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크라전 터지자 '러 핵공격' 대비…비상계획도 세웠다"
“미국이 2022년 말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러시아의 핵공격에 엄격히 대비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CNN 앵커 겸 안보 전문기자인 짐 슈터는 오는 12일(현지시간) 발간하는 자신의 신간 ‘강대국의 귀환(The Return of Great Powers)’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러시아 핵무기 위협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을 상세히 다뤘다며 9일 관련 보도에서 이같이 소개했다.
슈터는 복수의 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통해 파악한 내용이라며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전쟁이 발발한 지 몇 달 뒤인) 2022년 늦여름부터 가을까지 일련의 회의를 소집해 러시아가 핵무기 공격을 할 명확한 징후가 포착되거나 공격에 나설 경우 어떻게 선점·억제하고 대응할 것인지 비상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당시 미국 측은 전황이 불리해진 러시아가 핵무기 공격에 나설 가능성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었다. 러시아 내부에서조차 “치명적인 손실이 핵무기 사용의 ‘잠재적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견해가 팽배했기 때문이었다.
이상한 징후도 포착됐다.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가 (방사능 물질이 담긴) ‘더러운 폭탄(dirty bomb)’으로 공격하려고 한다”는 등 거짓 선동에 나서는 수상한 행보를 보였다. 이를 두고 미 정부 관계자 사이에선 “러시아가 핵공격을 위한 빌미를 만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미국은 러시아의 핵전력 배치 상황 등 동태를 파악하고 있었지만 불안한 구석이 없진 않았다고 한다. 미 정부 내에서 “도시 전체를 파괴할 수 있는 소형 전술 핵무기는 조용히 이동할 수 있고, 이미 우크라이나 전장에 배치된 재래식 미사일 발사대로도 쏠 수가 있다”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급기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미국의 외교·안보 최고위급 인사들이 각자의 카운터파트와 접촉해 핵공격에 대한 우려를 직접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러시아와 가까운 중국과 인도에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을 자제하도록 만류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미국은 최근에도 러시아가 우주에 배치할 새로운 핵무기 개발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이를 제지하기 위해 중국·인도 측에 비슷한 요청을 한 적 있다.
우크라이나 전황이 교착 상태에 접어들면서 러시아의 핵공격 가능성은 줄어든 상황이다. 하지만 미 당국은 경계를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슈터는 “우리는 계속해서 (비상)계획을 다듬고 있다. 적어도 앞으로 몇 달 안에 다시 이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건 가능성의 영역을 넘어서는 게 아니다”는 미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전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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