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의 정상화'라지만…다수당 따라 붙였다 뗐다 '대공수사권' 논란

박현주 2024. 3. 10.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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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수사권을 경찰에서 국정원으로 돌려놓겠다는 여당의 총선 공약으로 인해 대공수사권 조정 문제가 다시 공론화하는 모양새다. 국회 다수당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애초에 국정원의 전담 분야를 개혁이란 명목으로 밀어붙이듯 경찰에 넘긴 걸 정상화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국가안보 사안이 정치권발 외풍을 타는 것 자체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7일 비대위 회의에서 "총선 승리 후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회복하는 법률 개정안을 내고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간첩 등 국가보안법 위반 범죄를 수사할 수 있는 대공수사권은 2020년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국정원법 개정안에 따라 3년의 유예 기간을 거쳐 올 1월 경찰로 넘어갔다. 이에 따라 국정원은 현재 해외 정보망 등을 통해 입수한 대공 수사 관련 첩보를 추적하고 정보를 분석하는 등 제한적인 활동만 할 수 있다. 과거처럼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에 나서거나 구속영장을 신청할 권한은 사라졌다.

여권에선 대공수사권 복원 이유로 야권의 친북 인사들이 다수 공천을 받은 상황에서 '제2의 통합진보당 사태'를 막기 위해 이들을 강력하게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범야권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종북 성향으로 의심 받는 인사들이 비례대표 당선 안정권에 든 것을 문제삼는 것이다. 한 위원장 또한 지난 7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통합진보당 후신 종북 세력에게 정통 민주당을 숙주로 내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참석자들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연합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맞잡은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왼쪽부터 윤희숙 진보당 대표, 이재명 대표, 더불어민주연합 윤영덕, 백승아 공동대표,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대표. 공동취재단. 뉴스1.


이와 별개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부터 한국을 '교전 중인 적대국'으로 규정한 가운데 각종 대남 공작이 강화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북한이 4월 총선을 앞두고 한국 사회 분열을 노리고 우리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흔들어보려는 체제 전복 전술을 펼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대공 수사의 성패는 결국 대북 정보를 광범위하게 확보하고, 서로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퍼즐 조각을 정교하게 맞추는 능력에 달려 있다. 이런 큰 그림을 그리는 데는 장기간 국내외 첩보망을 활용해 북한을 주시해온 국정원이 적임이라는 지적이다. 상대적으로 국내외 네트워크가 부족하고 성과내기식 단기 수사에 능한 경찰이 대공 수사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여권 우려의 핵심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 조선인민군 대연합부대들의 포사격 훈련을 지도하며 전투 동원 준비 태세를 주문했다. 노동신문. 뉴스1.


다만 일각에선 3년을 준비해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한 뒤 제대로 역량을 발휘해볼 기회도 주지 않고 총선 결과에 따라 복원하는 데 따른 우려도 나온다. 조직과 직능 정비를 마치고 경찰이 대공수사권을 온전히 받아든 지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간첩은 국정원이 더 잘 잡는다"는 논리로 도로 이를 빼앗을 경우 현장의 혼란도 야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애초에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박탈한 이유인 불법 사찰과 인권 침해에 대한 시민사회계의 우려도 여전하다.

총선 결과에 따라 대공수사권을 국정원으로 되돌리더라도 해당 과정에서 빚어질 수 있는 안보 공백을 잘 메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권발 대공수사권 이전 논란이 안 그래도 호시탐탐 대남 공작의 기회를 엿보는 북한을 부추길 여지도 있다. 경찰과 국정원 간 권한 싸움을 할 게 아니라 실질적인 협력이 빈틈없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한기범 전 국정원 1차장은 대공수사권을 국정원으로 다시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하며 "다만 대공수사권이 왔다 갔다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인권 침해에 대한 우려를 불식해야 하고, 경찰과의 업무 협조도 강화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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