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다이어리] 파란 펜을 든 왕이, 붉은 책을 든 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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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고 정치 행사 중 하나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언론인들의 관심이 가장 뜨거웠던 기자회견의 주인공은 왕이 외교부장(장관)이었다.
중국 내에서 손꼽히는 정치 스타인 그는 오랜 경험만큼 언변이나 회견 태도에 중국 특유의 색깔이 묻어난다.
질문을 했던 기자는 지난달 춘제를 앞둔 2일 중국 외교부가 외신 기자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리셉션 행사에서 특별 공연으로 무대에 올라 커무싼 춤을 춘 당사자였다.
그 성과에 따라 중국의 진짜 역량이 가늠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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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고 정치 행사 중 하나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언론인들의 관심이 가장 뜨거웠던 기자회견의 주인공은 왕이 외교부장(장관)이었다. 중국 내에서 손꼽히는 정치 스타인 그는 오랜 경험만큼 언변이나 회견 태도에 중국 특유의 색깔이 묻어난다. 때문에 그의 말 한마디, 사용한 단어 하나하나는 여러 해석과 뒷말을 낳곤 한다.
지난해의 경우 새로 선임된 '공산당 서열 2위'의 리창 국무총리와 함께 중국 '전랑외교'의 상징 친강 당시 외교부장이 화제의 양대 산맥이었다. 친 부장이 얼마나 강한 화법으로 서방을 겨냥할지가 특히 관심사였다. 미국의 정찰 풍선 격추 직후 미·중 관계가 악화일로에 접어들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친 부장은 대만 관련 질문이 나오자, 붉은 헌법 책자를 들어 보이며 "대만은 중국 영토의 일부분이고, 조국 통일의 대업을 완수하는 것은 중국 인민의 신성한 업무"라는 서문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그 스스로 "오늘 대만 문제가 반드시 나올 것을 알고 특별히 중화인민공화국 헌법 한 권을 들고 왔다"고 말한 만큼, 미리 계산하고 준비한 퍼포먼스였다. 외교에 대해 언급하면서는 "미국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잘못된 길로 계속 달려간다면, 가드레일이 아무리 많아도 탈선을 막을 수 없고, 충돌과 대립만 있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올해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7일 진행된 왕 부장 회견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새로운 시대 중국의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것의 중요성은 무엇이며, 이를 위해 외신기자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차이나아랍TV 소속 외신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왕 부장은 자신의 앞에 놓여있던 파란 펜을 들어 그를 가리키며 환하게 웃었고, "당신은 '커무싼(科目三)' 춤을 췄던 청년 아니냐. 영상에서 봤다. 아직도 춤을 추냐"고 반갑게 알은체했다.
전후 상황은 이렇다. 질문을 했던 기자는 지난달 춘제를 앞둔 2일 중국 외교부가 외신 기자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리셉션 행사에서 특별 공연으로 무대에 올라 커무싼 춤을 춘 당사자였다. 커무싼 댄스는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유행하기 시작해 한국에서도 '하이디라오댄스', '나루토댄스' 등으로 불리며 인기를 끈 춤이다. 행사에는 외교부의 화춘잉·마오닝 대변인이 모두 자리해 기자들과 인사를 나눴고, 왕 부장은 오지 않았다. 추측하건대 왕 부장은 이날 행사 영상을 추후에 확인했고, 그의 얼굴을 알아본 것으로 생각된다. 역시나 추측일 뿐이지만, 이날의 알은체 역시 의도된 이벤트였을 가능성이 있다.
그 외에도 왕 부장은 "미국과 대화·소통을 강화하고, 각계 인사의 우호적 교류를 추진하며, 더 많은 상호 이해의 다리를 놓아 불필요한 오해와 편견을 없애길 바란다" "두 강대국이 공존하는 길을 찾는 것이 완전히 가능하다고 믿는다" 등의 유화적 발언을 이어갔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 "독립을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이는 중국의 기존 입장에서 벗어날 게 없는 수위다. 1년 전 친 부장은 "대만 문제에 불장난을 하는 사람은 불타 죽을 것"이라는 격한 표현을 했다.
지난해 중국의 최대 화두가 '위드코로나'였다면, 올해의 대외 목표 지점은 '위드차이나' 정도인 듯하다. 양회를 전후로 총리를 비롯한 간부들이 줄기차게 개방을 강조했고, 지난 7일에는 국무원이 외국인들의 결제 편의 개선 차원에서 현금 사용을 독려하면서 자국 관광지 내 매표소나 소매점에 "거스름돈을 준비하라"는 지침까지 내놨다. 올해 중국과 누가, 얼마나 함께(투자) 할 것인가. 그 성과에 따라 중국의 진짜 역량이 가늠될 것이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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