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유료 중계... 무료보다 못하면 어쩌라고?

김상화 2024. 3. 1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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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서비스 대비 품질 부족 역력... 유료 결제 팬 기대 충족 언제 시킬까

[김상화 기자]

 
 피빙의 2024시즌 프로야구 중계 화면
ⓒ 티빙
 
프로야구 유료 중계가 첫 선을 보였다. 9일 시작된 20204시즌 프로야구 시범경기를 시작으로 토종 OTT 플랫폼 티빙을 통한 독점 유무선 생중계가 본격작으로 막을 올린 것이다. 기존 케이블 TV 및 IPTV를 통한 시청 방식에는 변화가 없지만 PC와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시청은 이제 오랜 기간 무료로 사용해왔던 네이버+다음 카카오+SK텔레콤+LG유플러스+아프리카 TV 등을 대신해 오직 티빙 유료 가입을 통해서만 이뤄지게 되었다.  

지난 1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우선 협상자 발표에 따라 티빙의 최대 주주 CJ ENM이 기존 네이버 컨소시엄과의 입찰 경쟁에서 더 많은 액수를 제시하면서 승리, 지난 4일 최종 계약 발표가 이뤄졌다. 이로써 티빙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유무선 중계권을 독점 보유하게 된 것이다.  

이를 둘러싼 설왕설래는 지난 오프시즌 동안 야구팬들에겐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십수년에 걸쳐 무료로 시청할 수 있었던 인터넷 생중계를 이젠 최소 월 5천500원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 기준) 이상을 지불해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새로운 논란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9일 시범경기 개막과 더불어 부정적인 견해가 야구팬들로 부터 쏟아졌다.  

기존 무료 서비스 대비 부족한 품질
  
 티빙의 2024시즌 프로야구 중계 화면 (태블릿 기준)
ⓒ 티빙
 
가장 큰 문제는 서비스 품질의 아쉬움이었다. 총 5개 경기가 진행되었고 캐이블TV 중계가 이뤄진 4경기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재전송 방식으로 구독자들에게 제공되었고 TV 중계가 편성되지 않았던 SSG 대 롯데 경기에 한해 티빙 자체 중계진을 활용한 독점 중계가 이뤄졌다. 

생중계 자체만 놓고 보면 서비스 접속 장애 같은 대형사고 없이 이뤄졌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성공적인 서비스 개시가 이뤄진 것처럼 보였지만 기존 야구팬들의 눈높이에는 부족한 부분이 여러군데서 노출되었다. 기존 방영 플랫폼 중 가장 많은 사용자를 보유한 네이버 야구 섹션과 비교해서 이용자 입장에선 불편한 UI 설계가 이뤄진 탓에 화질 및 PIP 설정 같은 기본적인 기능 구현부터 구독자들의 불만을 자아냈다.  

생중계 못잖게 중요한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의 업로드 또한 네이버 대비 턱없이 부족했다. 불과 4-5개월전까지 무료로 이용했던 네이버 야구서비스에선 경기 진행과 동시에 이닝 별 중요 장면이 2-3분 분량으로 재빨리 편집되어 영상이 제공되었다. 뿐만 아니라 경기 종료 후엔 20-30분 이내에 경기 풀버전 및 하이라이트 영상도 속속 공개되었지만 2024시즌 시범 경기 첫날 티빙 어플에선 오후 1시에 시작한 경기의 영상물이 저녁 7~8시 무렵이 되서야 지각 공개되는 늑장 운영이 야구팬들의 빈축을 자아냈다.  

"이 기능이 왜 구현 안될까?" 황당한 오류도 발생
 
 티빙의 2024 프로야구 중계 화면. 키움 대 두산의 경기인데 정작 타자와 주자는 NC 선수들의 이름이 표기되었다.
ⓒ 티빙
 
그나마도 15분 안팎의 하이라이트 영상 1개만 경기별로 등록되었고 각 경기별로 발생한 다양한 영상은 오직 유튜브 '티빙스포츠' 채널에서만 소개되었다. 이렇다보니 티빙 스포츠 채널의 존재를 전혀 알 턱이 없는 대다수 야구팬들로선 당연히 허탕을 칠 수 밖에 없었다. 2023년까지 네이버만 하더라도 각 구단 홈경기를 기준으로 10개 구단 경기의 영상을 체계적으로 분류해 놓아 이용자들이 편리하게 내가 응원하는 팀의 영상을 찾아보고 감상할 수 있었지만 티빙이 운영하는 공식 어플과 유튜브 채널 모두 이와 같은 구성이라곤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요즘 야구팬들은 단순히 생중계만 시청하는데 머물지 않는다. 중계 방송을 지켜보면서 어플에 댓글을 다는가 하면 자신 속한 팀 카페의 응원방을 통해 실시간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식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를 위해 PIP 기능, 분할화면(태블릿 기준) 구현 등은 중요한 요구 사항 중 하나로 손꼽히지만 첫날 중계에선 일부 저가형 요금제 회원들이 PIP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는 등 불편함이 빚어졌다.  

디즈니플러스, 유튜브 같은 타 OTT 및 동영상 어플의 경우 아이패드에서의 분할 화면(Spilt View) 기능을 지원하지만 티빙은 안드로이드 태블릿에서만 이를 사용할 수 있어서 보완이 필요했다. 동영상 생중계와 병행되는 문자 중계에선 선수 명단 오류도 빚어졌다.  키움 대 두산(이천) 경기에선 뜬금없이 NC 선수들의 이름이 타자, 주자 등으로 노출되는 황당한 장면도 목격되었다. 이밖에 채팅 기능 구현 과정에서 중계 화면을 가리면서 서비스 이용에 불편함을 느끼는 팬들이 적지 않았다. 

유료 서비스에 걸맞는 품질 제공 언제쯤 이뤄질까?
 
 각 경기 주요 장면 및 하이라이트 영상이 업로드되는 티빙 스포츠 유튜브 채널
ⓒ 티빙
 
십수년 동안 사람들은 무료로 PC와 휴대폰, 태블릿 등을 통해 야구 경기를 생중계로 시청할 수 있었지만 이젠 돈을 지불해야 볼 수 있게 되었다. 시대가 달라진 만큼 이에 따른 변화 발생은 분명 불가피한 일이다. 하지만 지난 4-5개월전까지만 하더라도 무료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티빙의 유료 서비스 첫날 내용은 '퇴보'에 가까울 만큼 부족함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지난 1월 우선 협상자 선정 - 3월 최종 계약 발표라는 촉박한 시간을 하면 티빙 입장에선 "처음이다보니 그럴 수도 있지 않겠냐?"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첫날 경기 중계를 지켜본 소비자 입장에선 유료 서비스가 기존 무료 시절 대비 불편한 구조로 바꼈다는 점에서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많건 적건 금액을 지출했다면 기존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기대하는 것이 소비자로선 당연한 입장이 아니겠는가? 이렇다보니 일부 팬들 사이에선 "이런 식의 내용이라면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이용하겠다"라는 위험 수위 높은 발언도 심심찮게 나올 정도였다.    

단순히 "경기 생중계만 잘 이뤄지면 되겠지"라는 안이한 마음가짐으로 유료 서비스를 개시한 건 분명 아닐 것이다. 정규시즌 개막까진 이제 2주도 채 남지 않았다. 티빙의 프로야구 유료화 서비스의 성패는 시행착오를 수정할 시간의 최소화에 달려있다. 팬들의 관심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즌 초반 제대로 된 내용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3년 총액 1350억원에 달하는 티빙의 중계권료 도박은 자칫 큰 실책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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