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 우수 의료진·최신 로봇수술… 글로벌 암 치료 특화병원 부상

장선욱 2024. 3. 10.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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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 맞는 화순전남대병원
개원 20주년을 앞둔 화순전남대병원은 인구가 적은 비수도권 병원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암 특화 스마트병원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뉴스위크는 ‘2024년 세계 최고의 병원-대한민국’ 분야에서 서울대병원에 이어 국내 2위 국립대 병원으로 선정했다. 화순전남대병원 제공


화순전남대병원이 세계적 수준의 암 치료 특화병원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지역민에게 수도권 원정치료에 드는 경제적 시간적 부담을 덜어주고 환자친화적 일류 병원으로 급성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화순전남대병원은 지난 6일 개원 이후 손에 꼽히는 ‘성적표’를 받았다. 미국 저명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선정한 ‘2024년 세계 최고의 병원-대한민국’ 분야에서 선두권인 18위에 올랐다.

지난해 41위에서 23계단 수직 상승해 국립대 병원 가운데 서울대병원에 이어 두번째 높은 순위를 차지한 것이다. 우수한 의료인력과 대형 병원이 서울 등에 밀집한 국내 의료여건의 현실을 감안할 때 매우 이례적이다.

2004년 4월 26일 개원해 올해 성년을 맞는 화순전남대병원은 ‘암 치료는 서울에서 받아야 한다’는 고정관념과 시민들의 인식을 시나브로 바꿔가고 있다.

우수한 의료진과 로봇수술 등 최신 의료 장비, 빼어난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국내외에서 암 치료역량을 인정받아 암 환자들이 치료를 받기 위해 먼거리도 마다않고 찾는 병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수년 전 폐암에 걸려 세상을 떠난 영화배우 고 강신성일씨(82) 등이 대표적이다.

화순전남대병원은 우선 환자중심의 협진 체계를 발빠르게 구축해 2005년 보건복지부 의료기관 평가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개원 3년 만인 2007년에는 전국 병원별 6대 암 수술 건수 ‘국내 빅5’로 성장했다. 이후 매년 암 분야별 적정성 평가와 암 환자 5년 생존율 통계에서 최상위 등급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화순전남대병원은 개원 당시부터 ‘선택과 집중’을 거듭해왔다. 지난해 전체 입원 환자 중 89.4%가 암 환자일 만큼 의료진의 치료 역량이 우수하다는 평가다. 이에 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광주·전남 지역 2019~2022년 5대 암 환자(위·대장·간·유방·자궁경부암)의 수도권 유출율은 충남북·세종, 강원, 대전, 전북지역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도입한 최첨단 4세대 로봇수술 ‘다빈치 SP’ 수술 장면. 화순전남대병원 제공


암 치료의 탁월함을 유지하기 위한 최첨단 의료기기 확보에도 소홀하지 않고 있다. 화순전남대병원은 지난 1월 도입한 최첨단 4세대 로봇수술 장비 ‘다빈치 SP’ 등으로 고난도 로봇 수술을 확대 시행하는 등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암 전문센터를 통한 세계 최고 수준의 맞춤형 다학제 진료는 이 병원의 ‘백미’로 꼽힌다. 간단한 진단부터 복잡한 치료까지, 탁월한 다학제 협진을 통해 환자들이 최적의 진료를 받도록 보살피고 있다. 다학제 협진은 전문의가 직접 환자, 보호자와 대면 상담해 최선의 치료 방법을 신중히 결정하면서 시작된다. 지난해 10월까지 폐암 다학제 협진만 1500회를 달성해 생과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들이 생명을 연장할 수 있도록 도왔다.

또 화순전남대병원 폐암센터는 전국 최초로 다양한 진료과 전문의가 협의해 빠른 진단을 내리고 환자의 특성에 맞는 최선의 다학제적 치료법을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다. 호흡기내과와 흉부외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병리과, 신경외과 등 20여명의 전문의 등이 참여하는 협진 회의를 주 2회 지속해서 열어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대장암센터와 위암센터 역시 다학제 진료를 활성화와 함께 신속한 진료를 위한 ‘패스트트랙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연구 중심병원 도약을 위한 의학 연구 혁신 시스템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올해 완공 예정인 개방형의료혁신센터는 병원의 우수한 연구역량과 인프라를 활용해 산업체·대학·연구소·병원·관청의 협업을 통한 공동연구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구심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병원 주변에는 소나무와 편백나무가 울창한 4만9000㎡의 치유 숲이 조성돼 있다. 환자들은 치료 과정에서 언제든 치유의 숲을 산책하며 맑은 공기를 마시고 마음의 안정을 얻고 있다.

환자의 마음도 치유하기 위해 다양한 문화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매월 두 번째 화요일마다 개최 중인 ‘이화 치유음악회’가 대표적이다.

민정준 병원장
“첨단 의술·연구 통해 암 환자 생존율 높이겠다”

“의료진이 보유한 역량을 최대한 쏟아낼 수 있는 특화병원 여건을 솔선수범해 조성하겠습니다.”

지난 1일 취임한 민정준(58·사진) 신임 화순전남대병원장은 “인류가 직면한 가장 치명적이고 고통스런 질병이 암이라는 데 이견을 달 수는 없을 것”이라며 “첨단 의술과 연구를 토대로 세계 최고의 치료체계를 구축해 암 환자 생존율과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민 원장은 2004년 화순전남대병원 개원과 동시에 부교수에서 교수로 승진 임용된 인연을 갖고 있다.

그는 “교수직에 오른지 20년 만에 제11대 병원장의 과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며 “국내 의료계는 물론 세계 언론에도 성공한 병원으로 각인된 선배들의 발자취를 원동력 삼아 암 환자와 가족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스마트 병원의 완성, 미래의료인재 양성을 위한 과감한 투자, 암 임상시험 활성화를 통한 병원 인지도·연구력 향상 등을 당면과제로 꼽았다.

민 원장은 “지역의 한계를 뛰어 넘어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는 선도자(First Mover)로서의 자격과 지위를 향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병원 가족들이 유연하게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브랜드 가치를 창출해 나가도록 앞장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화순분자영상워크숍과 심포지엄(HOWS)’을 2004년부터 지속해 개최하면서 화순전남대병원을 국내외에 알리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 세계분자영상학회의 석학회원이 되는 영예를 안았다.

지난해까지 전남대 연구부총장을 맡았을 때는 대형 연구사업과 인력 양성사업을 잇따라 수주해 대학이 처음으로 총 연구비 2000억원 시대를 열도록 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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