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간호산데도 증원 반대”… ‘사칭’ 딱 걸린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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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이어가는 가운데, 현직 의사가 간호사를 사칭해 '의대 증원 반대'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A씨는 "내가 간호사인데도 불구하고 의대 증원을 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글을 써보며 설득해보려 했지만 그저 되돌아오는 답변은 밥그릇이었다"며 "의사집단 내에서도 혐오하는 '의사면허 가진 범죄자'를 일반화하는 국민이 답답하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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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글 공개되며 정체 의혹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이어가는 가운데, 현직 의사가 간호사를 사칭해 ‘의대 증원 반대’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0일 소셜미디어(SNS) 등에 따르면 최근 ‘고려대학교의료원’ 소속으로 표시된 A씨는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국민들은 귀족을 혐오하면서 동시에 귀족이 되고 싶어한다’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A씨는 “내가 간호사인데도 불구하고 의대 증원을 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글을 써보며 설득해보려 했지만 그저 되돌아오는 답변은 밥그릇이었다”며 “의사집단 내에서도 혐오하는 ‘의사면허 가진 범죄자’를 일반화하는 국민이 답답하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나도 얼마나 정부에 놀아났는지 한편으로는 반성이 된다”며 “한국전력 적자, 철도 파업 등에 대해 내 불편함만 생각하고 손가락질한 것을 후회한다. 이들을 자극해 실리를 얻으려 한 정부가 너무 똑똑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본인이 이번 사태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간호사임에도 의대 증원 정책이 잘못됐다고 느낄 만큼 정부 방침이 불합리하다는 주장을 펼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A씨 글에 공무원 B씨가 ‘이 사람은 의사’라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B씨가 첨부한 사진에는 A씨가 과거 작성했던 댓글이 담겨 있었다.
A씨는 과거 “이 글을 보고 필수과 수련을 중단하고 타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며 “저도 사명감을 갖고 들어왔지만 오히려 현장은 몸을 갈아 넣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고 교수직도 보장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필수 의료는 답이 없다”며 “제가 살린 분들에게도 욕을 먹고 있으니 현타(허탈함)가 온다. 정부도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으니 필수의료의 희망은 없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A씨와 B씨의 글을 종합하면, 과거 의사로서 고충을 토로하는 듯한 글을 올렸던 A씨가 최근 돌연 ‘나는 간호사’라고 주장한 셈이다.
이같은 ‘베일 뒤 여론전’ 배경에는 의대 증원에 대한 압도적인 찬성 여론이 자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해 지난 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의대 증원 관련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4%가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응답했다. ‘2000명을 늘려야 한다’가 48%, ‘2000명보다 적게 늘려야 한다’가 36%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조사는 무선 전화 면접 조사(CATI)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1.7%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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