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기완’ 송중기 “높아지기보다 넓어지고 싶어”

임세정 2024. 3. 1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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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함경북도 온성군 세선리 제7작업반에서 태어난 로기완은 어머니와 함께 북한을 탈출했다.

송중기는 "북한말 선생님께서 실제 경험한 일이나 탈북인들의 사연을 이야기해 주실 때, 난 상상도 못할 일들을 덤덤하게 웃으며 말씀하시는 게 참 슬펐다"면서 "다른 사람의 큰 상처보다 내 손톱 밑의 가시가 더 아픈 게 사람이라고들 한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배우로서 그동안 다른 사람들을 잘 돌아보며 살아왔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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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탈북민 연기…“죄책감과 닿아있는 영화”
주변 잘 돌아보며 살았나 돌이켜 보기도
영화 '로기완' 스틸사진. 넷플릭스 제공

1987년 함경북도 온성군 세선리 제7작업반에서 태어난 로기완은 어머니와 함께 북한을 탈출했다. 중국 연길에서 지내던 중 식당에서 일하며 두 사람의 생계를 꾸리던 어머니가 트럭에 치이는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다.

기완은 어머니의 ‘목숨값’을 손에 쥐고 독일을 거쳐 이역만리 벨기에 땅에 도착했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사람답게’ 사는 것만이 목표였는데, 어느 날 눈 앞에 한 여자가 나타났다. 기완은 ‘내가 행복해도 될까’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는다.

배우 송중기.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에서 주인공 로기완 역을 맡은 송중기를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탈북민을 연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해보지 않았던 역할이란 점에서 의미 있었고, 과정은 어려웠지만 즐거운 작업이었다”며 “탈북민을 표현하는 데 있어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부담감에 눌려 끙끙댈 시간에 더 잘 해보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공개된 ‘로기완’은 조해진 작가가 2011년 발표한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소설은 낯선 곳을 떠도는 탈북인의 현실을 담담하게 그리며 타인의 아픔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민을 담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2013년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원작에 비해 로맨스의 비중이 커졌고, 세부적인 설정들이 바뀌었다. 송중기가 로기완 역을 단 번에 수락한 건 아니었다. 그는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참여하겠다고 했다가 번복했다. 공감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며 “기완의 어머니는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면서 잘 살아남으라는 유언을 남겼다. ‘기완이 지금 사랑할 때인가, 사치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7년이 지나 다시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는 공감할 수 있었다. ‘기를 쓰고 살아남았으면 잘 살고 싶을텐데 잘 사는 건 뭘까’ 싶었다”면서 “남녀 간의 사랑이든, 친구와의 우정이든 느끼면서 사람과 부대끼고 살아야 한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이 인물이 죄책감이라는 정서와 맞닿아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로기완’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송중기는 “북한말 선생님께서 실제 경험한 일이나 탈북인들의 사연을 이야기해 주실 때, 난 상상도 못할 일들을 덤덤하게 웃으며 말씀하시는 게 참 슬펐다”면서 “다른 사람의 큰 상처보다 내 손톱 밑의 가시가 더 아픈 게 사람이라고들 한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배우로서 그동안 다른 사람들을 잘 돌아보며 살아왔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송중기는 전작 ‘화란’에 이어 이번에도 어두운 환경 속에 있는 인물을 연기했다. 이미지 변신을 염두에 둔 것인지 묻자 그는 “역할이 조직폭력배라서, 탈북인이라서 선택한 건 아니다”며 “‘화란’이나 ‘로기완’이 상업 영화로 분류되는 작품은 아니다. 영화와 드라마를 계속해서 오가는 것을 선호하는데, 드라마에선 이런 정서를 구현하기가 힘들다보니 영화 작업을 할 때 배우로서 욕심 내고 싶은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을 비롯해 송중기는 영화 제작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그는 “지금은 연기뿐만 아니라 작품을 같이 기획하고 개발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아직 부족하지만 경험이 쌓였고, 제작에 참여하는 게 연기할 때도 도움이 된다”며 “배우로서 높아지기보다 많은 것들을 경험하며 넓어지고 싶다”고 강조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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