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유튜버'가 만든 걸그룹…다른 생태계 가진 아이돌 온다

황지영 2024. 3. 1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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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 유튜버' 김계란과 그가 기획한 걸밴드 QWER. 사진 타마고프로덕션

308만 구독자를 보유한 ‘운동 유튜버’ 김계란은 지난해 10월 걸밴드 QWER(큐더블유이알, 쵸단·마젠타·히나·시연)을 론칭했다. 김계란은 유튜버 쵸단을 필두로 SNS 총합(틱톡·트위치·유튜브 등) 250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가진 마젠타와 ‘410만 틱톡커’ 히나를 영입했다. 보컬 시연은 일본의 AKB48 자매 그룹인 NMB48에서 최초의 외국인 멤버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이들의 데뷔 과정은 웹 예능 ‘최애의 아이들’을 통해 공개했다.

우왁굳과 걸그룹 이세계아이돌 사진 아프리카TV


15년차 게임 스트리머인 우왁굳은 가상현실(VR)계에서 영향력 있는 가요기획사 왁엔터테인먼트 사장이다. 재미로 시작한 ‘사이버 아이돌 프로젝트’를 통해 버추얼 걸그룹 이세계아이돌(아이네·징버거·릴파·주르르·고세구·비챤)을 결성했는데, 대박이 나면서 3년째 사장 역할을 맡고 있다. 멤버들도 각자 방송을 하는 스트리머다. 릴파는 2022년 세계 버추얼 유튜버 게임방송 시청순위 8위(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 올랐다.

또 다른 버추얼 아이돌그룹 스텔라이브(히나·타비·마시로·유니·칸나·리제) 역시 구독자 63만명을 보유한 유명 스트리머 강지가 만들었다. 스텔라이브는 최근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예약 방문을 통해 약 7000명의 팬이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버추얼 아이돌 스텔라이브. 사진 엑스


‘웹 3.0 아이돌’이란

이들 세 그룹은 제작자와 멤버들 모두 크리에이터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계란은 QWER 멤버들의 개인 방송을 장려하고, 일본에서 아이돌 활동을 하다 온 시연을 위해 단독 진행 웹 예능 ‘아저씨 누군데요’를 만들어 줬다. 이세계아이돌을 기획한 우왁굳은 멤버를 뽑을 때부터 “버추얼 유튜버로서 독립할 수 있게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크리에이터 개인의 유명세를 그룹으로 모으고, 그룹으로 얻은 유명세를 멤버 개인들에게 나눠주는 방식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단체 활동을 우선시하고 그룹을 부각시키는 기존 가요기획사들과 확연히 다른 행보다. 이에 대해 김상균 경희대 경영대학원 미디어&커머스 경영학과 교수는 '다른 생태계를 가진 아이돌의 등장'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함께 생산하고(탈 중앙화) 그 결과를 나눈다(분배)는 웹3.0 정신을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적용했을 때 나올 수 있는 모델”이라며 “‘웹 3.0 아이돌’의 시작이라 정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걸밴드 QWER. 사진 타마고 프로덕션


김계란은 “여러 SNS를 보는 요즘 친구들의 시선에 맞춰 QWER을 제작했다. 멤버들이 데뷔 전부터 SNS에서 많은 활동을 해온 것은 엔터테이너로서 큰 장점이다. 밴드로서의 매력과 음악 외에 여러 콘텐트를 통해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신여대에서 드럼을 전공하던 중 인터넷방송인으로 전향, QWER 리더로 데뷔한 쵸단은 “각자의 위치에서 새로운 도전을 한 멤버들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영감이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내가 같이 키웠다”


팬들이 생산자와 소비자 역할을 동시에 한다는 것은 ‘웹 3.0 아이돌’의 특징이다. 우왁굳은 기존 TV오디션 방송을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 들여와 노래 및 개인방송 역량을 평가했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들이 심사위원이 되어 이세계아이돌 멤버를 선발했다. 데뷔곡 ‘리와인드’의 작곡가 영바이브, ‘키딩’ 작곡가 이태훈은 우왁굳 콘텐트 시청자로 알려져 있다.
QWER은 데뷔곡 'Discord'(디스코드) 멜론 일간 음원 차트 30위 달성에 따른 공약으로, 팬과 함께 사랑의 연탄 후원 및 봉사활동을 펼쳤다. 사진 타마고프로덕션

김계란은 팬 개인이 참여자로 인식할 수 있도록 서사를 쌓았다. 밴드 멤버 영입부터 데뷔 과정의 이야기를 유튜브채널 타마고 프로덕션에 공개했다. 멤버 후보였다가 탈락한 일본 아이돌 니시무라 호노카의 모습도 그대로 보여줬다. 팬덤명 ‘바위게’는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팬과 함께 만들었다. 유튜브 누적 조회수는 7개월 전 올린 첫 영상 이후 1억 800만회 이상이다.

김 교수는 “콘텐트 제공자와 소비자가 따로 있는 스토리텔링이 아닌,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문화콘텐트 제작에 개입하는 스토리리빙(Story-living) 시대다. 기존 팬덤보다 더욱 강력한 유대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크리에이터들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아이돌은 기존 아이돌 그룹 이상의 강력한 팬 결집력을 보여주고 있다. QWER은 지난해 10월 낸 데뷔 음반 ‘하모니 프롬 디스코드’로 역대 걸그룹 초동(발매 일주일) 순위 9위에 랭크했다. 타이틀곡인 ‘디스코드’는 발매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멜론 차트에 올라 있다.

사진 패러블엔터테인먼트


이세계아이돌은 멜론 최초의 ‘명예의 전당’(발매 직후 24시간 이내 누적 앨범 스트리밍 수 100만 이상 달성한 앨범) 4회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엔 버추얼 아이돌 최초로 빌보드 코리아 3위에 올라 화제가 됐다. 이들의 IP(지적재산)는 카카오웹툰, 뮤직페스티벌 등으로 활용됐고 최근엔 지니뮤직과 협업해 여의도 더현대에 팝업스토어를 마련했다.

강수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본부장은 “이들은 활동기와 비활동기가 뚜렷한 일반적인 아이돌과 달리, 크리에이터로서 매일 팬과 소통하며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팬덤을 구축했다. 가수와 팬이 양방향으로 소통하는 과정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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