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의 두번째 전기차, 마칸

정소진 2024. 3. 11.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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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한가운데서 마칸과 마주한 순간, 우리를 더 먼 세상으로 이끌 전기차의 비전이 보였다.
마칸 일렉트릭의 터보 모델.

세 번째 방문하는 싱가포르. 그간의 여행을 떠올리니 이런 경험을 열거하게 된다. 칠리 크랩, 타이거 맥주, 마리나 베이 샌즈, 오키드 가든…. 뻔하다면 뻔하지만 동시에 모두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포르쉐는 왜 나를 이곳으로 불렀을까? 포르쉐의 두 번째 전기차 ‘마칸 일렉트릭(Macan Electric)’을 공개하는 자리가 왜 싱가포르일까? 의문을 품은 채 비행이 시작됐다. 5년 만에 마주한 창이공항은 더 발전한 모습이었다. 반듯하게 세워진 야자수들, 1000마리의 나비를 관찰할 수 있는 온실, 희귀 난초와 선인장이 빼곡한 공간, 이 모든 게 창이공항에 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실내 폭포를 비롯해 식물 120종과 2500그루의 나무, 10만여 개의 관목이 있는 포레스트 밸리는 자연 그 자체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내쉬었다. 숨통이 트였다. 공항부터 자연친화적인 싱가포르는 자동차 산업에서도 지속 가능성을 묻는다.

월드 프리미어 행사가 진행된 가든스 바이 더 베이 풍경.

싱가포르 정부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해 2040년까지 내연기관 차량을 퇴출시키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디젤 차량은 2025년부터 신차 등록이 불가능해진다. 정부는 전기차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국립 전기차센터를 설립했고,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 및 확장, 보조금 지원 등을 내걸어 생태계 육성에 힘쓰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순수 전기차 마칸 일렉트릭을 공개하기로 한 포르쉐의 결정이 이해된다. 또한 포르쉐는 싱가포르에 스튜디오를 차렸다. 이곳에선 포르쉐 빈티지 모델 356과 911 카레라 3.2를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다. 포르쉐만의 화려한 미적 패턴을 담은 굿즈와 레이싱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 포르쉐의 수많은 기록이 전시된 공간, ‘베이커 앤 쿡’과 포르쉐가 선보인 카페 ‘카레라’까지. 눈과 입이 즐거운 스튜디오는 포르쉐 싱가포르 지사 옆에 자리한다. 그렇다면 이젠 마칸 일렉트릭을 감상할 차례. 월드 프리미어 행사를 위해 마리나 베이에 있는 가든스 바이 더 베이로 향했다. 이번 행사에서 포르쉐는 마칸 4와 마칸 터보, 두 가지 전기자동차 모델을 선보였다. 57층 높이를 자랑하는 랜드마크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을 배경으로 보랏빛으로 물든 정원 중심에 마칸 4와 마칸 터보가 우뚝 서 있었다. 나를 우두커니 응시하는 두 차량은 외관부터 마음을 적잖게 흔들었다. 포르쉐의 자랑인 911과 처음 마주했을 때와 비슷한 자극이었다. 나는 왜 마칸4와 마칸 터보에 설렐까?

공기저항계수가 훌륭한 마칸 5

한국 자동차시장, 더 좁혀 포르쉐 차종 중 마칸을 선호하는 건 여성이 우세하단다. 그이유를 알 것도 같다. 동글동글 귀엽게 생겨 공격적이지 않고 오히려 친근하다. 전기차라 바닥에 배터리가 들어선 만큼 차체가 높고 전면부가 약간 부푼 모습이다. 둥근 외형 덕분에 공기저항계수도 훌륭하다. 더 부드럽게 잘 달릴 수 있다. 마칸 제품 라인 부사장 ‘요르크 케르너’“마칸 일렉트릭은 인상적인 드라이빙 다이내믹과 조향 감각뿐 아니라 스포티한 시트 포지션과 낮은 무게 중심 덕분에 스포츠카 느낌이 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푸근한 외형 덕에 ‘거침없이 액셀러레이터를 밟아주세요!’라는 문구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부담이 없다. ‘마음 가는 대로 다뤄주세요’라고 말하는 듯한 친근함은 램프 모양에서도 느껴졌다. 이전 모델의 날카롭게 치켜뜬 것 같은 램프가 소심하게 실눈을 뜬 것처럼 얇은 직선 형태로 바뀌었다. 헤드램프는 실눈 아래에 빼꼼히 숨어 있다. 귀여운 요소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 일단 예쁘다. 중형 SUV답게 크기도 적당하고 디자인이 멋지다. 색감도 개성 있고 우아하다. 특히 마칸 터보 모델은 펄이 은은하게 반짝인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동시에 구현한 마칸 일렉트릭 내부 모습.

포르쉐 총괄 디자이너 마이클 마우어의 말처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포르쉐의 모습이 흠뻑 담겼다. 포르쉐 최초의 한국 디자이너가 외장 디자인 리드 디자이너로 참여했다는 점 또한 매력 포인트. 무거운 짐을 넉넉히 실어주는 친절함도 갖췄다. 전동화로 마칸 일렉트릭의 트렁크 용량은 더욱 커졌다. 2열 시트 뒤쪽의 트렁크 용량은 최대 540ℓ까지 늘어난다. 또 보닛 아래에는 84ℓ 용량의 두 번째 수납공간 ‘프렁크’도 있다. 이 둘을 합친 전체 수납공간은 이전 모델 대비 127ℓ나 늘어났다. 실용성을 한층 높여준다. 마칸 일렉트릭에 의지해 몸을 맡겨도 되는 이유가 또 있다. 마칸 일렉트릭은 마칸 최초로 리어 액슬 스티어링을 탑재했다. 도심을 주행할 때나 긴급 기동 시 11.1m의 작은 회전 반경을 가능하게 해주며 고속주행 때도 안정감을 선사한다.

새롭게 변화된 얇은 직선 형태의 램프.

한편 포르쉐는 마칸을 전기차 전용 모델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제 마칸의 내연기관 시대는 끝난 것. 내연기관의 왕좌 포르쉐 입장에서는 꽤 과감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결심으로 생각하면 될까? 포르쉐와 함께하는 싱가포르 여행에서 칠리 크랩, 타이거 맥주, 마리나 베이 샌즈 풍경을 또다시 경험했지만, 이전의 여행과는 다른 점이 있다. 포르쉐의 비전이 선명해졌다는 것. 마칸 일렉트릭이 갖춘 귀여움과 친절함, 다이내믹함 그리고 포르쉐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공격적인 결심까지. 이 모든 것을 헤아리니 포르쉐의 미래가 더욱 궁금해진다. 우리를 얼마나 더 먼 세상으로 인도해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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