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만5000명·평균 연령 35세’…청년들 빨아들이는 이 교회의 치명적 매력
한국의 개신교 역사는 19세기 말 외국에서 온 선교사들로부터 출발합니다. 기독교는 우리나라의 근대화와 독립운동, 건국과 민주화 운동에 핵심 역할을 감당했죠. 또 평양대부흥 운동과 빌리 그레이엄 성회, 엑스플로 74, 1977 민족복음화성회 등을 거치며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종교로 자리매김했지만 근래 들어 크리스천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해외 교계 지도자들이 바라보는 한국교회는 어떨까요. 국민일보 더미션이 <글로벌 미션EYE>라는 타이틀로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사역을 이어나가고 있는 목회자와 신학자, 선교단체 지도자들을 만납니다. 첫번째로 싱가포르 최대교회인 ‘시티하베스트교회’ 콩히 목사를 만나봤습니다.
청년들이 교회에서 사라지고 있다. 청년세대는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다른 세대와 비교해 가장 무신론자 비율이 높은 세대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목회데이터연구소의 ‘2023 국민 종교 분포 및 현황’에 따르면 19~29세 개신교 인구는 2012년 19%에서 2023년 9%로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20~39세와 40~49세 역시 각각 10% 포인트, 12% 포인트 감소했다.
한국의 교회에서는 청년들이 사라지지만 이 교회는 다르다. 싱가포르 최대 교회이면서 세계에서 가장 젊은 교회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1989년 20명의 청년으로 시작해 2012년엔 세계 9번째 대형 교회로 자리매김했으며 지난해 평균 출석 교인 수는 2만7025명(지교회 포함 4만5000여명), 교인 평균연령은 35세다. 25세 미만 교인이 25%, 26~45세 교인이 45%를 차지하며 46세 이상은 30%에 불과하다. 싱가포르의 시티하베스트처치(CHC·City Harvest Church)다. 9일 이 교회 콩히 목사를 이메일로 만났다.
-전 세계적으로 청년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가장 ‘종교적이지 않은 세대’로 알려져 있다. 싱가포르 청년 크리스천들의 오늘날 모습이 궁금하다.
“싱가포르의 청년 사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청년들이 자신을 무신론자라고 칭하고 있고 신학생 수는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청년목회에 집중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CHC에서는 청년을 ‘부흥의 촉매’라고 일컫는다. 청년 세대는 비전과 창의력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의 신앙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고 복음을 전파하는 혁신적인 방법을 탐구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청년 목회에 집중하게 됐다.”
-청년 목회 사역의 핵심 요소가 궁금하다.
“청년목회 사역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청년들이 진정성 있는 관계 및 공동체를 형성토록 돕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먼저 정신건강, 사회적 압박감 등 청년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인식해야 한다. 또 교회 청년들이 손가락질 당할 걱정 없이 자신의 진실한 생각과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 및 아픔을 나눌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청년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우리에게 가치 있고 소중하다. 앞으로도 이들이 신앙의 여정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고무적인 리더십과 의도적 제자훈련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CHC가 싱가포르 최대 교회로 발돋움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우리는 온 마음을 다해 하나님과 그의 창조물인 인간을 뜨겁게 사랑하는 교회다. 무너진 세상을 감동시키려면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로부터 흘러나와야 한다고 믿기에 가난하고 궁핍하고 약하고 소외된 사람들 수천명에게 다가가 복음을 나눴다.
이처럼 여러 사역을 해왔지만 핵심은 신앙생활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사랑하고 헌신적으로 기도하는 것이 모든 사역의 밑바탕이다. 성령님은 예수님을 통해 우리를 사랑의 하나님에게로 이끄신다. 또 그 과정에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대로 변화한다. 우리에게 진정한 만족과 기쁨을 가져다주는 것은 사랑의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하여금 우리 역시 자연스럽게 길 잃은 자들을 사랑하고 섬길 수 있다.”
-코로나를 비롯해 콩히 목사도 시련을 겪었다. 어려움을 딛고 회복을 경험하게 된 원동력은 무엇인가.
