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화이자 접종 직후 숨진 80대…법원 "백신 때문 아니다"
3년 전 코로나 백신을 맞고 집에 걸어 왔던 할머니가 두 시간여 만에 숨졌던 사건에 대해, 질병청에 이어 법원도 백신으로 인한 사망이 아니란 판단을 내렸다.
조모 씨는 지난 2021년 4월 23일 경기도 남양주시의 코로나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1차 접종이었다. 낮 12시 37분쯤 맞고 버스를 이용해 귀가했다. 갑자기 온 몸이 쑤시고, 속이 메스껍고, 가슴이 조이는 듯한 통증이 몰려온 건 오후 2시 16분쯤이었다. 구급차를 부를 때까지 의식은 또렷했고, 구급차에 걸어서 탑승했다. 하지만 조씨는 끝내 구급차에서 숨을 거뒀다. 오후 3시 13분, 백신 접종 후 2시간 39분만이었다.
조금 전까지 대중교통을 타고 멀쩡히 걷던 어머니를 한 순간에 잃은 자식들은 어머니의 사망이 백신 때문이라고 여겼다. 88세 고령이고 고혈압이 있긴 했어도 평소 약 복용으로 조절하며 건강했고 다른 지병은 없었다고 한다. 백신 인과성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고 부검도 이뤄졌다. 이듬해 질병관리청이 내린 결론은 “망인의 사망은 백신보다는 대동맥 박리 파열”이었다.
고씨는 질병청에 낸 피해보상신청을 거부당하자 법원을 찾았다. 2022년 8월, 일일 확진자 수가 2000명 안팎이던 시절 시작된 소송은 해를 넘겨 마스크 의무착용이 해제된 지 한참 지나서야 마무리됐다.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김순열)가 내린 판단은 질병청의 것과 다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망과 예방접종 사이 시간적 밀접성은 있으나 인과관계는 없다”며 “조씨는 예방접종이 아닌 대동맥박리에 의해 사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대동맥박리는 대동맥의 벽 안쪽이 찢어지며 원래 피가 흐르던 공간과 새로 생긴 공간으로 분리되는 것이다. 대동맥은 심장에서 몸 전체로 혈액을 공급하는 중요한 혈관이다. 그런만큼 대동맥박리는 상당히 위험한 질환이다. 20%는 병원 도착 전 사망한다고 한다. 급성 대동맥박리 환자의 80%는 고혈압 환자라고 한다. 높은 압력이 오래 지속되면 대동맥 벽 또한 약해질 수 있다.
재판부는 “대동맥박리의 대표적 원인이 고혈압이고, 대동맥박리와 코로나19 백신의 연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최신의 연구결과가 발표됐다”며 “백신이 원래 정상이던 대동맥 벽을 단시간 내에 변성시켰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최신 연구결과란 질병청 의뢰로 백신안전성위원회가 발간한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인과성 평가’ 보고서를 말한다.
부검감정서에는 ‘스트레스도 대동맥박리를 촉진시킬 수 있으므로, 백신 접종이 대동맥박리 유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은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선 “백신 자체가 아닌, 백신 접종 당시 상황에서 받았을 수도 있는 스트레스가 대동맥박리에 유인을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으로만 받아들였다.
조씨가 백신을 맞기 두달여 전,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전적으로 부작용에 대한 책임을 진다”“개인이 일방적으로 피해 입을까 염려는 전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고씨는 이를 근거로 보상 거부는 ‘신뢰보호 원칙 위반’이란 주장도 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기자회견은 인과관계 있는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 책임지겠다고 한 취지이고, 접종 후 발생하는 모든 건강 문제를 보상해주겠다는 뜻이 아니다”고 봤다.
이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고씨는 1심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다. 두 달 뒤인 5월 서울고등법원 행정4-2부에서 항소심 첫 변론기일이 열린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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