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신호탄 쏜 김재환, '강정호 효과' 질문에 "이승엽 감독님도 있다!" [이천 현장]
(엑스포츠뉴스 경기도 이천, 김지수 기자) 두산 베어스 좌타 거포 김재환이 2024년 첫 실전에서 기분 좋은 손맛을 봤다. 비록 단 1경기이기는 하지만 겨우내 흘렸던 구슬땀의 성과를 확인하고 오는 23일 정규리그 개막에 맞춰 순조롭게 컨디션을 끌어올리게 됐다.
두산은 9일 경기도 이천의 두산베어스파크에서 열린 2024 KBO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12-8로 이겼다. 타선이 13안타를 몰아치고 득점권에서 집중력을 발휘했다. 난타전 끝에 승리를 챙기고 승리와 함께 시범경기를 시작했다.
두산은 이날 선발투수 최원준이 1회초 키움에 2실점하면서 리드를 뺏겼지만 1회말 강공으로 응수했다. 선두타자 김대한이 우전 안타로 공격의 물꼬를 텄다. 김대한은 후속타자 조수행의 타석 때 2루 도루를 성공시키면서 두산 추격의 불씨를 당겼다.
두산은 김대한의 안타와 도루로 잡은 1사 3루 찬스에서 외국인 타자 라모스가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라모스는 깨끗한 우전 안타로 3루에 있던 김대한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두산은 계속된 1사 1루에서 4번타자 김재환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김재환은 키움 선발투수 우완 하영민을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10m의 타구를 쏘아 올렸다.
김재환은 원 볼 투 스트라이크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하영민의 5구째 135km짜리 스플리터를 공략했다.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 높은 코스로 들어오는 실투를 놓치지 않고 받아쳤다.
김재환은 2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도 안타를 생산했다. 두산이 5-2로 앞선 2사 2루 찬스에서 하영민을 또 한 번 울렸다. 1, 2루간을 깨끗하게 가르는 적시타로 2루에 있던 헨리 라모스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김재환은 이후 4회말 세 번째 타석에서 볼넷으로 출루하며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6회말 정수빈과 교체되기 전까지 2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 1득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김재환은 게임을 마친 뒤 "시범경기였기 때문에 결과보다는 배트 중심에 맞는 타구들이 나온 부분들을 좋게 생각하고 있다"며 "밀어쳐서 홈런이 나온 것도 큰 의미를 두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바람이 (좌익수 쪽으로) 불면서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겸손하게 소감을 전했다.
김재환은 2021 시즌을 마친 뒤 커리어 첫 FA 자격을 취득, 2008년 프로 데뷔 때부터 몸담고 있는 두산과 4년 총액 115억 원의 조건에 대박 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은 김재환의 기량은 물론 베테랑 선수으로서 팀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십이 베어스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 김재환을 적극적으로 붙잡았다.
하지만 김재환은 2022 시즌 128경기 타율 0.248(448타수 111안타) 23홈런 72타점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OPS 0.800은 김재환이기 때문에 만족할 수 있는 성적이 아니었다.
김재환은 2023 시즌에도 반등에 실패했다. 132경기 타율 0.220(405타수 89안타) 10홈런 46타점 OPS 0.674에 그쳤다. 2016년 주전을 꿰차고 첫 풀타임을 소화한 이후 최저 타율 기록, 세 자릿수 안타 실패, 장타율 0.331 등으로 부진했다.
김재환은 길고 긴 타격 슬럼프 탈출을 위해 휴식을 반납했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11월 중순까지 두산의 경기도 이천 2군 훈련장에서 진행된 마무리 캠프에 참가,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마무리 캠프 기간 직접 김재환의 타격 훈련을 지켜보고 코칭에 나서는 정성을 쏟았다. 김재환도 신인의 자세로 '국민타자'였던 이승엽 감독의 조언을 새겨들으면서 단점 보완에 주력했다.
김재환은 마무리 캠프를 마친 뒤에도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 자비를 들여 태평양을 건너가 미국에서 야구 아카데미를 운영 중인 전직 메이저리거 강정호에게 타격 레슨을 받고 돌아왔다. 겨우내 쉴 틈 없이 부지런히 방망이를 돌리고 또 돌리면서 부활을 위해 힘을 쏟았다.
김재환은 두산의 올해 호주 시드니, 일본 미야자키-후쿠오카 스프링캠프에서는 제대로 된 실전을 치르지 못했다. 미야자키에서는 일본프로야구 지바롯데와의 연습경기가 비로 취소되는 불운을 겪었다. 겨우내 갈고 닦은 타격을 확인할 기회가 스프링캠프 기간에는 없었다.
김재환은 대신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홈런포를 가동했다. 이승엽 감독은 당초 3월 10일 키움과의 시범경기 두 번째 게임부터 김재환을 기용하려고 했지만 김재환 스스로 시범경기 개막전부터 출전 의지를 내비쳤다.
이승엽 감독은 "김재환에게 (컨디션을 끌어올릴) 시간을 더 주려고 했는데 본인이 괜찮다고 해서 지명타자로 시범경기 시작부터 출전하게 됐다. 김재환이 바뀐 타격으로 투수와 어떻게 대응할지 봐야 한다. 준비는 굉장히 잘 됐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재환은 사령탑의 믿음에 보답하는 한방을 선보였다.
김재환은 '강정호 레슨' 효과를 묻는 질문에 "미국에서 했던 훈련뿐 아니라 지난해 마무리캠프 기간 이천에서 감독님과도 훈련을 많이 했다"며 "이런 부분들이 정규시즌 때도 (좋은 타격으로) 나타나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아직은 (비시즌에 훈련한 부분들을) 정립해 나가는 단계이다. 이제 막 실전을 시작했기 때문에 정립을 잘할 수 있는 부분만 생각하고 있다"며 "비시즌에 마무리 캠프부터 스프링캠프까지 이렇게 많이 준비를 한 건 처음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는데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경기도 이천, 두산 베어스 제공/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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