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집단 유급 막자"…의대 교수들, 집단사직 등 공동 대응 움직임

남수현 2024. 3. 10.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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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10일 오후 지방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으로 의료진과 방문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1일 오후 긴급총회를 열고 교수들의 단체행동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기로 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10일 “최근 진행한 (단체행동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위원장이 정리 중인 것으로 안다.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의결이 이뤄질지는 회의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분당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는 ‘전공의와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겸직해제, 사직서 제출 등의 집단행동이 필요하다’는 문항에 응답자의 84.6%가 찬성했다는 자체 설문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 11일 긴급 총회


전공의 사직, 의대생 휴학 등 정부의 의대 증원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장기화하면서 의대 교수들의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일부 의대 교수협의회는 전 교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전국 의대 교수 대표들 모임인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은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 시한인 14일 전까지 공동 대응방안을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정부는 전공의 이탈로 생긴 의료공백 대응책을 두텁게 짜며 강경 대응 방침을 고수했다. 11일부터 전국 병원에 군의관·공중보건의사(공보의)를 파견하기로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0일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고 비상진료체계 강화 방안으로 4주간 20개 병원에 군의관 20명과 공보의 138명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또 중증·응급환자 진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주 결정한 예비비 1285억원을 빠르게 집행하고, 건강보험 재정 1882억원을 투입하겠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정부, 전국 병원에 군의관 파견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중대본 1차장)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던 중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조 장관은 비상진료체계 일환으로 지난 8일부터 시행된 ‘간호사 업무 범위 시범사업’이 불법 의료행위를 조장한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간호사들이 안심하고 환자 보호에 매진할 수 있도록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현장에 복귀한 전공의들이 동료들로부터 악성 댓글로 공격받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서는 “집단행동 참여를 강요하는 것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 이번 사안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정부와 의료계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는 형국이다. 서울아산병원 등 수련병원 3곳의 교수들이 소속된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지난 7일 총회에서 전 교원이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는 방침에 합의했다. 비대위는 “환자 진료에는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응급·중환자실 등 고난도 입원환자 진료를 보존하기 위해 순차적인 진료 축소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10일 오후 지방의 한 대학 의과대학이 적막이 감돌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의대 교수들, “의대생 집단 유급 피해 막아야” 공감대 확산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의회장들의 모임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지난 9일 오후 3시간가량 비공개 총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참석자들 말을 종합하면 이날 별도 의결된 사항은 없지만, 당장 이달 안에 현실화될 수 있는 의대생 집단 유급 문제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뤄졌다.

현재 각 의대는 개강을 미루거나 휴강하는 방식으로 수업 거부하고 있는 학생들이 유급되는 것을 막고 있다. 하지만 수업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한 학생에게 F 학점을 부여, 유급 처리하는 대부분 의대의 학칙을 고려하면, 일부 대학에서는 빠르면 오는 14일을 기점으로 집단 유급되는 의대생들이 나올 수 있다. 이 시한을 넘기 전에 대안을 모색해야 등록금도 돌려받지 못하고 유급되는 학생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셈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대량 유급이 벌어지면 내년 입학정원에 더해 유급생까지 더해져 도저히 수업을 하기 어렵다”며 “14일이 얼마 남지 않아 교수들로서는 액션을 빨리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8일 개설된 ‘의료붕괴를 경고하는 시국선언’ 웹사이트에 올라온 시국선언문에 10일 오후 2시 기준 5236명의 의료진이 서명했다.


‘전국 수련병원 소속 교수 및 지도전문의’라고 자신들을 밝힌 교수·전문의 16명은 지난 8일 ‘의료붕괴를 경고하는 시국선언’이라는 웹사이트에 시국선언문을 게재하고 연대 서명을 요청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의료 정책 추진은 대한민국의 우수한 의료체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며 “모든 이해관계자들은 이성을 되찾고, 정부와 의료계 대표는 함께 허심탄회하게 합리적 방안을 논의하여 해법을 도출할 것”을 촉구했다.

또 정부를 향해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정책에 대한 비판적 논의에 열려있을 것 ▶전공의들에 대한 위압적 발언과 위협을 중단할 것 등을 요구했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시국선언문에 5236명(수련병원 교수·전문의 3566명, 의원 및 병원 의료진 1670명, 10일 오후 2시 기준)이 연대 서명을 했다. 선언문 작성에 참여한 한 교수는 “전국의 여러 교수가 ‘합리적으로 논의해보자’는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 호소하는 취지로 선언문을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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