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해외부동산 펀드 잇단 만기 연장…시간 벌었지만 ‘손실’ 우려 여전
미국과 유럽의 상업용 빌딩에 투자한 해외 부동산 펀드의 만기가 줄줄이 연장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 부진 여파로 빌딩 가치가 하락한 상황에서 당장의 손실을 막고 시간을 벌기 위한 조치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의 ‘하나대체투자나사1호’는 지난달 29일 수익자 총회를 열고 펀드 만기를 5년 연장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이 펀드의 만기는 이달 30일이었지만 2029년 3월로 바뀌었다.
해당 펀드는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인근에 위치한 ‘투 인디펜던스 스퀘어(Two Independence Square)’ 오피스 빌딩에 투자했다. 이 건물은 미국항공우주국(NASA) 본사가 임차해 있어 우량 자산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자산 가치가 급락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의 ‘이지스글로벌229호’ 역시 지난달 말 독일 현지 대주단과의 대출 유보 계약 만기를 지난달 말에서 오는 5월 말로 3개월 연장했다. 계약 형식은 ‘스탠드스틸(Standstill·현상 유지)’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이 받은 대출금 관련 계약 사항을 현재 상태로 유보하는 방식이다.
해당 펀드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트리아논 빌딩에 투자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이 건물 매입 당시 현지 대주단으로부터 자금을 빌렸다. 부동산 경기 부진 여파로 빌딩 가치가 떨어지며 해당 대출에 대한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까지 나왔는데, 일단 급한 불을 끈 것이다. 이 펀드는 대주단과 맺은 대출 관련 계약 만기 연장과는 별개로, 펀드 자체의 만기도 지난해 10월에서 2025년 10월로 연장했다.
이지스자산운용측은 “유럽 오피스 시장이 여전히 우호적이지 않지만, 자산 안정화와 매각 작업을 통해 수익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지난달 22일이 만기였던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의 ‘한국투자밀라노1호’ 만기는 3년 연장됐다.
펀드 만기 연장으로 투자자 손실이 당장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만기 연장 조치는 손실 확정 시점만 늦출 뿐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시장 금리가 고점 대비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고금리 환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부동산 투자 관련 평가 손실 문제는 보다 심각해 질 수 있다”라고 짚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규모는 56조4000억원이다.
부동산 투자 부실 우려는 이미 국내 증권회사의 신용도를 떨구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8일(현지 시간)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S&P는 “부동산 관련 리스크가 한국 증권 회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며 “수익성 부담이 2년 동안 지속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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