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앵콜’만 10곡, 아이유의 ‘음악 편지’ [쿡리뷰]
3~8월 월드투어 후 9월 서울 앙코르 공연 개최
공연장에서 건네받은 선곡표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2차 앙코르. 자유곡. 현장에서 결정.’ 어느 곡을 부를지는 물론이고 몇 곡이나 부를지도 정해두지 않았다는 뜻이다. 선곡표를 이처럼 대담하게 채운 가수는 ‘음원 퀸’으로 유명한 아이유. 그는 예정된 23곡을 다 소화하고도 ‘앵앵콜’(두 번째 앙코르)로 기어이 10곡을 더 불렀다. 10일 서울 방이동 K스포돔에서 개최한 ‘2024 아이유 허 월드투어’(2024 IU H.E.R. World Tour) 공연에서다. 오후 5시에 시작한 이 공연은 4시간을 훌쩍 넘긴 뒤에야 끝났다.
아이유는 ‘공연에 진심’이다. 돈이든 시간이든 체력이든 아끼지 않고 쏟아붓는다. 이날도 그랬다. 시작부터 범상치 않았다. “당신이 진짜 원하는 것에 대하여. 다시 꾸는 꿈에 대하여”란 내레이션 뒤로, 허공에 매달린 한 평 남짓한 보조 무대 위에서 아이유가 나타났다. 지난달 발매한 신보 타이틀곡 ‘홀씨’를 부르면서였다. 1만3000여개의 응원봉이 박자에 맞춰 물결을 만들기 시작했다. 흡사 발광하는 홀씨들 같았다. 아이유는 공연장 바닥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노래에 어울리는 영상을 바닥에 비춰 공연을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백미는 앙코르였다. 아이유는 부를 곡을 미리 정해오는 대신, 즉석에서 관객들의 요청을 받아 노래를 부르고 부르고 또 불렀다. 본 공연에서 이미 ‘쇼퍼’(Shopper) ‘관객이 될게’ ‘러브 윈즈 올’(Love wins all) 등 신곡과 ‘밤 편지’ ‘내 손을 잡아’ ‘너랑 나’ 등 히트곡을 충분히 부르고 난 후였다. 그런데도 앙코르 때 반가운 노래가 끝도 없이 나왔다. ‘분홍신’ ‘이런 엔딩’ ‘을의 연애’ ‘에필로그’ 등 장르도 다양했다. 볼거리와 들을 거리가 ‘혜자로운’(넉넉한) 공연으로 소문이 나서일까. 아이유 콘서트 티켓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지난 2·3일과 9일 등 총 4일간 열린 이번 공연은 팬클럽 선예매만으로 매진됐다.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약 6만 관객이 서울 공연을 다녀갔다.
이번 공연은 객석이 무대를 둘러싼 일명 ‘360도 공연’으로 꾸며졌다. 관객들은 거대한 은하수가 돼 아이유를 감쌌다. 아이유는 2019년 한국 여성 솔로 가수로는 가장 먼저 360도 공연을 시도했다. 2022년엔 마찬가지로 한국 여성 솔로 가수 최초로 서울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공연을 열었다. 히트곡이 많다고만 될 일은 아니다. 가창력이 뛰어나다고 가능할 일만도 아니다. 가수의 역량과 더불어 관객의 애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유애나’로 불리는 아이유의 팬덤은 공연을 완성하는 존재가 결국 관객임을 이날 보여줬다.
이들은 열렬히 환호했고 정성껏 들었다. 아이유의 시선이 닿을 때마다 성은이라도 입은 양 환호성을 쏟아냈다. 노래 중간중간 넣는 응원구호와 ‘떼창’엔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러면서 음악에도 귀를 기울였다. 인기 가수 공연 중 보기 드물게 공연을 촬영하는 이가 적을 정도였다. 음악은 가수의 마음이 담긴 편지. 팬들은 정성껏 그 편지를 받아 자기만의 방식으로 읽어내는 듯했다. 긴 설명은 오히려 구차했다. 아이유는 “제가 여러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길게 말하는 것보다 이 곡을 목 터져라 부르는 게 나을 것 같다”며 ‘러브 윈즈 올’을 불렀다. ‘사랑은 미움을 이긴다’고 믿게 해준 이들에게 아이유가 보내는 연서였다. 관객들은 “고마워”라고 연호했다.
아이유는 해외 곳곳에서도 팬들과 교감할 예정이다. 오는 23일 일본 요코하마를 시작으로 8월까지 아시아, 유럽, 북미 18개 도시를 찾아가 공연을 연다. 티켓은 이미 ‘완판’됐다. 아이유는 투어를 마친 후 서울로 돌아와 다시 관객을 만난다.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아이유는 9월21~22일 서울 성산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앙코르 콘서트를 개최한다. 아이유는 “앙코르 콘서트는 지금과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해볼 생각”이라며 “월드투어를 하다가 시차 적응이 되지 않거나 컨디션이 떨어지는 날엔 오늘을 떠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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