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설치선 한국 바다 침투… “이러다 우리 다 죽어”

황민혁 2024. 3. 1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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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해상풍력 발전기 설치선(WTIV)이 한국 바다를 누빌 길이 열렸다.

한국 해상풍력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이 기자재, 해저케이블에 이어 시공 시장까지 침투하는 데 대해 국가안보 위협, 국부 유출, 산업 생태계 교란 등을 우려한다.

한국해양기술은 중국 1위 해저케이블 기업 ZTT와 지난달 17일 맺은 업무협약에 따라 오는 4월부터 ZTT의 WTIV 5척을 한국 해상에서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임대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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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DB

중국 해상풍력 발전기 설치선(WTIV)이 한국 바다를 누빌 길이 열렸다. WTIV는 풍력터빈을 설치할 때 필요한 배다. 유휴 WTIV가 많은 중국이 WTIV 여력이 부족한 한국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한국 해상풍력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이 기자재, 해저케이블에 이어 시공 시장까지 침투하는 데 대해 국가안보 위협, 국부 유출, 산업 생태계 교란 등을 우려한다.

한국해양기술은 중국 1위 해저케이블 기업 ZTT와 지난달 17일 맺은 업무협약에 따라 오는 4월부터 ZTT의 WTIV 5척을 한국 해상에서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임대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국내 해상풍력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그에 필요한 인프라는 부족한 현실을 중국이 전략적으로 공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에 들어오는 ZTT의 WTIV 5척 중 종티안 31·39호는 20㎿급 대형 풍력발전기도 설치할 수 있다. 한국에는 현대스틸산업이 보유한 WTIV 1척이 전부인데, 이 배는 전기 생산능력 10㎿ 이하 규모의 중소형 풍력터빈 시공만 가능하다.

현재 중국은 일감이 없어 다수의 WTIV를 놀리고 있다. 중국 내 해상풍력 시장 업황이 꺾이면서다. 중국으로서는 한국에 유휴 WTIV를 보내면 시공 수익에 더해 향후 유럽 미국 시장 진입을 시도할 때 소중한 자산이 될 해외 시공 경험을 확보할 수 있다.

업계는 한국 해상풍력 생태계가 중국에 의해 잠식된 태양광 시장의 전철을 밟게 될까 우려한다. 중국이 시공 시장을 선점하면 한국 기업은 사업에 필요한 기술·경험을 축적할 기회를 상실할 공산이 크다. 해상풍력 터빈, 하부구조물 등 시공은 전체 공사비의 23~25%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큰 사업 영역이다. 대형 WTIV 자체 건조를 고려 중인 국내 업체 관계자는 10일 “WTIV 운용 사업 신규 진출과 기존 사업 확장을 고려했던 국내 기업들의 의지가 꺾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침투는 WTIV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 자본(차이나에너지), 중국 터빈(벤시스, 양밍), 중국 해저케이블(형통광전) 등이 지난 하반기 산업통상자원부가 실시한 풍력 고정가격입찰제도에서 낙찰된 낙월해상풍력, 고창해상풍력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에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 관점에서 우려도 나온다. 통상 해상풍력 발전기 시공 작업을 할 때는 작업 현장인 바다 밑에 대해 지질조사를 한다. 중국 WTIV와 함께 운용 인력으로 중국인 선원이 들어올 경우 해저에 설치된 전력·통신망, 가스관, 자원 현황 등 민감한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WTIV 업계 관계자는 “대형 발전기용 WTIV는 한 척에 4500억~5500억원 수준으로 한 회사가 단독으로 구매하기 쉽지 않다”며 “필요한 기업들이 공동으로 WTIV를 자체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협력의 장을 주선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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