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읽기] 중국 총리, 낮춰야 산다
오늘은 중국의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 폐막일이다. 지난 31년간 이날은 중국은 물론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양회 폐막 직후 총리가 중국의 국정 상황을 직접 설명하는 총리 기자회견이 1993년부터 매년 열렸기 때문이다. 정보 얻는 게 하늘의 별 따기인 중국 상황에서 이는 매우 귀중한 자리였다. 한데 올해부터 이게 사라졌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더는 열리지 않는다고 한다. 왜?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유일한 존엄’이 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위상에 조금이라도 누가 돼선 안 되기 때문이다. 양회는 원래 총리가 광을 내는 행사다. 개막일 정부업무 보고부터 폐막일 기자회견까지 모두 총리가 한다. 개성 넘치는 언사로 총리의 기개를 드러낸다. 총서기-총리 투톱 시스템일 때는 이게 가능했다. 한데 이제 그런 모습은 불경이다. 시진핑 비서실장 출신인 리창 총리가 이를 모를 리 없다. 총리는 낮추고 시진핑은 돋보이는 행사로 양회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총리가 답해야 할 내용이 궁색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침체의 중국 경제를 어떻게 부양할 것이냐는 질문이 쏟아질 게 뻔하다. 한데 지난해 가을 열었어야 할 시진핑 집권 3기 5년의 경제정책 기조를 정하는 중공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삼중전회·三中全會)를 아직도 개최하지 못하고 있다.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 아예 기자회견 자체를 없앤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세 번째는 시진핑 시대 리창 총리의 생존 전략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시진핑 3기는 상하이방 등 견제 세력이 사라졌다. 이제는 시진핑 파벌, 즉 시쟈쥔(習家軍) 내부의 파벌 싸움이 격렬하게 전개 중이다. 친강 전 외교부장과 리상푸 전 국방부장 등 고위 인사의 갑작스러운 낙마 배경엔 시진핑 사람들 간의 파벌 싸움이 작용하고 있다는 게 중국 사정에 밝은 이의 전언이다. 겉으론 부패 혐의 운운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대 파벌을 공격하는 고발이 줄을 잇고 있는 게 중국 현실이다.
현재 가장 격렬한 대립은 서열 2위 리창 총리와 5위 차이치 정치국 상무위원 간에 벌어지고 있다. 차이치는 시진핑의 경호를 책임지는 문고리 권력이다. 리창 입장에선 점수를 따는 것도 중요하나 실수를 안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외신도 상대해야 하는 총리 기자회견은 자칫 화를 부를 수 있다. 그럴 바엔 안 하는 게 낫다. 총리 기자회견이 사라지게 된 진정한 원인으로 보인다. 존재감이 사라져야 살아남는다. 시진핑 시대를 사는 리창의 처세다.
유상철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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