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웨더, 현대판 봉이 김선달? 날씨정보 ‘황금알’ 되다 [화제의 기업]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4. 3. 1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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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케이웨더가 지난 2월 말 증시에 입성해 세운 주가 상승률 기록이다. 케이웨더는 2월 22일 코스닥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200%가 넘게 올랐다. 장 초반 한때 2만2600원까지 올라 222.85%의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케이웨더의 2022년 매출액은 174억원, 영업이익은 8억원이다. 회사 규모만 놓고 보면 중소기업 정도다. 그런데도 개인 투자자 대상 청약에서 1988.8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 모은 청약 증거금만 1조7400억원에 달했다. 물론 상장 후 차익 실현 매물 등이 나오면서 주가는 조정받았지만 회사 규모치고 상당한 규모의 시가총액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증권가에서 화제다.

케이웨더 어떤 회사?

데이터뿐 아니라 공기청정 사업까지

창업자는 김동식 대표. 글로벌 컨설팅 회사 출신 김동식 대표는 외국계 기상 정보 회사 의뢰를 받아 우리나라 민간 기상 정보 회사가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지 컨설팅을 진행했다. 이때 아쉬웠던 게 있다. 나름의 노하우를 지닌 외국계 회사는 판을 키울 수 있는지에 대한 시장조사만 요구할 뿐, 초창기 기업이나 국민을 대상으로 ‘왜 이런 민간 기상 정보가 필요한지’에 대한 인식 전환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다.

컨설팅을 진행할수록 국민들의 기상 정보에 대한 욕구가 날로 증대될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섰다. 차별점은 해외 거대 기업이 할 수 없는 ‘맞춤형 날씨 정보 제공’. 이걸 할 수 있는 국내 회사가 없다는 점에 착안해 1997년 회사를 설립했다. 사명 ‘케이웨더’에는 한국만의 맞춤형 날씨 정보를 제공하자는 의지가 담겼다. ‘Korea’의 ‘K’다. 김동식 대표는 “한국 특유의 대기 분야 다양한 재해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고객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뜻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초창기 ‘날씨 정보를 팔겠다’는 김동식 대표를 두고 ‘말이 안 된다’며 바라보는 이가 대다수였다. 혹자는 사업 초기 김 대표를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라 부르기도 했다. ‘공짜’인 날씨를 팔아 돈 버는 게 말이 되냐는 논리다. 사업 첫해 매출이 몇백만원 수준일 수밖에 없던 배경이다.

김 대표는 “꾸준히 시장을 창출하고 고객 설득을 지속한 결과 창업 3년이 지나서 대형 건설업체와 조선소가 손짓하기 시작했다”며 “케이웨더 맞춤형 기상 데이터로 비 오는 날을 피해 가며 콘크리트를 다지고, 페인트칠을 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2007년에는 기상 데이터 회사로는 이례적으로 매출 120억원을 넘겼다”고 말했다.

케이웨더가 2월에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케이웨더 제공)
날씨 정보로 어떻게 돈 버나

서울·경기 공기질 사업 잇따라 수주

상장 전 각 투자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은 ‘어떻게 돈 벌까?’다.

기상청 외에도 날씨 데이터는 무수히 존재한다. 해외 기상청뿐 아니라 민간 기상 회사도 많아서다. 케이웨더 역시 오랜 업력을 유지한 가운데 독자적인 데이터 구축, 전문가 다수 확보로 자체 기상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정도로 전문성을 갖췄다. 특히 조선소, 철강, 건설사, 골프장 등 각종 기상 정보가 중요한 민간 기업에서 케이웨더 정보를 유료로 받아본다. 포털 사이트, 언론사 등에서도 기상청 정보 외에 케이웨더 정보를 유료로 사 가서 그날 날씨를 지역별로 비교해서 판단할 수 있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3월 초 기준 약 4000개 기업 회원사가 날씨 데이터를 유료 구매 중이다.

이보다 더 매출 비중이 높은 곳은 따로 있다. 바로 공기 측정과 정화 솔루션이다.

