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배의 시선]통진당 세력은 어떻게 부활했나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둘러싸고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말이 나왔다. 그런데 진짜 횡재를 한 곳이 있다. 바로 민주당 주도의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참여하는 진보당이다. 민주당과의 합의에 따라 원내 3석은 기정사실이고 추가 확보 가능성도 있다.
진보당은 경기동부연합 등 옛 통합진보당 잔존 세력과, 전에 갈라섰던 다른 세력이 통합하며 2017년 창당했다. 당시엔 민중당이었고 2020년 진보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범민련 사무처장 출신인 민경우 시민단체 길 대표는 “진보당은 인적으론 통진당과 거의 유사한 정당”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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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제휴 비례 3석 이상 확보
비정규직 노동운동 통해서 활로
이석기 복권·한미동맹 파기 주장
」
민주당을 탈당해 개혁신당으로 간 이원욱 의원은 지난달 말 페이스북에 “경기동부연합 등 이념 세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라는 정치인을 숙주로 성남시·경기도를 지나 이제는 국회까지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라고 썼다. 경기동부연합은 NL(민족해방) 또는 주사파 운동권 조직의 하나로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의 당권을 장악했던 곳이다. 단체는 해산됐지만 하나의 정치·운동 집단을 지칭하는 용어로는 여전히 유효하다.
경기동부는 2012~14년 뉴스의 중심에 있었다. 2012년 5월 통진당 중앙위원회 회의장에서 폭력 사태가 일어났다. 한 당원이 조준호 전 공동대표의 뒷머리를 잡아당기는 장면이 대서특필됐다. 비례대표 부정 경선 문제로 수세에 몰린 경기동부 등 당권파가 회의 진행을 방해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2013년 8~9월 이석기 당시 통진당 의원과 통진당 경기도당 관계자 등이 구속됐다. 그해 5월 130명이 모인 자리에서 유사시 전화국 접수, 유류 저장고 타격, 사제 폭탄 등의 발언이 나온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앞서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하며 정전협정 무효화와 전시 상황 돌입 선언을 한 때였다. 구체적 실행 계획이 없다는 이유로 내란음모는 인정되지 않았지만 내란선동 혐의는 유죄로 나왔다. 2014년엔 헌법재판소가 통진당을 위헌 정당으로 판단하고 해산 결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경기동부와 통진당의 후예들은 부활했다. 이런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을 써 파장을 일으켰던 정치학자 임미리가 2014년 낸 책 『경기동부』엔 조직의 성장 과정이 잘 나와 있다. 그는 서울 철거민이 집단 이주한 성남이란 지역에 주목했다. 연고가 있는 대학생과 외부 운동가가 모였고, 91년 성남연합이 결성됐다. 이후 용인·하남 등지로 세를 키우면서 97년 경기동부연합으로 확대됐다.
응집력과 활동력은 대단했다. 96년 북한에서 수해가 나자 성남연합 회원 50여명이 북한에 쌀 보내기 운동을 시작해 3개월 동안 1만5000가구를 방문해 5500가구에서 220가마의 쌀을 모았다고 한다. 책의 한 대목을 보자.
“서민 생활에 밀착된 운동 방식과 특유의 헌신성으로 지역 기반을 강화하고 세력을 확대했다. 활동 무대를 지역에서 중앙으로 사회운동에서 정당 활동으로 넓혀가기 시작했다.”
저자 임미리는 이들의 자기 보존 의식과 패권주의도 지적했다. 진보정당 안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거짓말과 부정을 서슴지 않았고, 문제가 됐을 때는 자기 식구를 끝까지 옹호했다.
지난해 4월 전주시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당선된 진보당 강성희 의원은 등원 첫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석기 전 의원의 명예 회복과 복권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노동운동을 한 강 의원은 이석기와 같은 외대 용인캠퍼스 출신이며 2014년 지방선거에서 통진당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자신이 주사파였다고 말하는 민경우 대표는 지난해 9월 e북으로 출간된 『군자산의 약속』에서 "2013년 이석기가 구속되면서 주사파는 비정규직에서 새로운 활로를 구한다. (...) 주사파 특유의 강인한 활동력이 결합하면서 주사파는 비정규직 노동운동을 거점으로 민주노총과 진보당에서 근거를 마련했다. 주사파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라 할 수 있다"라고 썼다. 민 대표는 최근 통화에서 " 어느 정도 신규 인원을 확보하면서 이들이 조직 재생산을 해냈다"고 말했다.
북한이 통일을 부정하고 대한민국을 적대국으로 선언했는데 진보당 인사들은 한미동맹 파기를 외친다. 이석기는 여전히 명예 회복의 대상이다. 시대착오적 이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반성하지 않는 경기동부의 자기 보존 의식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진보당은 곧 원내에서 무시할 수 없는 정당이 된다. 수권 정당이 되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의구심에 후련한 답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김원배 논설위원 oneb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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