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정은 ABS가, 중계는 TVING이…달라진 프로야구 풍경 어땠나

고봉준 2024. 3. 1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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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SG와 롯데의 시범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팬들. 주말 동안 열린 시범경기에는 예년보다 많은 관중이 찾아 올 시즌 흥행을 예고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지난 9일 전국 5개 구장에서 개막했다. 최근까지 일본과 대만, 미국, 호주 등지에서 전지훈련을 마친 10개 구단은 다가오는 공식 개막전과 발맞춰 시범경기 레이스를 시작했다.

올 시즌 KBO는 여러 변화를 예고했다. 지난 몇 년간 논란이 된 주심의 판정 정확도를 높이고자 볼·스트라이크 자동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을 전격 도입했다. 또, 현대 야구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던 수비 시프트를 엄격히 제한했고, 전반기에는 투수와 타자의 빠른 플레이를 유도하는 피치 클락을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KBO의 새로운 유무선 중계방송권 파트너가 된 CJ ENM의 OTT 서비스 티빙(TVING)이 시범경기부터 온라인 중계를 시작하면서 시청 환경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달라진 프로야구 풍경을 시범경기 개막 2연전을 통해 살펴봤다.

◆ABS 본격 도입…현장 반응은?
올해 KBO리그의 가장 큰 변화는 역시 ABS 도입이다. 사람이 아닌 기계가 볼과 스트라이크를 판정하는 ABS는 각도별로 설치된 여러 대의 카메라로 미리 스트라이크존을 설정한다. 공이 이 존 안으로 들어오면 무전기를 통해 주심에게 음성신호가 전해진다. 소리를 들은 주심은 평소처럼 스트라이크 콜을 한다.

ABS를 바라보는 현장의 반응은 대개 일치했다. 몇몇 타석에선 확연히 존을 벗어난 공이 스트라이크로 선언되기도 했지만, 타자들은 별다른 항의 표시 없이 벤치로 돌아갔다. 투수들도 대체로 불만이 없는 표정이었다.

박종철 주심이 9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LG와 KT의 시범경기를 관장하고 있다. 박 심판의 귀에는 ABS 신호 장치가 걸려있다. 사진 KT 위즈

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10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이제는 사람이 아닌 기계가 판정하는 만큼 타자들이 항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LG 포수 박동원은 “판정 정확도는 높았다. 다만 바깥쪽 높게 걸치는 공도 스트라이크로 판정돼 타자들로선 어려움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수비 시프트 금지도 피부로 느껴졌다. 과거에는 왼손 타자가 나오면 수비수들이 극단적으로 오른쪽으로 향하는 전술이 나왔지만, 이제는 자기 위치를 지켜야 해서 이동이 제한됐다.

이번 2연전 동안 논란이 된 대목은 피치 클락이었다. 상황별로 제한시간을 두는 피치 클락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아직은 시범 운영 단계라 선수가 제한시간을 넘기더라도 구두경고만 주어지지만, 적응도가 떨어져 어수선한 장면이 많이 나왔다. 타격 준비가 더딘 타자들은 계속 경고를 받았고, 투수들은 이따금 제한시간을 지키려다가 자기 공을 던지지 못했다.

여러 감독들은 “피치 클락은 시기상조다. 후반기부터 시행하기에는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반면 피치 클락 도입을 찬성하는 의견도 많아 당분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시범경기 개막전으로 열린 9일 수원 LG-KT전에서 피치 클락이 시범 운영되고 있다. 사진 KT 위즈

◆피부로 와닿은 온라인 유료 시청
KBO는 지난 4일 CJ ENM과 2024~2026년 프로야구 유무선 중계방송권 계약(3년 1350억원)을 완료했다. 이로써 올 시즌부터 시범경기와 페넌트레이스, 포스트시즌 등 모든 KBO리그 경기의 PC 및 모바일 시청은 유료 서비스인 TVING을 통해서만 가능해졌다.

시청 패턴의 변화는 주말 2연전부터 감지됐다. 모든 시범경기는 예정대로 TVING에서 PC와 모바일 중계를 맡았다. 팬들은 TVING 유료 회원으로 가입해야 경기를 볼 수가 있었는데 아직 OTT 서비스가 낯선 이들은 부랴부랴 시청 방법을 수소문했다.

KT 신인 투수 원상현이 10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LG와의 시범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 KT 위즈

혼돈도 있었다. 시범경기 개막전인 9일 사직 SSG 랜더스-롯데 자이언츠전과 10일 수원 LG-KT전은 프로배구 중계 관계로 한 케이블 방송사가 TV 중계에서 빠졌다. 두 경기를 TV로 볼 수 없게 된 일반 가구 시청자는 TVING의 유료 서비스를 통해 시청해야 해서 볼멘소리가 나왔다. KBO 관계자는 “시범경기는 케이블 방송사가 100% 제작 의무를 안고 있지 않다. 이런 경우는 프로농구나 프로배구 일정이 겹친 예년 시범경기에도 종종 있었다. 페넌트레이스가 개막하면 TV 중계는 거의 모두 이뤄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주말 2연전은 시범경기임에도 많은 팬들이 찾아와 프로야구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특히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복귀한 한화 이글스는 9~10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이례적으로 1만2000명 연속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른 구장에도 내야석이 가득 들어차 올 시즌 흥행을 예고했다.

수원=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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