“나는 어려운 시기에 하나님의 말씀을 오롯이 의지하고 홀로 기도하며 시간을 보냈다. 성령님께서 내 마음에 역사하시도록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성령의 열매를 맺으며 날마다 예수님을 더욱 깊이 사랑해왔다. 우리 교회 역시 여러 어려움을 직면했음에도 교회 공동체로서 주님을 기뻐하고 서로를 기뻐하며 예배했다.
내 좌우명은 ‘분노하지 않기, 계속해서 용서하기, 끊임없이 인내하기’다. 이는 하나님의 사랑과 인내와 친절로 가득 찬 교회를 세우는 우리 교회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우리는 최근 몇 년간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고난은 우리 안에 그리스도의 생명이 흐르도록 했고, 하나님께서는 이 어려운 시기를 통해 CHC를 더욱 순수하고 굳건한 교회로 세우셨다. 우리 교회는 지금 새로운 부흥의 기대감으로 교회를 재건하는 단계에 있다. 많은 사람이 구원받고 치유받고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우리의 예배는 더욱 풍성해지는 등 교회가 새로워지고 있다.”
-특별히 콩히 목사와 한국교회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다. 당신이 바라보는 한국교회 청년목회의 모습이 어떤지 궁금하다.
“나는 한국교회, 특히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인연이 깊고 한국교회의 성공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지난 몇 년간 한국교회를 지켜보며 한국의 청년목회 사역 관련 긍정적인 변화와 어려움, 양면을 모두 목격했다. 청년세대를 대상으로 캠프와 봉사, 선교 활동 등 더욱 활발해진 청년목회 사역이 긍정적 변화다. 또 전반적으로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교회가 감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하는 것 또한 긍정적인 변화다.
어려운 국면에 직면해있는 부분도 있다. 디지털 방해 요소 등으로 인한 어려움이다. 싱가포르와 한국, 양국의 기독청년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현상이 있다. 바로 극심한 학업 스트레스로 번아웃(탈력감)을 느끼고 신앙심을 잃고 교회에서 단절되는 것이다. 청년들을 잘 살펴본 결과, 이들은 진정성 있는 관계를 열망한다. 이들이 바라는 교회의 모습은 서로 공감하고 연결되는 신앙공동체다. 또 양국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으로 저출산 문제가 있는데 이는 앞으로 교회가 복음을 전할 수 있는 다음세대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교회의 청년목회에 조언해줄 내용이 있다면.
“청년 사역에 더욱 투자하고 청년 지도자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등 청년 사역을 우선시해보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다. 청년세대를 위해 더 많은 자원과 시간, 기도를 하면 청년들의 니즈(욕구)를 이해하고 충족시켜줄 수 있다. 청년들에게 리더십을 맡기는 것도 중요하다. 이들이 또래 청년 리더들과 더욱 효과적으로 관계를 쌓고 직접 교회의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청년목회와 더불어 한국 기독교의 부흥을 위한 메시지가 있다면 .
“첫째로 청년세대를 대상으로 한 의도적 제자훈련이다. 청년들을 신뢰하라. 청년은 다음세대 지도자일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세대의 지도자들이다. 이들이 미디어 등 다른 곳에 영향을 받기 전에 교회로 초대하고 교회 사역에 참여시켜라. 하나님께서 이들의 시간을 보다 선한 영향력으로 사용하신다는 것을 알려라. 이들이 인생의 가장 좋은 시기에 가장 좋은 날들을 하나님을 섬기는 데 바치도록 하라.
둘째로 진정성 어린 제자훈련과 양육이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말씀을 가르치시던 모습을 떠올리며 제자들과 함께 성경을 공부하고, 이들이 가진 질문에 답해주고, 이들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라. 이들이 가진 잠재력을 바라봐라. 이들을 과거와 상관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뜻이다. 진심으로 제자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삶에 일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라.
끝으로 봉사활동에 더욱 대담하게 나서라. 많은 이들이 주님을 필요로 한다. CHC는 청년 모임과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 먼저 다가간다. 이들의 요구사항을 찾아 충족시켜주고 마음에 지닌 상처를 찾아 치료하라. 우리가 예수님과 닮은 모습을 보일 때 이들도 예수님에게 마음을 연다. 이들의 삶에 담대하게 다가서서 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수 있는 비전과 꿈을 심어줘라.”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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