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삼성에 수십조 보조금 vs 35조 펀드…미·중 반도체 경쟁

이승호 2024. 3. 1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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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2년 8월 백악관 잔디밭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일자리를 미국으로 가져오기 위한 지원책을 담은 반도체과학법에 서명하자 의원들과 기업인들이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이 TSMC와 삼성전자 등 첨단 반도체 기업에 줄 보조금 규모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미국은 이들 기업에 각각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며 자국 반도체 생산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대(對)중국 반도체 제재 강화에도 나설 계획이다. 중국은 이에 맞서 반도체 산업 자립을 위한 대규모 펀드 조성에 나섰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미 정부는 반도체과학법(Chips Act)에 따른 보조금으로 TSMC에 50억 달러(약 6조5800억원) 이상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TSMC는 미 애리조나주에 400억 달러(약 52조8000억원)를 들여 2개의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미 정부와 보조금 협상을 진행해왔다.


美, TSMC·삼성·인텔에 수십억 보조금 줄 듯


지난 2022년 12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TSMC 공장 부지를 방문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바이든 대통령 오른쪽)와 마크 리우 회장과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TSMC 외에도 삼성전자와 인텔, 마이크론 등도 미 정부로부터 각각 수십억달러를 지원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170억 달러(약 22조 4400억원)를 투자해 새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블룸버그는 “지원받을 보조금 액수를 늘리기 위해 삼성전자가 미 정부와 추가 투자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텔도 직접 보조금과 대출 지원 등을 포함해 100억 달러(약 13조 2000억원) 이상의 지원을 받는 방안을 미 정부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보조금은 지난 2022년 8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반도체과학법에 근거한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대미 투자를 늘리자는 게 법률의 취지로, 미 현지에 공장을 짓는 업체에 390억 달러의 생산 보조금과 750억 달러 규모의 대출 지원을 해주는 내용이 핵심이다. 미 상무부는 390억 달러의 생산 보조금 중 첨단반도체 기업 몫으로 280억 달러를 배정했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TSMC를 비롯한 약 170여 개 기업이 보조금을 신청했다. 미 정부는 법안 시행 후 2년 가까이 구체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 최근 들어 지원 계획을 구체화하며 기업별 보조금 규모를 이달 말까지 확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미국의 반도체 생산역량을 높일 계획이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지난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에서 “2030년까지 세계 최첨단 반도체 생산량의 약 20%를 미국에서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美, CXMT 등 中반도체 기업 블랙리스트 추가”


미국, 중국 국기와 반도체 회로를 합성한 이미지. 사진 셔터스톡
미국은 대중 반도체 제재 고삐도 더 죌 계획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중국 메모리 반도체 회사 창신메모리(CXMT) 등 6개 업체를 ‘우려 거래자 명단’(entity list)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CXMT는 지난 2016년 중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따라잡겠다며 설립한 D램 반도체 제조업체다. 기존 리스트엔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SMIC(中芯國際·중신궈지), 메모리 반도체 회사 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MEE),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중국의 핵심 반도체 업체가 포함돼 있다.

미국은 SMIC 등이 자체 생산한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반도체를 공개하고 5㎚ 반도체 개발에도 나서자 규제를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한국과 독일엔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에 동참하라고 압박하고, 규제에 동참 중인 일본과 네덜란드엔 강도를 높일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재 강화’ 美에 中 ‘투자 확대’로 맞불


지난 2020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반도체 엑스포에서 한 관람객이 SMIC의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압박에 중국은 대규모 투자로 맞서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사상 최대인 270억 달러(약 35조 6400억원) 규모의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 조성에 나섰다”며 “이를 위해 지방정부와 국영기업에서 자금을 모으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기금(빅펀드)’이라고 불리는 이 펀드는 중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조성한 국영 펀드다. 중국 정부는 2014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450억 달러(약 59조원) 규모로 빅펀드를 조성해 첨단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 국산화 등에 투자했다.

이번 3차 기금은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와 국영기업이 중심이 돼 자금을 모을 예정이라고 한다. 블룸버그는 “상하이시 정부와 국가개발투자집단, 청퉁홀딩스 등이 각기 수십억 위안을 기금으로 내놓을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모금 협상은 수개월 내로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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