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공감' PD "관객 덕에 버틴 20년, 섭외 1순위는 이소라"

오수미 2024. 3. 1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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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프로] EBS 음악 프로그램 <스페이스 공감> 황정원 PD

[오수미, 이정민 기자]

 EBS 음악방송 <스페이스 공감>을 연출하고 있는 황정원 PD가 2월 22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EBS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EBS 대표 음악 프로그램 <스페이스 공감>이 어느덧 20주년을 맞았다.

국내외 최정상 아티스트부터 인디 뮤지션까지 록, 팝, 재즈, 클래식, 국악 등 장르와 관계없이 좋은 음악, 멋진 무대를 시청자들에게 소개한 <스페이스 공감>은 지난 2004년 4월부터 지금까지 3100회가 넘는 라이브 공연에 47만2000여 명의 관객과 함께 해왔다. EBS의 장수 프로그램인 <스페이스 공감>(아래 <공감>)의 연출자 황정원 PD를 지난 2월 22일 일산 EBS 사옥에서 만났다.

"스태프들과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공감>이 올해 스무 살이면 성년인데, 대학에 보내야 하지 않나?(웃음) 잘 자라주었고 버텨주었고 오랜 기간 동안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뿌듯하고 뜻깊었다. (<공감>에게) 더 멋진 미래를 선물해주고 싶은데 여러 가지로 상황이 좋지 않아서 마음이 아픈 부분도 있다."

매주 금요일 방송되는 <공감>은 EBS 일산 사옥 1층 라이브 홀에서 매주 가수들의 공연을 진행하고, 이를 편집해 시청자들에게 전해주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지난해 9월부터는 '곳간 대개방'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19년간 모아온 아카이브 영상들을 편집해서 공개하고 있다. 대신 공연은 중단된 상태다. 

황정원 PD는 "20주년을 맞아 <공감>을 새로운 포맷으로 바꾸기 위해, 6개월의 기획 기간이 주어졌다. 원래 그 기간 동안 공연과 방송을 하지 않고 재방송을 하는 조건이었는데 시간이 아깝더라. 공연을 못하는 것도 속상하고, 6개월을 의미있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시청자분들과의 20년을 함께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싶었다. 20여 회차 동안 한 편당 하나의 주제로 기념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황 PD는 아카이브 방송을 하면서 오히려 관객과 공연이 더욱 그리워졌다고 말했다. 

"아카이브 편을 만들려면 예전의 무대를 보게 된다. 관객과 시너지를 주고받는 공연은 지금 봐도 감동이 있다. 역시 <공감>은 관객분들 덕분에 20년을 버텼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저희가 출연료를 많이 드리는 것도 아니고, 홍보에 엄청 도움되는 것도 아닐텐데. 공연하러 왔을 때 (관객과 호흡하는) 느낌이 좋아서 꼭 여기 다시 온다는 뮤지션분들도 많다. 그만큼 관객은 <공감>을 완성시키는 존재다. 관객을 보면서 뮤지션도 감동을 받고, 우리 제작진 역시 그렇다.

한 번은 '헬로 루키' 관객들에게 이벤트를 한 적이 있다. '헬로 루키' 공연에 가장 많이 오신 분들에게, 그동안의 티켓을 가져오시면 선물을 드리려고 했다. (EBS 사옥이) 서울 매봉에 있을 때부터 공연한 모든 '헬로 루키' 티켓을 다 모아오신 분들이 있었다. '헬로 루키'만 엄청 많이 보신 분들도 계셨다. '예전부터 헬로 루키에 주목해왔다, 나에게 너무 소중한 프로젝트고 내 루키가 잘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씀해주시는 관객분을 보면서 제작진과 같은 마음의 팬들이 계신다는 걸 알게 됐다. 우리가 혼자가 아니구나 하는 마음도 들었고."  

"'헬로 루키', 현실적 문제로 제작 중단"
 
▲ EBS '스페이스 공감' 황정원 PD EBS 음악방송 <스페이스 공감>을 연출하고 있는 황정원 PD가 2월 22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EBS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신인 뮤지션 등용문으로 불리는 '헬로 루키'는 지난 2007년부터 지속되어온 <공감>의 가장 대표적인 프로젝트다. 국카스텐, 장기하와 얼굴들, 데이브레이크, 실리카겔 등 걸출한 뮤지션들을 배출해왔지만 2020년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해 무대가 중단되었다. 지난 2022년 황정원 PD가 <공감>에 복귀하면서 '헬로 루키'를 되살렸으나, 아쉽게도 지난해 역시 프로젝트를 이어가지 못했다. 

황 PD는 "저도 그렇고 스태프들에게도 (헬로 루키는) 항상 마음에 남아 있는 존재다. 2022년에는 코로나 이슈로 인해 3년 동안 못하고 있었던 때로, 이번에도 못하면 진짜 (앞으로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헬로 루키'에는 별도의 인력과 제작비가 많이 필요한 편인데, 당시에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도 저희끼리 했다. 지난해에는 정말 제작비가 없어서 편성이 되지 않았다. '헬로 루키'는 후원 파트너사 없이는 제작이 어렵다.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파트너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올해에도 정말 저희는 하고 싶지만, 그런 현실적인 문제가 있어서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코로나 19 이후 공연 산업 전반이 위축되면서 타격을 입은 곳은 '헬로 루키' 뿐만이 아니다. 네이버의 인디 뮤지션 지원 사업이었던 '온스테이지' 역시 지난해 13년 만에 문을 닫았다. 황정원 PD는 "같은 길을 걸어가던 동지를 잃은 마음"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이어 그는 <공감>에서 만나는 아티스트들에게서 "설 무대가 없다"는 현실을 많이 듣는다고 했다. 

