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보다 심하네”…알체라, 기술특례 잔혹사 전철 밟나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4. 3. 1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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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신고서 추정 실적 모두 빗나가
적자폭 커지며 결손금만 700억원대
유증 철회 여파로 CB 조건도 변경
“상장 이후 매출은 매년 늘고 수익성도 2021년을 기점으로 흑자전환할 것이다. 2022년과 2023년 각각 87억원과 173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한다.”

영상인식 인공지능(AI) 기업 알체라가 2020년 코스닥 상장 과정에서 발표한 증권신고서 속 ‘미래 추정 실적’을 풀어쓴 말이다. 야심 차게 내놓은 목표 중 실현된 건 단 하나도 없다. 매출은 썩 변화가 없는 데다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 중이다.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는 185억원에 달한다. 사업을 할수록 결손금만 쌓이는 구조다. 최근에는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금 조달마저 실패하며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을 겪고 있다.

알체라 어떤 회사? 네이버 자회사가 최대주주
알체라는 2016년 6월 삼성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 출신 황영규·김정배 대표가 설립했다. AI 기술을 활용해 사람 표정과 사물의 미세한 움직임을 포착하는 ‘영상인식 분야’에 초점을 맞췄다. 주요 매출원은 ①안면인식 AI ②사물 이상 상황 감지 ③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AI 학습 데이터 제작 등이다. 3개 사업 모두 설립 직후인 2017년과 2018년부터 매출을 냈다.

알체라는 설립 직후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네이버의 투자 덕분이다. 알체라는 2016년 6월 설립 직후 한 달 만에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의 전략 투자를 유치했다. 스노우에 얼굴인식 기술을 납품하는 조건이었다. AI 프로필을 앞세워 인기를 끌고 있는 스노우카메라 열풍 뒤에는 알체라 원천 기술이 있는 셈이다. 당시 대규모 투자로 현재 알체라의 최대주주 역시 스노우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보유 지분율은 11.73%다.

기대감에 힘입어 알체라는 설립 4년 만에 코스닥 상장에 도전했다. 물론 쉽지만은 않았다. 계속된 적자가 발목을 잡았다. 이에 알체라는 성장성 기술특례를 택했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기술성 트랙과 성장성 트랙으로 나뉜다. 이 중 성장성 트랙은 상장 주관사가 기업의 성장성을 판단하고 추천하는 형태다. 알체라는 신영증권의 도움을 받았고 2020년 12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 대비 2배로 형성된 시초가)’을 기록하는 등 시장 평가도 좋았다.

상장을 통해 1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한 알체라는 사업 확장에 속도를 냈다. AI 영상인식 기술을 앞세워 메타버스 분야까지 진출했다. 2020년 12월에는 최대주주 스노우와 합작법인(JV) ‘플레이스에이(place_a)’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후 플레이스에이는 2022년 3월 ‘팔라’로 사명을 바꾼 뒤 대체불가능토큰(NFT) 분야로 사업 방향을 변경했다. 이외에도 미국 법인 ‘알체라X’를 만들고 산불 방지를 위한 AI 시범 사업 등도 전개했다.

다만 본업과 신사업 모두 확실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예상보다 AI 영상인식 수요가 큰 폭으로 늘지 않았고 경기 침체와 함께 잠재적 고객사들도 계약 추진을 멈춘 탓이다. 이는 2023년 3월부터 이어진 지적이다. 당시 KB증권은 리포트를 내고 “경기 침체 시 전방 수요 산업의 투자가 지연될 수 있고, 실적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CB 조건 변경해 시간 벌었지만…이자율 껑충
자연스레 실적도 고꾸라졌다. 상장 전 예상했던 2021년 흑자전환은커녕 적자폭만 커졌다. 2020년 51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알체라는 2021년 111억원, 2022년 16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18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적자 지속으로 결손금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715억원까지 불어난 상태다. 결손금은 기업 순자산이 감소할 때 감소분을 누적해 기록한 금액이다. 향후 기업에 이익이 발생할 경우 결손금부터 우선 상계해야 한다.

실적 악화로 자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운영비용은 대부분 ‘외부 자금’에 의존하는 형국이다. 2020년 상장 이후 매년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문제는 최근에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알체라는 지난해 9월 570억원 규모 유증을 결정했다. 당초 납입일은 지난해 11월이었지만 금융당국의 증권신고서 관련 보완 요청이 이어졌고, 납입일은 올해 2월로 미뤄졌다. 금융당국은 알체라의 합작법인인 ‘팔라’의 NFT 프로젝트 건과 각종 중요 사항의 기재 등을 추가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금융당국의 알체라를 향한 따가운 시선은 계속됐고 알체라는 결국 유증 납입일을 ‘추후 확정’으로 변경하더니 올해 2월 20일 유증 계획 자체를 철회했다.

알체라 측은 “금융감독원 회계감리국이 2022년 재무제표에 대한 회계 심사와 감리를 진행 중이다. 회계 감리가 마무리되는 시기까지 기존 공시된 증권신고서가 기존 주주와 신규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판단하에 이번 유상증자를 부득이하게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외부 자금 조달도 막힌 상황에서 2021년 발행한 CB(2회 차)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 기간이 도래한다. 조기상환청구권은 말 그대로 채권자가 만기 전에 회사에 돈을 갚으라고 요구하는 권리다. 알체라가 2021년 발행한 CB의 만기는 오는 2026년 11월이지만 당장 올해 8월부터 조기상환청구가 가능했다. 여유 자금이 없는 알체라 입장에선 벼랑 끝까지 내몰린 상황. 결국 알체라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CB 조건을 변경했다. 채권자들의 최초 조기상환청구 기간을 올해 8월에서 2025년 2월로 미뤘다.

이를 위해 짊어진 부담은 상당하다. 일단 만기 이자율을 0%에서 4%로 상향 조정했다. 여기에 채권자의 조기 상환 요청 시 조기상환청구일로부터 5영업일 내 조기 상환하겠다는 조건도 추가했다. 미래 부담을 감내하며 시간을 얻은 것이다. 어떻게든 당장의 출혈은 피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CB 조건 변경을 두고 알체라 측은 유증 철회로 인한 연쇄 여파라고 설명했다. 유증으로 확보한 자금을 채권자들의 CB 조기 상환 등에 활용할 방침이었지만, 어렵게 돼 조건을 변경했다는 의미다. 알체라 관계자는 “CB 상환 등을 목적으로 한 유상증자 추진이 철회됨에 따라 CB 채권자들과의 원만한 합의를 통해 조건을 변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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