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게 죄가 된 카리나…기괴한 케이팝 팬덤의 전형 [D:초점]

박정선 2024. 3. 1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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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팝스타들은 압박감이 크기로 악명 높은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카리나가 남자 친구가 있다는 이유로 팬들에게 '배신'이란 비난을 받고 비굴한(grovelling) 사과를 했다."

트럭 전광판에는 "카리나, 팬이 주는 사랑이 부족했나. 당신은 왜 팬을 배신하기로 선택했나"라며 "직접 사과하지 않으면 하락한 앨범량과 텅 빈 콘서트 좌석을 보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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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팝스타들은 압박감이 크기로 악명 높은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카리나가 남자 친구가 있다는 이유로 팬들에게 ‘배신’이란 비난을 받고 비굴한(grovelling) 사과를 했다.”

지난 5일 에스파 멤버 카리나가 SNS에 게재한 자필 사과문에 따른 외신의 반응이다. 앞서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가 카리나와 배우 이재욱의 열애를 인정하자 팬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당시 일부 팬은 소속사 사옥 앞에서 트럭 시위까지 벌였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트럭 전광판에는 “카리나, 팬이 주는 사랑이 부족했나. 당신은 왜 팬을 배신하기로 선택했나”라며 “직접 사과하지 않으면 하락한 앨범량과 텅 빈 콘서트 좌석을 보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잇따른 팬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카리나가 직접 사과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생각해보면 참 기괴한 논리다. 팬들에게 사랑을 받았으니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 누군가와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하는 것이 ‘배신’이 된다는 말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선을 넘은 애정은 결국 집착, 협박이 된다. 트럭 시위에서 앨범과 콘서트를 빌미로 사과를 요구한 것은 분명 협박에 가깝다. 케이팝 팬덤의 성숙도를 언급했던 것이 민망해지는 순간이다.

생각해보면 과거부터 케이팝 시장에서 아이돌을 유사연애 상대로 보면서 열애(설)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팬들은 늘 존재해왔다. 연애 소식 하나에 팬덤 전체가 흔들리고 악플과 항의 세례가 이어지고, 나아가 음원 성적과 음반 판매량에도 큰 타격을 입는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연애금지’ ‘휴대전화 소지 금지’ 등 아이돌이 소속사의 과도한 통제 아래 있었던 것도 모두 이런 문제들을 미리 방지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그런데 지금의 아이돌 팬덤 시장은, 과거처럼 단순히 우상이라던가, 유사연애 상대로 보는 개념을 넘어선 듯 보이기까지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팬 커뮤니티를 통한 소통을 비롯한 각종 팬 이벤트, 아이돌 선발 과정에 팬들이 개입하게 하는 시스템 등이 이런 유사연애 감정을 더욱 부추겼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현재 케이팝 팬덤은 마치 투자자처럼 아이돌의 성공에 매달리는 경향이 짙다. 자신들이 정성과 시간, 돈을 쏟아부은 만큼 그룹 활동에 조금이라도 피해가 되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로 유대감을 형성하고, 기획사는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면서 생긴 팬덤의 특성이다.

그렇다고 모든 팬들이 그렇진 않다. 정확히는 오히려 유별나게 구는 팬은 소수에 불과하다. 이 지점에서 문제가 아닌 것을 문제로 만드는 폭력적인 팬덤의 행태를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연애 사실을 숨겼던 과거와 달리 용기 있고 솔직하게 고백한 아이돌의 고민에 ‘분노’가 아닌 ‘응원’을 해줄 수 있는 팬덤의 문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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