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출금 해제 이틀만에 호주행…민주 “범인 도피”

나성원,이형민,박민지 2024. 3. 10.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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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대사로 임명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 사건과 관련해 출국금지가 해제된 지 이틀 만인 10일 출국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 이 전 장관 등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 관련자들을 출국금지하고 국방부 등을 압수수색했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이 전화를 받은 뒤 채 상병 수사 결과 이첩을 보류하라고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지시한 것으로 본다.

법무부는 8일 이 전 장관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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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향후 수사에도 차질 불가피할듯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당직자들이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행 비행편 탑승이 확인되자 이를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호주대사로 임명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 사건과 관련해 출국금지가 해제된 지 이틀 만인 10일 출국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핵심 피의자 출국으로 수사에 난항을 겪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정부에 대한 전면 투쟁에 나서겠다”고 날을 세웠다.

이 전 장관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날 오후 7시 51분 호주 브리즈번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KE407편에 탑승해 출국했다. 이날 이 전 장관 출국 일정이 알려지자 야당 의원들이 공항에서 자리를 지켰지만, 출국 장면을 포착하지 못했다.

야당은 ‘수사 방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것이 정권이 강조하는 법치와 공정, 자유 대한민국의 실체냐”고 지적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국 과정에 관여한 정부 관계자들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고, 필요하다면 외교부·법무부 장관 탄핵까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강선우 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 전 장관을 빼돌리려는 시도는 수사외압의 실체가 바로 VIP(대통령 지칭)임을 시인하는 꼴”이라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우리 편이면 출국금지도 무력화하는 행태에 공정과 상식은 어디에 있나”라고 비판했다.

반면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공직자로서 공무 수행을 위한 출국”이라며 “국익을 위한 외교에 정략적 이익을 앞세운 정쟁은 결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국민일보 DB

공수처는 지난 1월 이 전 장관 등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 관련자들을 출국금지하고 국방부 등을 압수수색했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이 지난해 7월 31일 대통령실로 추정되는 번호로 전화를 받은 통화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이 전화를 받은 뒤 채 상병 수사 결과 이첩을 보류하라고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지시한 것으로 본다.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이던 박정훈 대령은 보류 지시를 따르지 않은 혐의(군형법상 항명)로 기소돼 군사법원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전 장관은 지난 4일 호주대사로 임명됐고, 공수처는 7일 4시간가량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다. 법무부는 8일 이 전 장관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공수처는 수사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수장 공백까지 겹쳐 수사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기초적인 사실관계 조사야 가능하겠지만 주요 피의자들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 결정은 처장이 없는 상황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전 장관은 공수처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윗선 수사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 대령 변호를 맡은 김정민 변호사는 “이 전 장관이 출국하면 수사에 교착상태가 발생할 수 있기에 이 전 장관을 무리하게 빼내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처장 공백이 언제 해소될지도 미지수다. 김진욱 초대 처장이 지난 1월 20일 퇴임한 후 이날까지 50일째 처장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차기 처장 후보로 판사 출신 오동운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 변호사 2명이 추천됐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아직 최종 후보를 지명하지 않았다.

나성원 이형민 박민지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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