.

나는 몸을 가눌 수 없는 비행기 안에서 ‘하나님! 왜 이러세요. 어제는 산을 무너뜨려 집을 덮치시더니 오늘은 왜 비행기를 이렇게 흔들어 대세요! 제가 무얼 잘못했나요’ 하는 순간 머릿속에 번개처럼 스치는 것이 있었다. ‘아! 100억원!’ 나는 소리를 지를 뻔했다.

며칠 전 일이었다. 회사 현금 잔고를 들여다보다 빙긋이 웃었다. ‘오늘 회사가 문을 닫아도 100억원은 남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 100억이라는 돈이 포근하게 느껴졌다. 몇 년간 밤낮없이 매진했던 하루하루가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영혼까지 안식이 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질투하시기까지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은 내가 하나님이 아닌 맘몬 앞에서 안식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시는구나! “하나님 저 좀 내버려 두시면 안 돼요? 저 같은 인생이 뭐라고 이렇게 챙기세요!” 월세방에 찾아오셨던 사랑 넘치는 주님은 “네가 알잖아!” 하셨다. 나는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리며 “네, 알아요! 주님이 나를 사랑하셔서 이렇게 찾으시는 것! 이제는 억만금이 있어도 주님만 바라볼게요.” 나는 비행기가 다시 토론토공항으로 돌아오기까지 5시간을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깨가 들썩이며 기도한다. 회사 현금 잔고가 그때보다 더 쌓여 있지만 그저 주님이 맡기신 것이고 나는 청지기일 뿐이다. 내 영혼의 안식은 주인이 맡기신 물질에 안겨 누리는 것이 아니라 주인 품에 안겨 누리는 것임을 고백한다.

정리=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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