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년 와이너리 책임자…그녀가 추천한 '불고기' 어울리는 와인

최은경 2024. 3. 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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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마크 아비'의 와인메이커 크리스티 멜튼이 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설립자인 조세핀 티치슨을 기리며 만든 2011년산 블렌딩 와인 '조세핀'을 시음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강한 타닌감(떫은 정도)과 바디감-.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 와인의 특징이다. 이 ‘캐릭터’ 강한 나파밸리 와인이 섬세한 여성 와인메이커(양조책임자) 손을 거치면서 절제되고 균형감 있는 와인으로 업그레이드됐다.

크리스티 멜튼(43)은 1886년 설립된, 나파밸리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이자 최초로 여성 와인메이커가 만든 ‘프리마크 아비’의 양조책임자다. 138년간 이곳을 책임진 8명 와인메이커 중 설립자인 조세핀 티치슨에 이은 두 번째 여성 와인메이커로 2018년 합류했다.

■ ‘프리마크 아비’ 유래

「 조세핀티치슨이 와인메이커가 된 후 그의 친구인 안토니오 포르니가 양조장을 구입해‘롬바르다 셀러’로 이름 지었다. 이 셀러를 구입한 찰스 프리먼, 마르캉드 포스터, 앨버트 애비 애런 세 사람의 이름을 따 프리마크 아비가 됐다. 현재 미국 와인 기업잭슨패밀리와인(JFW)이 소유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이 프랑스 최고급 와인을 제친, 1976년 ‘파리의 심판’이라 불리는 와인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12개 미국 와인 중 유일하게 레드·화이트 모두 선택됐다.

지난 7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멜튼은 “성장세를 넘어 성숙기에 들어선 시장에서 다양한 소비자를 만나기 위해 첫 아시아 방문지로 한국을 택했다”며 “육회와 구이, 불고기 등 다양한 한우 요리를 경험한 것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카베르네 소비뇽, 불고기와 딱이죠”


멜튼은 프리마크 아비 카베르네 소비뇽이 불고기와 잘 어울린다고 추천했다. “불고기는 약간 달콤하고 맛이 풍성해 섬세한 타닌과 매칭이 잘 되더군요.” 카베르네 소비뇽은 나파밸리의 대표 품종이기도 하다. 밸런스(조화)·클래식(전통)·타임리스(불변)를 프리마크 아비의 대표 키워드로 제시한 멜튼은 “특히 산미와 구조감 등이 조화를 잘 이뤄 장기 숙성에 용이하다”며 “나파밸리 와인은 일반적으로 과실 향이 강한데, 프리마크 아비는 물 공급과 일조량 조절 등으로 와인을 더 섬세하고 드라이하게 만들어 음식과 매칭하기 좋다”고 소개했다.
'프리마크 아비'의 와인메이커 크리스티 멜튼이 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기후 변화가 와인업계 화두로 떠오르면서 생명공학과 동물과학을 전공한 배경은 그만의 강점이 됐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암 퇴치를 연구하다 새로운 걸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 와인메이커 길로 들어섰다는 그는 산불을 자동으로 감지해 알려주는 시스템, 고온에 대비한 수증기 분사 시스템, 수분의 정도 등에 따라 포도를 선별하는 기기, 타닌감과 색상 등을 정확하게 계측하는 자동화 시스템 등 과학·기술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멜튼은 여성 와인메이커로서 산악 지역에 있는 포도밭에 오르는 게 힘들 때도 있지만, 경작부터 와인 병입까지 수많은 과정을 이끌어야 해 디테일(세부사항)을 잘 챙기는 섬세함과 멀티태스킹 능력은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실제 그는 하루 300번 이상의 의사결정을 한다.

그는 유명 와인 전문지 ‘와인 인수어지스트(Wine Enthusiast)’의 ‘40세 미만 와인메이커 상위 40인’ 등에 뽑히는 등 실력자로 인정받는다. 프리마크 아비에서 단독으로 와인을 양조하기 시작한 2021년에 나온 시캐모어와 보쉐는 각각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에게 97점, 젭 던넉에게 98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날 카베르네 소비뇽과 함께 샤르도네, 보쉐 등 다양한 품종의 프리마크 아비 와인을 시음한 멜튼은 “한국에서 와인이 하나의 문화 콘텐트로 자리 잡았다고 느꼈다”며 “젊은 와인 소비자들이 다양한 고급 미국 와인에 도전할 수 있게 프리마크 아비의 매력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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