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 '진퇴양난'…줄줄이 만기연장

이휘경 2024. 3. 1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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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부동산 공모펀드들이 손실을 확정하지 못한 채 잇달아 만기를 연장하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의 '하나대체투자나사1호'는 지난달 29일 수익자총회를 열어 펀드 만기를 5년 연장하는 안을 가결했다.

이 가운데 지난달 22일이 만기였던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의 '한국투자밀라노1호'는 지난해 11월 수익자총회를 통해 만기를 3년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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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이휘경 기자]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들이 손실을 확정하지 못한 채 잇달아 만기를 연장하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의 '하나대체투자나사1호'는 지난달 29일 수익자총회를 열어 펀드 만기를 5년 연장하는 안을 가결했다. 지난 2017년 3월 30일 설정된 이 펀드는 본래 만기가 2024년 3월이었으나, 수익자총회에서 펀드 만기 연장안이 통과되면서 2029년으로 늘어났다.

해당 펀드는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인근에 소재한 '투 인디펜던스 스퀘어' 오피스 빌딩에 투자하는 펀드로, 예정대로라면 이달 안에 자산 매각을 완료하고 이를 통해 얻은 자본이득을 투자자들에게 나눈 뒤 펀드를 청산해야 하지만 빌딩 매수자를 찾지 못하면서 청산을 5년 뒤로 미뤘다.

이 건물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본사가 임차해 있어 우량자산으로 주목받았으나 해외 오피스 시장이 코로나19 이후 직격탄을 맞으면서 자산 가치가 급락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의 '이지스글로벌229호' 역시 지난달 말 독일 현지 대주단과 대출 유보계약(스탠드스틸)을 3개월 연장했다. 이 펀드가 지난해 11월 30일 체결한 대출 유보계약의 만기는 2월 28일까지였으나, 현지 대주단과의 협의를 통해 만기일을 5월 31일로 늦춘 것이다.

해당 펀드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업무지구에 위치한 트리아논 빌딩에 투자한다. 이지스운용은 트리아논 건물을 매입할 당시 현지 대주단으로부터 자금을 빌렸는데, 대출 만기가 지난해 11월에 도래했다.

시장 침체와 공실률 상승 등으로 자산가치가 하락하자 해당 대출에 대한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대두됐으나 스탠드스틸 계약을 체결하면서 대출 상환이 유예되고 대주단의 권리 행사도 임시로 유보했다. 펀드 만기도 한차례 연장해 2023년 10월에서 2025년 10월로 늘어났다. 두 번째 스탠드스틸 체결을 거치며 펀드는 기한이익상실(EOD) 위기를 면했다.

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유럽 오피스 시장이 여전히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주단과 함께 자산안정화와 매각작업을 수행하며 수익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가 투자한 임대형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는 총 21개며 설정액은 2조2천835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펀드는 8개로 설정액은 9천333억원이다.

이 가운데 지난달 22일이 만기였던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의 '한국투자밀라노1호'는 지난해 11월 수익자총회를 통해 만기를 3년 연장했다.

다만 만기를 연장하더라도 최초 매입가보다 높은 가격에 자산을 매수할 매수자를 찾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 속 출퇴근 문화와 제로금리 시대가 되돌아와 업황이 회복할지는 불투명하다는 업계의 시각이다.

만기 연장을 택하지 않고 손절매를 할 경우 투자 원금 손실을 본 투자자들로부터 펀드 불완전판매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부동산 시장이 4∼5년 뒤에 좋아질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당장 대규모 손실을 확정하는 것보다는 낫다"며 "당분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연합뉴스)
이휘경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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