케이웨더는 오랜 기상 관측 과정에서 미세먼지가 사회문제로 떠오를 정도로 심각하다는 걸 알게 됐다. 앞으로 실내외 공기질 측정, 공기청정, 환기 등이 더 중요해질 시대가 올 것으로 봤다. 그래서 공기 빅데이터 플랫폼의 기반이 되는 IoT 공기측정기 제작, 보급 사업을 준비했다. 이때 정책 방향도 마침 그쪽으로 흘러갔다. 2019년 미세먼지특별법이 시행되면서 환경부 인증을 받지 않은 측정기는 수입하거나 제작할 수가 없게 됐다.

김동식 대표는 “이때 위기를 기회로 봤다”며 “인증 기준보다 더욱 우수한 성능의 새로운 미세먼지 센서를 적용해 다양한 모델의 공기측정기를 만들어서 환경부 1등급 인증을 획득했다”고 소개했다. 이를 케이웨더 공기 빅데이터 플랫폼과 연동, 지자체와 연동 사업을 시작했다.

특히 서울시 스마트시티·스마트폴 사업(시민체감형 도시 기반 사업) 등을 통해 올해 3월 기준 약 1500개 기기를 설치했다. 한눈에 미세먼지, 실내공기질 등을 알아볼 수 있는 IT 솔루션까지 제공하는 이 사업은 향후 서울시 안에서만 추가로 1500대를 더 수주한 상태다.

실외 측정기 사업도 호조세다. 서울시가 실외 공기측정기를 선제적으로 설치하자 제주, 부산, 순천, 포항 등 많은 지자체, 학교, 유치원 등이 연이어 따라 적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건설이나 우미·중흥건설 등 건설사와 향후 3년간 신규 아파트 단지 건설 시 미세먼지 신호등을 포함한 실외 공기측정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신규 사업처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케이웨더는 3월 기준 161억원 이상의 수주잔고를 기록하고 있다.

최종경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는 “공기측정기·환기청정기 설치 의무화 등 측정기·환기 시장의 법제화뿐 아니라 대기 분야 각종 재해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날씨 빅데이터 플랫폼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제품 공급 증가와 함께 고수익 구조의 데이터와 서비스 매출 확대로 외형과 수익 모두 본격 성장하는 시점이 도래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약점은 없나

개인 고객 침투가 관건

케이웨더가 매출 성장을 일궈냈지만 수익성이 약하다는 지적은 계속 제기된다.

케이웨더의 지난해 예상 매출은 약 143억원 적자가 예상된다. 2022년 매출 중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받은 68억원대 대규모 수주가 이듬해에는 빠졌기 때문. 이런 식으로 공공기관 수주는 들쑥날쑥할 수 있다. 더불어 지난해 영업손실이 발생한 이유는 아파트 등 신축 건물 대상 신제품 출시로 창사 이래 처음 20억원 이상 TV 광고 등 대규모 판관비를 일시적으로 집행해서다. 이처럼 마케팅 역량을 단번에 집중시키면 회사 수익성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도 약점으로 분류된다.

회사 측은 지난해 적자는 예견된 일시성 적자인 만큼, 상장 후 전망은 ‘아주 밝다’는 입장이다.

케이웨더는 기상과 공기에 대한 ‘데이터(Data)’ ‘서비스(Service)’ ‘제품(Product)’, 일명 ‘DSP 시너지 전략’으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자신한다.

김동식 대표는 “공기측정기와 환기청정기 제품을 설치한 첫해에는 제품 매출만 이뤄지지만 이듬해부터는 공기분석 보고서 등 데이터를 제공하고 3년 차부터는 유지보수, 점검 등 다양한 서비스 활동을 제공하는 식으로 올해 4%대 영업이익률, 내년에는 22%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석집 네모파트너즈POC 대표는 “케이웨더 사업 모델은 공공 분야에서는 진입장벽이 있는 알짜 사업일 수 있지만 일반 개인 사용자로 대상을 넓히면 삼성, LG전자 등 종전 대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구조라 틈새시장을 어떻게 치고 들어갈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9호 (2024.03.06~2024.03.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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