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하는 청소년들... "전교10등도, 자사고 학생도 빠져"

이영광 2024. 3. 10.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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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온에어' 301] KBS 1TV <추적 60분> 정용재 PD

[이영광 기자]

 KBS 1TV <추적 60분>의 한 장면
ⓒ KBS
 

최근 들어 청소년 도박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 10명 중 4명이 도박을 접해본 적 있다고 했고 돈 내기 게임 경험하는 나이가 11.3세 즉 초등학교 4학년이다. 지금 청소년들에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지난 1일 KBS 1TV <추적 60분>에서는 '2024 중독사회 2부 - 3억 원을 날렸어요' 편이 방송되었다. 경남 김해의 한 중독치료 전문병원에 있는 중독자 이야기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도박 중독에 빠진 청소년들과 부모들 이야기를 들어보고 캄보디아에 가서 카지노나 바카라 등이 어떻게 한국으로 송출되는지 등을 담았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해당 회차 연출한 정용재 PD를 지난 6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만났다. 다음은 정 PD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

변화구 던져 건진 아이템

- 청소년들의 도박 중독 문제에 대해 취재 했잖아요. 이건 어떻게 취재하게 되었어요?
"제가 아이템을 엄청 고민하는데 친한 친구가 아이템을 엄청 많이 줬어요. 연구비 삭감이나 서울시의 김포 편입 문제 얘기했지만 별로인 것 같았어요. 근데 청소년들이 요즘 도박을 많이 한다기에 찾아보니까 실제로 되게 심각하더라고요. 뉴스도 많이 나오고 했는데 심층 취재는 부족한 것 같아서 해보게 됐습니다."

- PD님은 도박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어요?
"사실 작년에 저와 (기)아영 PD가 강원랜드 취재를 한번 해보자고 했던 적이 있어요. 코로나 이후에 우리나라의 유일한 합법 카지노인 강원랜드의 풍경은 어떻게 변했을까죠. 그때 실제로 강원랜드 답사도 갔다 왔거든요. 도박은 당연히 인식이 부정적이죠. 아무래도 사행성 사업하는 분들은 도박이 꼭 나쁜 건 아니라고 얘기 하죠. 물론 확률 게임을 하는 것으로 보면 굉장히 사회악이라고 얘기 못 하겠어요. 왜냐하면 우리가 하는 것 중에 되게 유쾌한 도박들도 많거든요. 확률과 보상이 있으면 다 도박이죠.

다만 제가 강원랜드에 가서 본 그 사람들의 그 초췌함과 휑함과 정말 인생의 어떤 낙이 다 사라진 그런 모습들을 통해서 도박이 이렇게 사람을 굉장히 망칠 수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이게 우리 청소년들이라면 더 끔찍하겠다 싶었어요. 도박에 대한 생각은 양가적이지만 많이 빠졌을 때 정말 인생과 그 가족까지 다 망칠 수 있다는 게 좀 무서웠죠."

- 청소년이 더 안 좋을까요?
"청소년에게 도박이 더 안 좋은 이유는 아이들의 뇌가 다 발달하기 전이라서요. 뇌가 뒤에서부터 앞으로 발달한대요. 뒷뇌가 욕구를 담당하고 점점 앞으로 와서 25살에 완전히 발달한다고 하는데요. 앞에 전두엽이라는 게 충동이나 욕구 억제하는 역할을 해주는 거거든요. 아이들은 이게 발달을 안 한 상태에서 도박이란 굉장히 큰 거대한 도파민적 보상을 주는 걸 만날 때 비유하자면 이미 사회에 나가기 전에 온몸에 굳은살이 배기는 거예요. 사실 인생에서 우리가 천천히 즐겨야 될 것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도박이 너무 큰 자극이기 때문에 그걸 다 못 느끼게 되는 거죠."

