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복귀 희망"... 이승우, 꾸준함으로 기회 잡아라
[이준목 기자]
'코리안 메시' 이승우(수원FC)가 2024시즌 K리그 개막 초반부터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팬들의 눈도장을 받고 있다. 오랫동안 멀어진 태극마크에 대한 열망도 숨기지 않았다.
이승우는 3월 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2라운드에서 전북 현대(1-1 무승부)를 상대로 골망을 흔들며 시즌 2호골이자 첫 필드골을 터뜨렸다.
후반 1분 만에 페널티박스 아크 정면에서 볼을 받은 이승우는 전북 수비수 4명에 둘러싸인 상황을 단독 드리블로 헤집으며 왼발 슈팅을 날린 것이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오랜만에 세게적인 유망주로 명성을 떨치던 과거 청소년대표팀 시절의 편린을 떠오르게 하는 명장면이었다. 득점 후에는 특유의 댄스 세리머니로 못말리는 끼를 발산하기도 했다.
개막 이후 최근 2경기 연속골이다. 이승우는 지난 1라운드 인천 전에서는 후반 99분 윤빛가람이 얻은 페널티킥의 키커로 나서 결승골을 성공시킨 바 있다. 김은중 신임감독 체제에서 이승우는 두 경기 연속 교체 출전으로 경기에 나섰음에도, 투입되자마자 흐름을 바꾸는 득점포를 연이어 성공시키며 '특급 조커'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현재 K리그에서 이동경(울산 HD)-김현욱(김천 상무)와 함께 2골로 득점 공동 선두다.
이날 경기는 마침 황선홍 국가대표팀 임시 감독이 직접 경기장을 찾아 관전하여 눈길을 끌었다. 황 감독은 오는 11일 태국과의 북중미월드컵 2차예선 2연전에 나설 성인 국가대표팀 명단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승우를 비롯하여 그동안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도 대표팀과는 인연이 없었던 선수들이 새 감독 체제에서 승선 기회를 부여받을지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승우 본인도 태극마크에 대한 기대와 열망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수훈선수로 선정되어 인터뷰에서 나선 이승우는 국가대표팀 승선에 대한 질문을 받자 "대표팀이라는 자리는 그 누구에게도 동기부여가 되는 곳이다. 그래서 오늘 경기가 더 기대됐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승우는 연령대별 대표팀을 두루 거쳐 신태용 감독이 이끌던 2018년 5월 28일 온두라스전에서 A매치에 데뷔했다. 그해 열린 러시아월드컵 본선 최종엔트리에도 포함됐다. 하지만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출전기회가 줄어들며 2019년 6월 11일 이란과의 홈 평가전을 끝으로 더 이상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못했다. 그 뒤를 이은 위르겐 클린스만 역시 이승우를 한번도 소집하지 않았다.
이승우의 A매치 통산 기록은 11경기에서 무득점 1도움이다. 연령대별 대표팀 시절만 해도 부동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도 경험해본 것에 비하면 아쉬운 성과였다.
유럽무대에서 커리어가 잘 풀리지 않았던 이승우는 2022년 수원FC를 통하여 K리그로 복귀하며 부활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승우는 2022시즌 35경기 14골 3도움, 2023시즌 36경기 10골 3도움으로 2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이자 팀내 최다득점을 기록했다.
유럽 성인무대에서 한 번도 풀타임을 완주하지 못했던 이승우였지만, K리그로 돌아오며 안정된 환경속에서 명실상부한 에이스로 거듭났다. 특유의 쇼맨십과 세리머니로 K리그의 흥행에도 기여했다.
또한 유럽과는 다른 K리그의 제도적 문제점에 대하여 때때로 거침없는 소신발언도 마다하지 않았다. 유럽에서의 실패와 대표팀에서의 몇몇 해프닝으로 한때 이승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넘쳐났던 팬들의 선입견도 많이 사라졌다.
이승우는 K리그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유럽무대 재진출설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년여간 이승우에게 관심을 보인 몇몇 유럽 구단들도 존재했다. 김은중 감독이 새롭게 부임하면서 일단 올시즌은 수원FC에 잔류했지만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는 상태다.
김은중 감독은 전임 감독과 달리 이승우는 후반 교체카드로 활용하고 있는 이유에 대하여 주전에서 밀린 것이 아니라 '전략적인 결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감독은 전북전을 마치고 "이승우를 후반전에 투입한 것은 미리 준비한 계획대로였다. 이승우는 동기부여가 잘 되어 있고 몸 상태도 좋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도 득점에 걸린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나도 이승우도 이번 시즌을 많이 기대한만큼 잘 해주고 있다"며 칭찬했다.
또한 김 감독은 이승우가 국가대표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은근히 애제자의 복귀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이승우는 밀집수비를 뚫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아시아 무대에서 좋은 옵션이 될수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의 득점 감각도 좋다.기회가 된다면 이승우의 국가대표팀 발탁은 소속팀 감독으로서도 좋은 일"이라고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은중 감독은 U-20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끌어내며 젊은 선수들의 잠재력을 파악하는 안목을 인정받은 바 있다.
물론 이승우가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에 승선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어느덧 이승우가 국가대표에서 멀어진 지난 5년여 동안 2선은 손흥민, 황희찬, 이재성, 정우영 등 이미 A팀에서도 가장 우수한 자원들이 넘쳐나는 자리가 됐다. K리그 국내파 중에서도 이승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아시안컵 '선수단 내분사태' 후폭풍으로 이번 태국전 발탁 여부가 도마에 오르고 있는 이강인의 거취도 변수다. 이강인이 만일 이번에도 정상적으로 소집된다면 포지션이 겹치는 이승우의 승선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어쩌면 중요한 것은 당장 3월 A매치 소집보다도 이승우의 꾸준한 활약이다. 황선홍 감독은 어차피 태국과의 2연전에서만 한정적으로 지휘봉을 잡는 임시 감독일뿐이며, 급격하고 실험적인 변화보다는 보수적인 선발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승우는 일회적인 선발이 아니라 대표팀에 꾸준히 중용되려면 6월까지 선임될 차기 정식 감독의 눈에 드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지금처럼 묵묵히 이승우가 소속팀에서 좋은 활약을 이어갈 수 있다면, 당장이 아니라도 언젠가 태극마크의 기회는 자연스럽게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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