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독재” vs 트럼프 “무능”…격전지 조지아서 비난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 격전지 중 한 곳인 조지아주를 나란히 방문해 유세전을 펼쳤다. 바이든은 트럼프의 독재 문제를 부각하며 민주주의 위협을 제기했고, 트럼프는 이민자 문제를 거론하며 바이든 약점을 부각했다. 양당이 조기 대선 모드에 진입하면서 상대를 향한 비난 수위가 고조되는 양상이다.
바이든은 9일(현지시간) 조지아 주도 애틀랜타의 대형 공연장 풀만 야드에서 유세를 갖고 “트럼프가 독재자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나는 그 말을 믿었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함께 하는 사람을 보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며 “(트럼프는) 전 세계 독재 지망생들과 권위주의 깡패들에게 아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가 전날 헝가리 빅토르 오르반 총리를 초대해 함께 식사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바이든은 “트럼프와 나는 매우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나는 품위와 정직, 공정성, 평등이라는 방식으로 미국을 보지만 트럼프는 분노, 복수, 보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며 “그건 내가 아니고 여러분도 아니다”고 말했다.
바이든 유세 장소도 트럼프를 겨냥하려는 목적이 녹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대선 전복 시도로 트럼프 측근들이 수감된 풀턴 카운티 교도소에서 불과 몇 마일 떨어진 곳”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은 2020년 대선 때 조지아주에서 1만1779표 차이로 승리했고, 트럼프는 2021년 1월 초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브래드 래펜스퍼거에게 전화를 걸어 “(바이든을 이길) 1만1780표를 찾아내라”고 압박, 지난해 8월 형사기소됐다. 트럼프는 당시 검찰에 자진 출두해 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머그샷’(범죄인 식별사진)을 촬영했다.
트럼프도 같은 시간 조지아주 북서부 롬에 있는 컨벤션 센터에서 맞불 유세를 열었다. 이날 연설 대부분은 바이든 비난에 초점이 맞춰졌다. 트럼프는 지난 7일 바이든의 국정연설에 대해 “역사상 최악 대통령의 최악 연설”이라며 “가장 분열적이고 당파적이며, 급진적이고 극단적인 연설을 했다”고 말했다.
롬은 트럼프 충성파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 의원이 지역구로 두고 있는 지역이다. 그린 의원은 바이든 국정연설 때 베네수엘라 국적 남성에 의해 살해당한 조지아주 대학생 ‘레이큰 라일리’ 이름을 말하라고 소리쳤고, 바이든은 불법(이민자)에 살해된 무고한 젊은 여성이라고 맞받아쳤다.
이후 진보 세력 내에서는 바이든이 트럼프가 사용하는 ‘불법 이민자’ 발언을 사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바이든은 이날 MSNBC와 인터뷰에서 “‘불법’(illegal) 표현을 쓰지 말았어야 했다. 그것은 ‘자료를 갖추지 않은’(undocumented)이다”라고 후회했다.
트럼프는 이를 부각하며 바이든을 공격했다. 그는 “라일리는 바이든이 의도적으로 불법 이민자를 석방했기 때문에 살해당했다. (바이든은) 이 살인자에게 사과한 걸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바이든이 라일리 이름을 링컨으로 잘못 발음했다는 폭스뉴스 보도를 언급하며 “그녀를 축구 코치와 혼동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미국의 딸에게 일어난 일이 다른 누구에게도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누구도 싸운 적 없는 것처럼 사울 것”이라며 재임 시 대규모 추방과 이민자 최소화 방침을 언급했다. 트럼프는 이날 라일리 유족과도 따로 만났다.
트럼프는 “터프가이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가졌다. 그들(민주당)은 이 얘기를 싫어하는 데 그건 (북한이 지닌) 많은 핵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핵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김정은이) 그런 일을 해도 괜찮은 바보가 (미국) 대통령으로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급진좌파 미치광이들에게서 오는 내부 위협”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한국과 중국이 세탁기를 덤핑하고 있었고, 우리는 월풀을 구했다”며 자신이 세이프가드 관세 부과조치를 한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바이든과 트럼프는 광고 캠페인을 통해서도 맞붙었다. 바이든은 이날 “난 젊은이가 아니고 그건 비밀도 아니다”며 “그러나 난 어떻게 하면 미국인들을 위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알고 있다”는 내용의 새로운 동영상 광고를 시작했다. 자신의 고령 문제를 정면 대응하며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목적이다.
바이든은 영상에서 “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도록 국가를 이끌었고,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튼튼한 경제를 갖고 있다”며 자신의 정책 성과를 나열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대통령 직무가 자신을 챙기는 것이라 믿지만, 난 미국인을 위해 싸우는 것이라 믿는다”며 “그게 내가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캠프가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애리조나, 조지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등 7개 대선 경합주에서 유색인종과 젊은 유권자를 겨냥해 광고전에 돌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캠프도 곧바로 바이든을 공격하는 디지털 광고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바이든이 “나는 젊은이가 아니다”고 말한 광고를 인용한 뒤 그가 에어포스원 탑승 때나 미 공군사관학교 졸업식 무대에서 넘어진 영상을 잘라 붙였다. 그러면서 “바이든은 대통령이 되기에 너무 늙은 게 아니라 너무 무능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이날 연설 때도 “나는 바이든보다 4살 적다. 나이는 문제가 아니다”며 “중요한 건 능력이고, 역량”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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