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반·비비고, 알리가 더 싸네?…中 공세에 떨고있는 유통업계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CJ제일제당이 중국 이커머스 업체 알리익스프레스에 공식 입점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 채널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는 제조업체로선 파격 혜택을 주는 알리에 입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알리가 중국 자본력을 동원해 가격 경쟁을 벌인다면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버티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부 상품 자사몰보다 할인
수수료 면제로 판매자 유입…쿠팡 이어 2위 등극
CJ제일제당이 중국 이커머스 업체 알리익스프레스에 공식 입점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산 공산품을 최저가에 판매해오던 알리가 올해 들어 주요 제조기업을 끌어모으고 국내산 신선식품까지 취급하는 등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한국 시장 공략을 가속하고 있다.
10일 알리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지난 7일 ‘K베뉴’에 입점한 CJ제일제당의 대표 상품인 햇반·비비고 일부 상품이 특별 할인가에 판매됐다. 햇반(210g) 24개 묶음은 1만9000원대에 판매됐는데, CJ제일제당이 운영하는 자사몰 CJ더마켓에서 판매된 가격보다 21.8% 저렴했다. 비비고 만두 세트 상품과 사골곰탕, 간편식 ‘고메’ 중화요리 상품도 큰 폭으로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알리가 국내 기업의 입점에 맞춰 쿠폰 발행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기획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식품업계 1위 기업으로 제품 선호도가 높은 CJ제일제당의 입점을 홍보하고, 소비자 유입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CJ제일제당이 입점한 ‘K베뉴’ 상품은 무료로 배송되며 보통 사흘 안에 배송이 완료된다. 가공식품, 생활용품은 물론 신선식품과 가전제품도 판매된다. 알리는 국내 업체들에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광고를 해주는 방식으로 판매자들을 적극 입점시키고 있다. 신뢰도 높은 사업자들이 입점하면 알리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짝퉁’ 이미지를 벗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은 2022년부터 쿠팡과 납품단가로 갈등을 빚으면서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이번 알리 입점으로 쿠팡과의 관계 변화가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물류에서도 CJ대한통운과 알리가 협력하기로 한 만큼 쿠팡에 대한 견제가 강화될 것이란 시각과 쿠팡과의 관계 개선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맞선다. LG생활건강의 경우 2019년 쿠팡과 갈등을 벌이며 거래를 중단했다가 자사 상품이 알리에 입점한 이후 쿠팡에 극적 재입점했다.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위기의식을 느낀 쿠팡이 거래 재개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알리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더 커질 전망이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는 지난달 818만명의 월간활성화사용자수(MAU)를 기록해 쿠팡에 이어 온라인 쇼핑몰 중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0월 G마켓을 제치고 3위에 오른 뒤 4개월 만에 11번가도 넘어섰다. 다른 중국 플랫폼인 테무도 4위에 올랐다. 시장조사기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최근 6개월 이내 중국 쇼핑 앱에서 구매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61.7%가 재이용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 채널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는 제조업체로선 파격 혜택을 주는 알리에 입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알리가 중국 자본력을 동원해 가격 경쟁을 벌인다면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버티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알리 등 중국 플랫폼은 가품 논란·개인정보보호 미준수에 대한 의혹을 사고 있다. 소비자들의 불만 신고도 증가하는 추세이며, 국내 이커머스 업계도 중국 플랫폼에 대한 관리·감독을 관계기관에 요청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6일 알리코리아 사무실에 현장조사를 실시해 알리가 소비자 보호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봤다. 정부는 조만간 ‘해외직구 종합대책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한다는 방침이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