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죽음을 국가가 지원합니다” [편집장 레터]

김소연 매경이코노미 기자(sky6592@mk.co.kr) 2024. 3. 1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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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세 넘은 국민의 안락사 도와주는 제도 ‘플랜 75’ 영화
현실에서는 ‘더불어 살아보기’ 위한 방안 찾는 中

“75세 이상 국민에게 국가가 죽음을 권하다.”

이게 무슨 개뼈다귀 같은 소리냐고요? 최근 개봉한 일본 영화 ‘플랜 75’의 광고 포스터 문구입니다.

초고령 사회에 들어간 어느 미래의 일본 정부는 청년층 부담을 줄이기 위한 특별 대책인 ‘플랜 75’를 수립합니다. 그리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죠.

영화의 얼개는 간략합니다.

‘플랜 75’는 75세가 넘은 국민이 ‘플랜 75’에 가입하겠다는 서약을 하면 정부가 생을 정리할 돈 10만엔을 주고 안락사를 시켜주는 제도입니다. 작은 아파트에서 혼자 살면서 호텔 룸메이드로 일하는 78세 여성 ‘미치’. 어느 날 갑자기 실직 통보를 받고 허탈한 발걸음을 옮겨 집에 돌아오는데, 설상가상 재개발을 앞둔 아파트 문에 ‘철거 예정’이라는 통지문까지 붙어 있습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미치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복지 제도는 없고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산더미 같은 와중에 한 통의 전화를 받습니다.

“플랜 75를 신청하세요.”

“실제로 도중에 그만두려는 분이 많으세요. 노인분들이 취소하지 않게 잘 유도하셔야 해요.”

‘미치’에게 ‘플랜 75’에 가입하라는 전화를 건 콜센터 직원을 비롯해 ‘플랜 75’ 제도를 담당하는 시청 직원들이 자주 듣는 말입니다.

영화 속에서 ‘플랜 75’는 대성공을 거두고, 3년 후 정부는 대상자 연령을 더 낮춘 ‘플랜 65’ 가동을 준비하기에 이릅니다. ‘더불어 살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특정한 사회 구성원을 제거해버림으로써 초고령 사회의 파고를 넘어보려는 위험한 욕망은 그렇게 더욱 깊숙하게 모두에게 스며듭니다.

영화는 조만간 눈앞에 펼쳐질지 모르는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지극히 담담하고도 냉정한 시선으로 따라갑니다.

다행히(?) 현재의 사회는 초고령 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어떻게든 ‘더불어 살아보기’ 위해 이런저런 방법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2026년에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어가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합니다. 돌봄이 필요한 고령 인구가 급증하면서 ‘케어 이코노미(Care Economy)’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건설사뿐 아니라 보험, 유통 업체가 줄줄이 시니어타운 건설에 뛰어드는가 하면 색다른 노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도 부쩍 늘었죠.

그런데 말입니다~ 생각해보면 ‘케어 이코노미’ 또한 비용을 전제로 하는 만큼 돈이 없으면 ‘도로 아미타불’입니다. 단순히 주거 공간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 일자리와 연계해 운영하는 신개념 시니어타운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죠. 일본처럼 재택간호, 재택의료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의미 있게 들리고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 올해 소비 시장을 뜨겁게 달굴 키워드 중 하나로 꼽은 ‘돌봄 경제’를 커버스토리로 기획했습니다. ‘플랜 75’의 사회로 가기 전에 어떤 방안들을 찾아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을 오롯이 담았습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0호 (2024.03.13~2024.03.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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