- 교실에서 스마트폰으로 학생이 도박하는 모습을 프롤로그로 보여줬는데 어떤 의도였을까요?
"문이 쭉 열려면 교실이에요. 그리고 책이 펼쳐져 있으면 어른들의 상식으로는 공부한다는 거죠. 하지만 알고 보니까 도박하고 있었던 거죠. 어른들이 모른다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우리는 겉으로 봤을 때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고 잘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안에 속을 들어가 보면 아이들이 도박에 빠져 있고 심각한 문제라는 거죠."

- 어느 정도인가요? 전 청소년들이 게임은 많이 해도 도박한다는 말은 못 들었거든요.
"맞아요. 그러니까 이런 얘기를 하면 다들 언론에서 너무 부풀리는 거 아니냐고 해요. 근데 통계가 증명합니다. 실제로 아이들이 거의 10명 중에 한 4명이 도박을 접해본 적이 있다고 얘기 했고 처음으로 돈 내기 게임을 경험하는 나이가 11.3세래요. 초등학교 5학년이거든요. 왜 그러냐면 저희 때만 해도 핸드폰은 없었어요. 근데 요즘은 고사양의 핸드폰이 다 있잖아요. 애들이 핸드폰으로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고 도박 사이트 접근하기 되게 쉽거든요."

- 경남 김해의 한 중독치료 전문병원에 있는 19살인 김진우(가명) 군 얘기를 들어보면 도박에 쏟은 액수가 억대라는 게 놀라운 것 같아요.
"맞아요. 다들 이게 제일 놀랍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다들 그 얘기를 하더라고요. 근데 이건 얘가 일단 부모님께 많이 돈을 당겨왔고요. 그리고 인터뷰에서 안 나갔지만, 이 친구가 어렸을 때부터 사업을 했어요. 연령의 나이에 비해서 굉장히 빠른 친구였어요."

- 그 집이 부유한가요?
"아니요. 아버지가 건설업 쪽에 종사하시고 부유하지는 않습니다. 그 3억이 다 자기 돈은 아니고 당연히 빌려온 돈 또 일종의 사기 같은 게 다 포함되는 거죠."
 정용재 PD
ⓒ 이영광
 
내밀했던 해외 취재

- 도박은 아마도 잃은 돈에 대한 아쉬움과 돈을 딸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끊지 못하는 걸까요?
"맞아요. 저도 강원랜드에 취재 가서 할 때마다 돈을 잃는 거예요. 그러니까 재미가 없어요. 돈을 잃는데 어떻게 재미가 있어요? 보상이 안 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이번에 취재하면서도 이걸 왜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근데 아이들이 잘못되는 이유가 뭐냐면 한 번 따는 거예요.

예를 들어 강원랜드에 룰렛 같은 게 있었거든요. 그게 2배 3배도 있고 10배 40배도 있어요. 40배는 제가 1만 원 걸면 40만 원 받죠. 만약 제가 한 번이라도 걸렸으면 거기서 강력한 도파민이 있고 잊지 못하는 순간이 오겠죠. 그러다 보면 그때 한 번 땄었던 그 기억과 그때의 쾌감을 잊지 못한대요. 그렇기 때문에 계속 잃어도 그때 영광을 잊지 못해요. 오히려 처음에 시작했을 때 계속 돈을 다 잃어요. 그러면 오히려 전문가들은 축복받은 사람이라고 얘기해요. 왜냐하면 그 사람은 보상이 안 오니 이미 중독되기 글렀다는 거죠."

- 그럼, 처음엔 일부러 돈 따게 하는 걸까요
"할 수 있죠. 그런데 그렇게 하기는 어려워요. 왜냐하면 도박이 1대 1로 하는 게 아니거든요. 딜러 한 명 있고 수많은 사람이 같이하는 거기 때문에 어떤 특정한 사람에게 새로 왔다고 해서 몰아주기는 어려운 구조예요."

