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선 D-30, 네거티브 올인 접고 입법 공약 내놓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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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묻지마 비방전 날 새우며 유권자 무시
재원 조달 방안 없는 공약은 대국민 사기극
22대 총선이 오늘로 D-30이지만 여야 간 네거티브 공방만 치열할 뿐 건설적인 공약·정책 경쟁은 실종 상태다. 상대 당을 악마화하는 데만 골몰할 뿐, 자신들이 다수당이 되면 어떤 일을 하겠다는 건지는 지나가는 말로 한두 마디 던지는 식이다.
한국은 대통령제 국가지만 국회 권력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세대별·성별·계층별 분화가 가속화되는 흐름에서 다양한 시민사회의 요구를 수렴하고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데 입법부의 역할은 막중하다. 또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주택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킨 ‘임대차 3법’, 영세기업주들의 발등의 불이 된 ‘중대재해처벌법’처럼 국회가 다루는 법안들은 민생과 직결된 것이 수두룩하다. 그 때문에 각 정당은 기본 노선과 추구하는 정책을 유권자에게 상세히 알려 투표의 선택 기준으로 삼도록 해야 한다.
현실은 어떤가. 각 당은 노골적 비방전에만 전력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감옥 가기 싫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종북 세력과 야합했다”고 비난하면,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이 3·15 부정선거 이후 최악의 관권 선거를 자행하고 있다”고 반격하는 식이다. 유권자들이 궁금한 것은 그런 비난들만이 아니다. 가령 최대 현안인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 각 당은 어떤 생각인가. 의사들의 파업을 중단시킬 복안은 무엇인가. 22대 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당장 그들이 답해야 할 문제들이다.
그동안 단편적으로 던진 공약들도 따져 볼 대목이 많다. 국민의힘은 다수당이 되면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회복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과거와 같은 인권침해 논란을 방지할 대책은 충분한가. 김포·구리·하남 등지를 서울에 편입시키겠다는데 과연 부작용은 없을까.
민주당은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데, 쌀시장을 왜곡하고 세금만 낭비하는 것은 아닐는지. 1인당 1개의 생계비 계좌를 만들어 해당 계좌에 예치된 금액 중 최저생계비 이하 금액은 압류를 금지시킨다는데, 이를 채무자가 악용하면 어떡하나.
이런 난제들이 얽혀 있는데 여야가 꼬투리 잡기 상호 비방으로 소일하는 건 유권자를 극도로 무시하는 행태다. 어차피 우리를 찍어줄 텐데 엉뚱한데 힘 쏟지 말자는 속내일 터다. 결국 유권자가 나서야 한다. 저출생·지방소멸·이민·통일 등 국가적 어젠다에 대해 각 당이 어떤 비전·플랜을 제시하는지 꼼꼼히 살펴보자. 모든 공약 입법엔 재원 조달 방안이 명기됐는지를 확인하고, 그렇지 않은 공약은 대국민 사기로 간주하자. 어떤 정책이 자신과 나라에 보탬이 되는지 잘 판단하고 한 표를 행사하자. 모든 정치혁명은 주인인 시민의 각성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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