"설 무대가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새로운 음악, 좋은 뮤지션도 많은데 그걸 소개할 수 있는 창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저희는 그나마 방송이지만, 우리 무대에 섰다고 해서 앞으로 음악을 계속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헬로 루키'를 꾸준히 하고 싶은 이유도 그것이다. 신인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신인이 2년 차, 3년 차가 되었을 때, 음악적으로 성장할 때 동반자가 되어줄 수 있는 든든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또 그들이 선배가 되고 후배들을 도와주는 선순환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게 중요하다. 뮤지션들이 그런 얘기도 하거든. '헬로 루키'나 어느 방송에서 우승을 하면, 인생이 달라질 줄 알았는데 똑같다고. 또 무대가 없다고. 이 이야기를 들으면 미안하고 속상하다. 저희는 파트너만 있다면 공연도 더 많이 할 수 있고 방송도 더 많이 할 수 있는데. 그게 안 돼서 아쉽다."

결국 '헬로 루키'를 비롯한 프로젝트가 유지되고, 공연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공감>이 더 많은 시청자들에게 닿을 수 있어야 한다는 고민이 남는다. 황 PD는 "환경이 너무 많이 바뀌었다. 음악을 듣는 환경도 바뀌었고 방송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도 많이 바뀌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보고 다양한 대중음악을 듣게 만드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할까 하는 고민은 계속 하고 있다"면서도 음악에 대한 진지함 만큼은 잃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단독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공감>은 그동안의 '곳간' 아카이브 영상들을 공개하며 젊은 시청자 유입을 위해 힘쓰고 있다.

"2030 세대, 또는 10대들이 볼 수 있는 젊은 프로그램이고 싶다고 생각한다. 특히 유튜브는 10대 이용자가 많지 않나. 젊은 친구들도 접근할 수 있게 만들고, 나이 드신 분들도 같이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소개하려고 한다. 물론 대중음악의 성실한 기록자가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기 때문에 다양성을 놓치고 싶지도 않다. 더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게 시청률이나 조회수에만 치중하다 보면, <공감>만의 색깔을 잃을 수도 있지 않나. 

요즘은 유혹적인 선택이 많지 않나. 그렇다고 우리가 (유튜브 쇼츠와 같은) 숏폼 콘텐츠 형태로 가고 싶지는 않다. 음악에는 언제든 진지하고 싶기 때문이다. 완전 다른 형태로 음악과 방송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끌어들일지에 대한 고민인 것 같다. 대중음악의 다양한 모습을 꼭 보여드리고 싶지만, 우린 음악 프로그램이니까 음악에는 진지하고 싶다. 소재의 다양성과 음악의 진지함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젊어지고 싶다. 너무 진지하면 사람들이 어려워하고 재미없어 할 수도 있고. 대신 재미있게 위트있게 하고 싶다."

"대중음악 조명하고파, 섭외 1순위는 이소라"
 
 EBS 음악방송 <스페이스 공감>을 연출하고 있는 황정원 PD가 2월 22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EBS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지난 20년간 수많은 뮤지션이 <공감>의 무대에 올랐다. '포크의 거장' 한대수,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부터 손열음, 임윤찬 등 클래식 아티스트까지. 팝 스타 제이슨 므라즈는 물론이고 태국의 국민 밴드 슬롯머신도 <공감>을 통해 한국 음악 팬들을 만났다. 장르에 관계 없이 대중음악 전반을 아울러 온 <공감>만이 걸어온 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방송가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트로트 가수나, 전 세계적으로 K팝 열풍을 불러 일으키는 아이돌 가수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황정원 PD는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은 가수들 보다는 "다른 매체에서 잘 소개되지 않는 대중음악을 조금 더 조명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앞으로 섭외하고 싶은 아티스트로 이소라를 꼽았다. 황 PD는 "제가 워낙 이소라 님 팬이기도 하지만, 그 분만의 목소리와 매력을 <공감>으로 잘 담아내서 100년 후에도 누군가가 볼 수 있게 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 좋은 공연을 꼭 시청자 분들께도 영상으로 전해드리고 싶은데 아직 출연해주신 적이 없어서 너무 아깝다는 마음이 들고 꼭 한 번은 나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는 4월 1일 스무 살이 되는 <공감>은 20주년 특집 기획을 준비 중이다. 황정원 PD는 "지난해부터 준비해왔다. 그동안 <공감>이 200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성실한 목격자로서 기록해왔는데, 그 중에 명반 100장을 꼽아보면 어떨까 했다. 100장들 가운데 20개의 에피소드를 선택해서 특별한 형식으로 방송을 해보려고 기획하고 있다. <공감>의 라이브홀 개관일이 2004년 4월 1일이다. 올해 4월 1일에 명반 100장의 리스트를 공개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EBS <스페이스 공감> 스틸 이미지. 실리카겔 공연의 한 장면.
ⓒ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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