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인데, 의대 증원 반대" 의사가 쓴 글?…사칭 논란

과거 의사로 쓴 글 확인되며 정체 의혹
정부, 의협 간부 업무 방해 혐의 고발

정부와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들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의사가 간호사를 사칭해 '의대 증원 반대' 여론전을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다.

10일 소셜미디어(SNS) 등에 따르면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고려대학교의료원' 소속의 글쓴이가 '국민들은 귀족을 혐오하면서 동시에 귀족이 되고 싶어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간호사들도 응급환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을 하고, 응급 약물을 투여할 수 있게 허용한 가운데 7일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간호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글쓴이는 "내가 간호사인데도 불구하고 의대 증원을 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글을 써보며 설득해보려 했지만, 그저 되돌아오는 답변은 밥그릇이었다"며 "의사 집단 내에서도 혐오하는 '의사면허 가진 범죄자'를 일반화하는 국민이 답답하다"고 적었다.

그는 본인이 이번 사태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간호사임에도 의대 증원 정책이 잘못됐다고 느낄 만큼 정부 방침이 불합리하다는 주장을 펼치려 했으나, 이 글을 읽은 한 네티즌이 '이 사람 의사다'고 주장해 사칭 논란이 일고 있다.

네티즌은 글쓴이가 과거 작성했던 댓글을 캡처해 올렸는데, 캡처된 글에는 글쓴이가 과거 "이 글을 보고 필수과 수련을 중단하고 타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며 "저도 사명감을 갖고 들어왔지만, 오히려 현장은 몸을 갈아 넣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고 교수직도 보장받지 못한다"고 썼다. 이어 "우리나라 필수 의료는 답이 없다"며 "제가 살린 분들에게도 욕을 먹고 있으니 허탈하다. 정부도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으니 필수 의료의 희망은 없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르면 글쓴이는 과거 의사로서 고충을 토로하다 최근 '나는 간호사'라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선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장기화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떠도는 '가짜 뉴스'가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일부터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의협이 집단행동 불참 전공의 명단 작성을 지시했다는 정체불명의 '블랙리스트' 문건이 확산하면서 경찰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이와관련 의협은 "(인터넷에 돌고 있는 위협의 집단행동 지시 공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소진 기자 adsurdis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