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맥도날드 감자 못 먹나요"…해상교역이 위태롭다 [글로벌리포트]
국제 무역이 80년 만에 위기를 맞았다. '주요 동맥'인 바닷길이 위태로워서다. 지정학 갈등과 자연재해 등으로 주요 해상 교역로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어느 나라 선박이든 공해를 항해할 수 있다”는 ‘항행의 자유’는 세계 제2차 대전이 종전한 1945년 이후 가장 큰 위험에 처했고, ‘안전한 바닷길’에 자국 경제를 맡겨 왔던 각국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홍해 사태에 상하이-유럽 운임 4개월만 256%↑
미국과 영국 등이 지난 1월부터 예멘 내 후티 시설을 보복 공습하고 있지만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후티는 9일 30여대의 드론으로 미군 군함과 벌크선을 공격했다. 아랍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나 중동과 가까워진 중국이 움직이지 않고 있어 외교 중재 가능성도 크지 않다.
안전이 걱정되는 선박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홍해-수에즈 운하 노선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유럽으로 가고 있다. 거리가 늘어나니 운송 비용은 치솟았다.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중국 상하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해상 운임은 지난해 11월보다 256% 상승했다.
중국, 근해 곳곳이 전장(戰場)
우크라이나 곡물선이 지나던 흑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포화 속에 갇혔다. 전쟁 후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은 바닷길 대신 폴란드 등을 거치는 먼 거리의 육로로 우회 수출되고 있다. 흑해가 전함과 기뢰의 격전지로 변하면서 러시아산 곡물·원유, 카자흐스탄 원유도 유럽이나 아시아로 수출되는 길이 막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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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가뭄에 신음하는 바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는 가뭄이란 복병에 힘겨워하고 있다. 파나마 운하청은 물이 부족해 운하 수위가 낮아지자 통과 선박 수를 줄이며 버티고 있다. 통상 하루 38~40척이던 운하 통과 선박 규모를 지난 1월부터 24척 수준으로 낮췄다. 전문가들은 우기가 시작되는 5월 전까지 상황이 개선되기 힘들다고 전망한다.
80년 ‘안전한 바닷길’이 키운 세계 경제
‘안전한 바다’ 체제가 80년간 유지되며 무역 규모는 급성장했다. 1950년대까지 연간 5억t 수준이었던 세계 해상 화물 물동량은 현재 23배로 커졌다. 이를통해 전 세계는 하나의 공급망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케아가 59개국에 동일한 소파를 저렴한 가격에 팔고, 맥도날드가 아이다호산(産) 감자를 전 세계에 조리해 판매할 수 있는 건 해상 안전을 바탕으로 무역을 벌여 비용을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대만전쟁만으로 세계 GDP 5% 감소”
바닷길의 위태로움이 더 큰 규모로 발전할 경우 세계 경제가 받을 충격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블룸버그통신은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발생할 경우 중국의 해상봉쇄와 미국의 대응으로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피해는 개발도상국이 더 크게 입을 수 있다. UNCTAD는 “홍해·흑해·파나마 운하 위기는 현금 흐름 봉쇄와 부품·식량 부족 등의 연쇄 효과로 인해 신흥시장 국가에 더 어려움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방국 간 선박 호송대 편성해야”
오히려 잠재적 해상 전쟁에 대비해야 하는 시대다. WSJ는 “해양 위기로 국가가 군을 동원해 보호해야만 안전한 무역이 이뤄진 2차대전 이전 시절로 회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 싱크탱크 랜드 연구소의 샬롯 클레베르그 연구원은 “단기적으론 주요 우방국들이 연합해 선박 호송대를 편성하는 게 현실적 대안이겠지만, 장기적으로 항행의 자유를 보장할 시스템이 없다면 해운업엔 심각한 어려움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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