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틱톡 퇴출에 돌연 변심…“메타가 적”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 금지를 반대하고 나섰다. 과거 자신이 추진했던 일인데 돌연 입장을 변경한 것이다. 메타에 대한 악감정이 남아 있고, 틱톡을 통한 선거 운동이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틱톡을 없앤다면 페이스북과 ‘저커 쉬머크’(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를 조롱하는 말)의 사업이 두 배로 성장할 것”이라며 “난 지난 선거에서 사기 친 페이스북이 더 잘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진정한 국민의 적”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은 미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가 틱톡 매각 법안을 통과시킨 이후 나왔다. 법안은 중국 모회사인 바이트댄스가 틱톡을 완전히 매각하기 전에는 미국 앱 스토어에서 틱톡 제공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고,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법안이 발효되면 바이트댄스는 165일 내로 틱톡을 매각해야 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틱톡 금지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서명하겠다며 찬성하는 반응을 보였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안 반대가 공화당 내 중국 매파들을 놀라게 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민감한 미국 개인정보가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며 과거 틱톡 금지를 추진했었기 때문이다. 그는 2020년 바이트댄스에 틱톡 미국 사업을 매각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법원 반대로 무산됐었다.

트럼프의 변심은 페이스북에 대한 개인적인 분노와 정치적 목적이 녹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악시오스는 “틱톡이 사용자들에게 퇴출을 막아달라는 공격적인 캠페인을 시작한 이후 화가 난 유권자 전화가 의원들에게 쏟아졌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심은) 틱톡이 젊은 유권자에게 큰 호소력을 갖고 있음을 인식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틱톡은 최근 미국 사용자들에게 틱톡 폐쇄 반대 캠페인 알림을 전달하며 의원 사무실에 전화를 걸 수 있는 버튼을 첨부했고, 그로 인해 항의 전화가 폭주했다.

악시오스는 또 “트럼프 관련 연설이나 관련 콘텐츠 일부는 틱톡에서 정기적으로 수천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저명한 마가(MAGA·트럼프 지지층) 인사나 보수 코미디언 등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전략가 알렉스 브루스위츠도 “마가 콘텐츠는 틱톡에서 잘 작동하고 있지만,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은 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타와의 악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은 2021년 1월 6일 의회 폭동 이후 대선 사기 주장을 이유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금지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3월에야 트럼프 전 대통령 계정을 복원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이용하고 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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