- 도박 사이트 가입할 때 미성년자인지 신원확인 없는 건 불법 아닌가요? 물론 도박 자체가 불법이라 신원확인 안 하는 걸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요.
"그렇죠. 말씀하신 대로 온라인 도박 자체가 불법이에요. 그러니 사업자 입장에서는 미성년자를 받아도 불법, 안 받아도 불법이에요. 그러면 그들 입장에서는 어차피 불법 하는데 미성년자 돈이라도 끌어와야 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죠."

- 그럼, 미성년자 받았을 때 가중처벌은 없는 건가요?
"그런 건 지금 딱히 없는 것 같아요. 그 내용은 저희가 취재를 안 했는데 정보통신법인가로 처벌 받아요. 근데 그게 미성년자와는 관련이 없어요."

- 19세인 이주원(가명) 군은 모범생으로 성적이 좋았는데도 도박에 빠진 것 같던데.
"맞아요. 제가 왜 이 얘기를 넣었냐면 학부모님들의 생각은 '맨날 문제나 일으키는 문제아들이나 하는 거지. 우리 애가 무슨 도박을 해'거든요. 근데 그렇지 않다는 거예요. 영재반에 있었고 맨날 전교 10등 안에 들던 애도 하고 자사고 학생들도 해요. 그러니까 공부 잘한다고 코로나 안 걸리는 거 아니잖아요. 그런 것처럼 학업 수준이나 부모의 경제력과 상관없이 다요."

- 캄보디아 잠입 취재하셨잖아요. 어땠어요?
"일단 가기 전에 너무 무서웠고 왜냐하면 그런 얘기를 해요. '거기 되게 무서운 동네다. 일단 강력 범죄가 굉장히 많고  사람들 사람 한 명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란 얘기죠. 그리고 언론사가 들어가면 걔네가 워낙 커넥션이 잘 돼 있어서 자기네들끼리 '한국 경찰이 떴다더라'나 '한국의 언론사가 떴다더라'란 게 굉장히 엄청 빠르게 다 전파가 된대요. 제가 가면 딱 봐도 눈에 띄잖아요 그러니까 딱 눈에 띄고 쟤구나 해서 뭔 일을 당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굉장히 저도 경계를 많이 하고 갔는데 하여튼 결과적으로 갔다 오길 잘했죠."

- 캄보디아에서 온라인 카지노 송출은 불법이라던데 하잖아요.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 걸까요?
"그렇겠죠. 캄보디아에서 해외로 쏘는 거나 자국으로 쏘는 거나 불법이에요. 근데 버젓이 하잖아요. 어디 숨어서 하는 것도 아니에요. 그렇다면 당연히 단속이 없었다는 거고 왜 없을지 오히려 제가 캄보디아 경찰청에 물어보고 싶어요. 실제로 저희가 접촉했어요. 근데 대답 받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지 아마 독자분들이 생각해 보시면 되겠죠."

- 캄보디아에 있는 불법 도박 사이트 사장에게 투자하겠다고 해서 만난 거잖아요, 거긴 어땠어요?
"처음에 엄청 떨렸죠. 내밀한 얘기를 들어야 되잖아요. 저는 그런 사람이 나와주길 바랐어요. '익명이고 다 가려줄 테니까 속 시원하게 얘기해달라'라고 하면 한국인 업자중 한 명 정도 해주지 않을까 했는데 정말 한 명도 없어요. 왜냐하면 이게 계가 달렸고 여기서 말하는 순간 생명이 잘못될 수 있어요. 그래서 목숨 내놓고 하는 인터뷰거든요. 그러다 보니 제가 머리를 쓴 게 제가 투자한다고 하고 만나는 거죠. 이 사람들은 돈에 환장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투자한다고 하면 만나주더라고요.

