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는 확 느낀 '로봇 심판' 특징…프레이밍보다 코스가 중요하다 [이천 현장]

김지수 기자 2024. 3. 10.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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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경기도 이천, 김지수 기자) KBO가 2024 시즌부터 야심 차게 도입한 자동투구판정 시스템(ABS)이 시범경기 개막과 함께 베일을 벗었다. 타자 입장에서는 아직 '적응'을 얘기할 단계가 아니라는 반응이 나왔지만 포수는 ABS의 특성을 피부로 바로 체감했다.  

두산은 9일 경기도 이천의 두산베어스파크에서 열린 2024 KBO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12-8로 이겼다. 주축 타자들이 나란히 좋은 타격감을 뽐내면서 난타전 끝에 승전보를 울렸다.

두산과 키움의 이천 경기를 비롯해 대전(한화 이글스 vs 삼성 라이온즈즈), 부산(롯데 자이언츠 vs SSG 랜더스), 수원(KT 위즈 vs LG 트윈스), 창원(NC 다이노스 vs KIA 타이거즈) 등 전국 5개 구장에서 시범경기가 진행된 이날 가장 크게 눈에 띈 건 두 가지다. 당장 오는 23일 정규리그 개막전부터 시행되는 ABS와 후반기부터 도입되는 피치 클락이다.

ABS의 시행으로 KBO리그는 더 이상 주심이 투수가 던진 공의 스트라이크, 볼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 이른바 '로봇 심판'이 트래킹 시스템을 활용해 모든 정규 투구의 위치값을 추적한 뒤 스트라이크 판별 시스템이 주심에게 해당 투구의 판정 결과(스트라이크 혹은 볼)를 자동 전달하는 구조로 게임을 진행한다.

주심을 맡은 심판들은 귀에 이어폰을 착용하고 전달받은 스트라이크, 볼 여부를 콜을 통해 알려준다. ABS의 좌우 기준은 홈 플레이트 양 사이드를 2cm씩 확대해 적용한다.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ABS의 정확한 판정으로 볼넷이 증가하는 현상 등 존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현장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심판과 선수단이 인식하고 있던 기존 스트라이크존과 최대한 유사한 존을 구현하고자 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마이너리그에서 ABS를 운영할 때 양 사이드를 2.5cm씩 확대 운영한 사례도 참고했다.

KBO는 경기 중 선수단이 더그아웃에서 실시간으로 ABS 판정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각 구단에 태블릿 PC를 1개씩 제공할 계획이다. ABS 판정 결과는 최종적이며 해당 판정에 이의제기 혹은 항의할 수 없다. 단, 구단에 제공된 실시간 데이터와 심판 판정이 불일치하거나 시스템 및 운영상 오류가 의심되는 경우 감독이 심판에게 관련 사항 확인을 요청할 수 있다. 심판은 대응 매뉴얼에 따라 판단하게 된다.

경기 전 혹은 경기 중 장비 및 시스템의 결함, 오류, 기타 불가항력적인 상황 등으로 원활한 ABS 운영이 불가능한 경우 주심의 볼-스트라이크 판정으로 대체한다.

감독들은 일단 ABS 시행 첫해인 만큼 게임을 치르면서 시스템과 스트라이크 존을 파악하겠다는 입장이다. 모두가 똑같은 조건이기 때문에 유불리를 따질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ABS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원래 해왔던 대로 하면서 조금씩 다른 게 있다고 하면 맞춰가면 된다. 누가 불이익을 보는 일도 없을 것"이라며 "ABS 시행이 이미 결정이 됐고 우리가 아직 겪어보지 않았다. 적응하면서 게임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홍원기 두산 감독도 "분명히 어떤 새로운 걸 시도할 때는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보완해 나가야 한다"며 "KBO도 경기 시간 단축과 판정의 공정성, 정확성을 높이려는 취지로 ABS를 도입했기 때문에 현장은 여기에 맞춰서 게임을 잘하면 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날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2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 1볼넷으로 맹타를 휘두른 두산 김재환은 아직 ABS에 대해 특별한 인상은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재환은 "오늘은 딱히 ABS가 특별하게 느껴진 부분은 없었다. 타석에서 '이런 공은 스트라이크, 이런 공은 볼로 판정된다'고 생각한 것도 없었다"며 "아직은 잘 모르겠다. 게임을 치르면서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두산 포수 장승현은 공을 받는 입장에서 ABS의 특징을 조금은 파악했다. 비록 단 한 경기였지만 프레이밍보다는 투수들에게 어느 코스로 리드할지에 더 집중할 것 같다는 견해를 조심스럽게 밝혔다.

장승현은 "조금 낮은 위치에서 미트에 공이 들어왔는데 스트라이크 콜을 받았다"며 "포수가 투구를 받을 때 프레이밍보다는 투수들이 각이 큰 변화구를 스트라이크 콜을 받을 수 있는 코스로 던지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KBO가 전반기까지 시범 운영을 예고한 피치 클락은 투수와 타자 모두 적응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피치 클락 규정에 따르면 투수는 주자가 있을 때 23초, 주자가 없을 때 18초 안에 공을 던져야 한다. 타자도 8초 전에 타격 준비를 완료해야 하기 때문에 여유를 부릴 수 없다. 팬들은 이전보다 속도감 있는 경기를 즐길 수 있게 됐지만 선수들은 다소 쫓기는 상황에서 대결해야 한다.

피치 클락 시간을 초과할 경우 투수는 볼, 타자는 스트라이크 판정의 페널티를 받는다. 이날 시범경기 개막전이 치러진 전국 5개 구장에서는 주심이 피치 클락을 어긴 투수나 타자에게 볼이나 스트라이크를 부과하지 않고 구두 경고 조치했다. 총 타자가 25회, 투수들은 14회 지적을 받았다.

두산과 키움의 이천 게임에서도 양 팀 모두 피치 클락 위반 사례가 나왔다. 두산은 타자 양석환과 투수 최준호가 시간을 초과했다. 

키움도 타자는 최주환과 김혜성, 투수는 하영민과 전준표가 피치 클락 시간 초과로 경고를 받았다. 최주환의 경우 두 차례나 지적을 받으면서 타격 전 루틴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사진=경기도 이천, 두산 베어스 제공/대전, 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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