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의 '김민재 조종' 정당화?…투헬 "다이어 말 많고 명확해서 좋아"

나승우 기자 2024. 3. 1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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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토트넘 백업이었던 에릭 다이어가 바이에른 뮌헨 주전으로 변신했다. 여기에는 토마스 투헬 감독의 무한한 애정공세가 있었다.

10일(한국시간) 독일 스포르트1에 따르면 투헬 감독은 "다이어는 아주 명확하게 플레이하는 선수로 말을 많이 한다"라며 "우리에게 좋은 플레이다. 다이어는 마테이스 더리흐트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두 선수 모두 한 발 앞서 있다"라고 다이어의 의사소통 능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이어 "김민재에게는 정말 어려운 시간이다. 훌륭한 선수라 선발로 나설 자격이 있지만 이럴 때도 있는 법이다"라면서 최근 다이어와 더리흐트 조합을 주전 센터백으로 내세우는 이유를 설명했다.

투헬이 다이어를 너무 좋아한다는 게 드러났다. 최근 다이어가 김민재 대신 주전 센터백으로 나서는 이유도 투헬이 그동안 김민재에게서 보지 못했던 부분을 다이어에게서 찾아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민재와 다이어가 함께 센터백 콤비를 구성했을 때 다이어가 거의 조종 수준에 가까울 정도로 김민재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뭔가를 주문하는 모습이 있었다. 일단 투헬 감독은 이것마저도 다이어의 장점으로 삼을 가능성이 커졌다.

다이어는 지난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토트넘에서 뮌헨으로 임대됐다. 1년 연장 옵션이 포함된 단기 임대였고, 많은 이들이 6개월만 뛰고 다시 토트넘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다이어는 매 경기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백업이 아닌 주전으로 올라섰다. 결과도 잘 나오고 있다. 뮌헨은 다이어가 선발 출전한 7경기에서 5승1무1패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무난한 경기력에 결과까지 따라오면서 다이어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모습이다. 경기 도중 수비진 리더로서 손가락으로 동료들의 위치를 지시하는 장면이 자주 포착됐다.

특히 지난 달 리그 선두 바이엘 레버쿠젠과 맞대결에서 다이어가 김민재에게 이것저것 지시하는 모습이 나왔다. 당시 뮌헨은 백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고, 다이어가 중앙, 김민재가 왼쪽에 배치됐다. 최후방에 서 있는 수비수였던 만큼 경기장을 넓게 바라볼 수 있어 지시를 내리는 역할에 적합했던 건 맞았다. 투헬 감독도 다이어의 이런 부분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다이에게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가며 주면서 애지중지 아끼는 모습까지 보였다. 프랑크푸르트전 2-2 무승부 이후 투헬은 "전반전은 좋지 않았다. 뒤쳐지는 게 마땅했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었다. 조직력이 없었다"라며 "수비수들이 할복한 경기였다. 센터백이 풀백보다 앞에 있는 장면도 있었다. 훈련한 적도, 논의한 적도 없는 플레이였다"라고 지적했다.

많은 이들이 다이어를 겨냥한 발언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어진 라치오와의 경기에서 투헬 감독은 김민재를 벤치로 내리고 다이어를 선발로 유지했다. 다이어는 안정적인 수비로 3-0 무실점 승리를 이끌었고, 1차전 패배를 뒤집고 8강 진출을 확정지은 투헬 감독은 환하게 웃었다.

이어 마인츠전에서도 투헬 감독은 김민재 대신 다이어를 선발로 출전시켰다. 더리흐트와 다이어 조합이 좋은 경기를 펼쳤던 만큼 경기력 유지를 위해 다시 한 번 이들에게 믿음을 보낸 것이다.

전반기 내내 투헬 감독의 신뢰를 받았던 김민재는 졸지에 3옵션 백업 멤버로 전락하고 말았다. 최근 부진한 경기력이 원인이 됐다. 김민재는 아시안컵 복귀 후 선발 경기에서 1무3패를 기록 중이다.

프라이부르크전 무승부 이후에는 현지 언론의 혹독한 평가가 뒤따랐다.

독일 아우크스부르거 알게마이네는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마테이스 더리흐트를 대신해 김민재가 센터백으로 나섰지만 뮌헨은 전반 30분 동안 수비적으로 전혀 안전하지 않았다"라면서 "상대에게 놀라울 정도로 넓은 공간을 반복적으로 허용했다"라고 혹평했다.

아벤트차이퉁은 "다이어와 함께 중앙 수비수로 활약했으나 약간의 불확실성이 있었다. 미드필드에서 훌륭한 태클로 한 번 클리어했다"라고 지적했다.

TZ 또한 "잘못된 순간에 수비라인에서 벗어나 공격적으로 나갔다. 뮌헨의 수비라인을 불필요하게 무너뜨리며 혼란을 야기했다. 중앙 수비수로서 실력이 좋지 않았다"라고 엄청난 혹평을 가했다.

라치오전을 앞두고는 여기저기서 선발 제외를 예측했다. 독일 빌트는 "정말 놀랍게도 토마스 투헬 감독은 라치오전 앞두고 스타 선수에게 벤치행을 제안할 것"이라며 "김민재는 경기 전날 마지막 훈련 세션에서 선발 조와 함께 훈련하지 않았다. 김민재는 내일 라치오와의 경기를 벤치에서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키커 역시 "김민재가 부진했던 건 투헬 감독에게는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었다. 이는 라치오전 라인업에서 중대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준다"라며 "김민재는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중앙 수비수 해결책은 더리흐트와 다이어가 돼야 한다"라고 김민재를 선발에서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현지 언론 예상대로 김민재는 라치오전에서 벤치 멤버로 내려갔다. 이어 마인츠전까지 2경기 연속 선발 제외되는 아픔을 겪었다.

아픔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투헬 감독이 다이어에게 푹 빠진 데다가 직접 다이어와 더리흐트 체제를 유지할 예정이라는 뜻을 밝히면서 김민재에게 예전처럼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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