만나기 전날 그 아이디어가 생각이 나서 시나리오를 되게 정밀하게 짰어요. '난 한국에서 코인으로 굉장히 벼락부자가 돼서 한 30억을 벌었는데 부동산도 이미 샀고 재밌는 거 없을까 하다가 캄보디아에 도박장이 있다더라 해서 한 10만 달러 그러니까 1억 3천 정도를 여기다 한번 묻어보고 싶고 1억 3천 날려도 상관없다'란 식으로 접근했어요. 그랬더니 덥썩 문 거죠. 왜냐하면 신생 업체였고 당장 돈이 필요한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그 사람과 되게 많은 얘기를 했죠. 제가 투자자 입장이니까 이 사람에게 물어보기도 너무 좋은 거예요. 왜냐하면 난 물어볼 명분이 있잖아요. 묻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이 사람도 성심성의껏 대답을 다 했어요. 이 사람이 방송 봤을지 모르겠는데 봤다면 어떤 반응일지 궁금해요."

- 막는 방법은 불법 계좌를 잠그는 건가요?
"계좌를 잠그는 게 만능은 아닙니다. 계좌는 새로 사면 되죠. 근데 계좌가 그나마 효과적이라는 거죠. 왜냐하면 계좌가 비싸거든요. 안전한 계좌같은 경우 한 700 정도 한다고 해요. 이걸 매일 잠가요. 그러면 그냥 매일 700이 나가죠. 또 매일매일 통장이 바뀌면 손님들도 입금을 잘못할 수도 있고 거기서 오는 혼란이 되게 심하거든요.

그리고 그 장이 묶여버리면 그 안에 몇억 몇십억이 있을 수 있는데 그게 다 동결돼 버려요. 인출을 못 해요. 그럼 굉장히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거죠. 근데 그것조차도 지금 절차가 굉장히 오래 걸려요. 보이스피싱 같은 경우 계좌를 바로 잠그거든요. 도박은 관련 법률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2~3주, 한달 걸리는 거죠. 그사이에 이미 그 도박 업자들은 이미 영업할 대로 다 하고 한 한 달 뒤에 또 바꾸면 돼요."

"불법 도박, 충분히 뿌리 뽑을 수 있어"
 
 정용재 PD
ⓒ 아영광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일단은 아이템적으로 느낀 건 이게 정말 빨리 뿌리 뽑아야겠고 정부가 강력하게 하면 좋겠다는 거죠.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라 충분히 검거할 수 있거든요. 이거 좀 빨리빨리 움직여줘야 된다라는 거 답답함을 많이 느꼈고요.

제작자로서 느낀 거는 되게 재밌었다는 거죠. 제작하면서 되게 공감이 많이 가는 주제였고 명확한 주제였고 이번에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첫 프롤로그 신도 그렇고 이번에 처음으로 선공개를 했어요. 홍보를 위해 보통 저희 예고편 정도가 나가는데 이번에는 목요일에 궤도 님 인터뷰한 촬영 원본을 가지고 그걸로 10분 정도 되는 영상을 따로 만들어서 유튜브 선공개 했거든요. 그 최초의 시도였고 그게 지금 35만 회인가 나왔어요. 새로 시도할 수 있어서 프로듀서로서 되게 뜻깊었고요."

- 어려운 점은 뭐였어요?
"일단 사례 취재가 되게 어려웠어요. 왜냐하면 어느 학부모가 자기 아들이나 딸이 불법 도박 하다 잃었다고 얘기하고 싶겠어요. 왜냐하면 그게 다 제 얼굴에 먹칠이잖아요. 근데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공익을 위해서 제2의 내 아이가 없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많이 나와주셨고 거기에 대해 이 자리 빌려서 되게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고요. 

또 하나는 캄보디아죠. 해외 취재는 정말 정말 어려웠습니다. 가는 날 공항에 비행기 안에서 제가 잠을 하나도 못 잤어요. 밤 비행기였는데 잠이 하나도 안 와서 진짜 뜬 눈으로 있었고요. 왜냐면 가서 제가 잘할 수 있을까. 뭘 취재해야 되지. 일단 어디 들어갈 수 있지. 어딜 들어가야 되지. 들어가서 안전할까. 몰카가 걸리지 않을까. 등 온갖 생각이 다 들죠. 그래서 너무 스트레스 많이 받았는데 그만큼 좋은 결과물이 있었던 것 같아서 뿌듯하고 보람이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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